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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야, 힘내 ㅣ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33
후쿠다 이와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5월
평점 :
후쿠다 이와오는 뛰어난 테크닉을 구사하는 그림책 작가는 아니지만, 그가 아이들의 일상을 따스하게 또는 심술궂게 담아내는 편안한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빙그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아이들보다 더 후쿠다 이와오의 열혈 팬인 나는 아이들과 함께 그의 책을 읽어줄 때는 어떻게하면 그의 작품을 아이들에게 더 재밌게 전달할까 고민 아닌 고민을 하게 된다. (차라리 그 시간에 김치 담그는 방법을 고민하면 좋을텐데...하는 생각이!)
작가가 그림책의 그림을 그릴 때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최대 역량을 보여 주려고 노력을 한다. 그림책 장면마다 존재하는 사물이나 인물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작가 나름대로 있어야 할 위치와 존재 이유를 무수히 많은 스케치를 통해 구성하고 확정한 후에 내 놓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어떤 작가는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인물들만 남겨 놓은 채 세밀한 배경을 확 뺄 수도 있고 어떤 작가는 화면에 애정을 갖고 세밀한 배경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나름 자신이 바라보고 생각한 또 하나의 배경 이야기를 독자인 우리가 무시하기 보다는 아이들하고 그림책을 더 재밌게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후쿠다 이와오의 <고로야,힘내>는 아이들의 정말이지 평범한 일상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이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중에 발생한 작은 사건의 발단은 다쿠야란 소년이 기르던 늙은 개 고로가 나이가 들어 산책을 가다 쓰러지면서 소년의 친구들이 고로를 소년의 집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그림책인데, 이 책 중에서 롱 숏으로 뺀 이런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은 다쿠야가 늙는 개 고로를 강변에 있는 공터에 막 도착한 장면인데, 이때 늙은 개 고로가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배경 모습이다.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 왜 롱숏으로 뺐을까하고 궁금했었다. 고로를 산책시키기 싫어 투덜 댄 다쿠야와 늙은 개 고로의 지친 모습을 클로즈업 시키면 뒷장면에서 쓰러지는 고로와 연결되어 더 낫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했던 장면인데, 작가의 생각에는 고로를 다쿠야의 집까지 옮겨주는 다쿠야의 친구들을 먼저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더 컸던 것 같다. 작가의 의도가 다쿠야의 친구들을 보여주고 공터의 활기차고 생생한 장면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보니, 생각지 않게 이 장면에서 이야기거리가 많았다. 이왕 작가의 의도가 뭐든 간에 아이들하고 공터에서 벌어지는 여러 장면들을 가지고 그 곳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가고 무슨 일이 생겼는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야, 공 놓치면 어떻해! 내가 잡을께! 또는 아싸, 우리가 한점 땄다!
이 아줌마들도 엄마처럼 뚱뚱하다. 푸하하핫 이 아줌마가 제일 많이 살 쪘다. 엄마도 이 아줌마들처럼 운동 좀 해서 살 빼.
내가 상대해주지, 나는 천하무적맨이다. 내 칼은 돌도 깰 수 있어! 너를 없애는 것은 아무것도 아냐! (이런 말들이 오가지 않았을까하고 아이들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도 재미있다. 아이들이라서 저기 저 연인들의 모습에 관심이 없더군요. )
작가가 제공하는 예기치 않은 이야기의 여백속으로 빠져 들어, 아이들하고 이 한 장면 가지고도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어떤 때는 객관적으로 비춰볼 때, 좀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과연 이렇게 하는 것이 아이들의 독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하는 회의가 들기도 하고. 3학년을 마치고 학교에서 나눠 준 아들애의 성적표에는 독서력 미흡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나온 결과를 봐서는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행위가 그렇게 아들의 독서력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궂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아이가 좀 더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작가가 보여주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도록 아이가 볼 수 있었으면, 그리고 그리고 그 작가의 의도하지 않았던 틈새까지도 아이가 발견ㅐ 자신만의 해석력을 가질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