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이용한.한국고양이보호협회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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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한 작가의 고양이 시리즈 책들을 읽으면서 길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이사 가기전 빌라 장독대로 놀러 오는 고양이 식구들을 발견하고서는 가끔 캔 간식을 놓고는 했었는데 그 행동에 책임이 필요 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알았다.

 

 

 

이용한 작가와 고양이보호협회와 함께 쓴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는 우리가 만나는 길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다. 혹은 길고양이들을 위해 캣 맘과 캣 대디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안내서가 되겠다. 혹은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길고양이들에 대한 안내서다.

 

 

 

주차된 자동차 밑이나 골목길, 혹은 낮은 담장위에서 만나게 되는 길고양이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들이 많다. 어디서든 만나게 되는 길고양이들을 오래전에는 '도둑고양이'라고 불렸었다. 담장을 넘어 먹을 것을 찾으러 와 몰래 가져가거나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을 먹고 가는 고양이들에게 '도둑'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었다. 그러다 '길고양이'로 이름이 바뀌게 된 것은 오래전 일이 아니다. 아직도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골목에서 만나게 되는 고양이들을 '도둑고양이'들이라고 부르기도 하신다. 그래서 일까? 유독 우리나라는 고양이에 대한 인심이 야박해 보인다.

 

 

 

터키로 여행을 갔을 때 느꼈던 것은 고양이들이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우리 동네에서 만났던 길고양이들은 사람이 가깝게 가기만 하면 도망가고 오지 않지만 그곳의 고양이들은 사람들의 시선에 두려움이라는 것이 없어보였다. 사람들의 손길을 즐기기도 하고 싫은 내색도 하면서 사람과 고양이와의 공존의 삶을 살아가고 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터키만의 모습은 아니었다. 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고양이들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우리와 많이 달랐다. 터키 에페소에서 유적지를 돌아보고 있던 도중 만난 고양이는 그 귀한 유적지 돌 위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관리인도 그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누구 하나 고양이를 쫓아 내지 않았다. 우리 나라였다면 어땠을까?

 

 

 

 

 

 

<터키 유적지의 고양이들>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 하고 있는 한 사람은 서울에서 유명한 숲에 있는 고양이 가족들에게 밥을 주고 있는 캣 맘이며 작가다. 그녀는 얼마 전에 울면서 사진을 올렸다. 숲 관리인이 그녀에게 더 이상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지 말라는 것이었다. 고양이들이 화단을 망쳐 놓고 있다는 것이었다. 망쳐 놓은 화단을 정리하고 더 이상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변도 더 많이 신경 써서 청소도 해주고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겠다고 했지만, 관리인은 3월 29일까지 고양이들을 모두 떠나게 하라고 했다고 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길고양이들에 의해 시설이 망가지고 오염되면 안 된다면서. 어미와 자식들 셋은 늘 그녀가 가져다주는 밥을 먹으며 매일 그녀를 기다렸는데 이제 더 이상 밥을 먹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곳에 살지 못하게 되었다. 금연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더 슬프고 화가 났다고 했다. 이제 그 고양이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만다. 대체 그 숲의 주인은 누구란 말인가.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자라고 길에서 삶을 마감하는 길고양이의 수명은 평균 3년이라고 한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의 수명이 15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5배나 짧은 생이다. 그 짧은 생을 살아가는 동안도 고단하고 힘든 삶이다. 그 고단한 삶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곳까지 빼앗으려고 하니 참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이다.

모두가 길고양이를 좋아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에게 도가 넘는 해를 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밥을 먹고 있는 고양이를 들어 시멘트 바닥에 던져 두개골이 깨지며 죽는 고양이 영상을 본적이 있다. 아기 고양이를 죽여 사지를 나뭇가지에 묶어 놓은 사람도 있었다. 고양이 꼬리를 자르거나 귀를 잘라 놓은 사람들도 있었다. 고양이가, 당신에게 어떤 잘못을 했단 말인지, 고양이를 싫어 할 수도 있다. 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것이 학대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밤이면 아이 울음소리로 들리는 고양이 소리에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싫어하는 이유 중에 한 가지로 얘기를 한다. 암컷은 일 년에 두 번 정도 발정이 온다고 하는데 그때 수컷과 암컷의 소리들이 그렇게 들리곤 한다. 많은 개채들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 동물 단체에서는 중성화 수술, TNR을 하고 있다. 간혹 길고양이 귀의 끝이 살짝 잘려 있는 모습을 본다면 그 길고양이들은 중성화 수술을 했다는 표시다. 그들은 영역 싸움을 할 수는 있어도 발정이 와서 짝을 찾아다니지는 않는다.

 

 

길고양이 학대 기사에 어떤 사람이 쓴 댓글에 나도 모르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길고양이들이 귀엽기 때문에 밥을 주고 보살피는 게 문제라고 했다. 만약 뱀이나 쥐가 귀여웠다면 길에다 다 풀어 놓고 키웠을 것이라고. 길고양이들 특이 어린 새끼 고양이들은 귀엽다. 그래서 간혹 어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어린 고양이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는 사람들이 있다. 어린 한때를 보내고 나면 성묘가 된 고양이도 귀엽지만 어릴 때만큼 귀엽지 않고 고양이는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 사랑스러운 만큼 털이 빠져서 검정 옷을 입는 일이 줄어든다. 환절기에 특히 털이 많이 빠지는데 그냥 걸어만 다녀도 바닥에 털이 쌓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고양이들이 유기되기도 한다. 사람에게 길들여진 고양이들은 먹이를 찾아다니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니 입양시에 많은 생각과 결심이 필요하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책임감은 결국 경제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프면 사람 병원비보다 몇 배가 비싸고, 생각보다 관리 해 줄 것이 많다. 15년은 나와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 비용과 함께 책임을 질 수 있는지 몇 번을 생각해 봐야 한다.

 

 

 

이제 내일부터는 그곳에서 더 이상 먹이를 먹을 수 없는 숲의 그 고양이들을 생각하니 걱정이 된다. 함께 살아가는 일이 이토록 힘든 길고양이들을 위해 함께 공존 할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함께, 같이 살아가는 날들이 더 많아지면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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