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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 - 푸시킨에서 카잔차키스, 레핀에서 샤갈까지
서정 지음 / 모요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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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일본 마츠야마로 여행을 가면서 나츠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읽고 갔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한 번 [도련님]을 읽었다. 처음 읽을 때는 몰랐지만 두 번째 그곳에서 다시 읽을때는 책속의 정서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뭔가를 알아낸 것이 아니라 그냥, 작가가 이곳에 머물며 그날의 느낌을 가지고 소설을 썼다는 것, 그리고 그곳에 배경이 되었다는 것만으로 그저 혼자만의 기분이 더해져 좋아했을 뿐이다. 그때 느꼈던 것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따라 여행한다는 것이 참 즐거운 테마 중에 하나라는 것이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이 그런 것이었다.

 

 

 

[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는 나의 이런 바람이 가장 많이 녹아져 있는 책이다. 러시아에서 그리스, 프로방스에서 사마르칸트, 그리고 영화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을 따라간 여정을 쫒아간 베네치아의 뒷골목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이런 문학을 모티브로 한 여행 프로그램이 있다면 패키지라도 참가해서 따라가고 싶어졌다.

 

 

 

러시아가 사랑한 천재 시인 푸시킨, 그가 있었던 차르스코예 셀로, 모스크바, 상트페르부르크의 모이카 운하거리 12번지로 우리를 안내한다.

 

러시아의 문인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인물, 도스토옙스키는 그의 문학적인 근거지보다 그의 삶을 엿볼 수 있었던 부분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그가 도박판을 벌이던 바덴바덴의 카지노. 그의 삶이 녹아내리고 그의 소설의 근간이 되었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거리와 골목의 묘사는 러시아로 뛰어 들고 싶게 만들었다. 러시아의 문학이 이토록 빛나는 이유는 뭘까. 그래서 유럽의 어떤 도시보다 가장 오래 머물고 싶은 나라가 요즘 나에겐 러시아였다. 그녀를 따라 떠났던 문학 여행은 러시아가 끝이 아니다.

 

 

 

나는 가끔 샤갈의 그림을 볼 때마다 눈을 반쯤 감고 뭔가를 떠 올리며 그림을 보고 있는 느낌을 가끔 받았었는데, 러시아 출생 샤갈이 고향을 떠나 파리에서 머물며 그의 고향인 비텝스크를 그리워하는 마음의 환영이 그림에 잠시 머물렀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이 들게 되었다. 어쩜 이런 우스운 생각도 이 책을 통한 저자의 안내가 아니었다면 사실 잘 몰랐던 부분이었다.

 

 

러시아 출신들만이 아닌 그녀가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삶의 굴곡이 많은 사람들이었는데 그 중에 최고는 고흐였고 이후엔 가장 안쓰러웠던 카잔차키스였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재미있게 읽었던 것도 있었지만 스페인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읽은 그의 스페인 기행은 정말 좋았다. 고흐가 머물렀던 남프랑스의 얘기는 안타까웠던 부분도 있다. 고흐를 추억하기 위해 상업적으로 그가 그린 테라스보다 더 진한 노란 색으로 칠해진 카페는 살면서 단 한 장밖에 팔리지 못한 고흐의 그림보다 더 안쓰러워 보였다. 사후에 유명해진 작가들을 보면 그의 이름을 가지고 너무 우려먹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한 부분들에 씁쓸한 기억을 만들곤 한다.

 

 

그녀가 고흐를 추억하며 떠났던 남프랑스도 그랬고, 유명한 작가나 화가를 배출한 도시는 늘 그를 추모하며 사는 것처럼 그의 물건들과 이름이 있는 기념품들로 가득차곤 한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그런 물건들을 만나게 되고, 그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사오기도 하는데 막상 집에 도착하면 때론 그런 물건들이 가장 골치가 아프다. 버리기엔 뭔가 아깝고, 가지고 있기에는 너무나 거추장스러운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요즘 유럽 여행을 가면 쓰레기가 되지 않을 아주 작은 것으로 사오게 되는데 그것이 마그네틱이었다. 하지만 이것처럼 가장 필요 없는 물건이 어디 있을까 싶다. 냉장고 한 면에 가득 붙여진 마그네틱으로 전기세만 더 나올 뿐이고, 혼자 보며 즐거운 것이 전부가 되어 버렸다.

 

 

 

요즘은 유럽 여행이 어렵지 않게 되었다. 비행기를 예매하고, 인터넷에 넘쳐나는 여행기를 몇 편 읽거나 인터넷 카페를 통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때로는 부부가 결혼식만 올리고 신혼여행을 1년 장기 세계여행으로 떠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웠었다. 이렇게 떠난 이들이 블로그에 올려 그것을 묶어 책으로 출판되기도 한다. 그런 책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지만, 요즘 많은 이들이 여행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새삼 궁금해지기도 한다.

 

 

 

“오늘날 여행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문화적 대유향이다. 물질적 여유가 있다면 당연히 떠나는 것이 여행이고, 예전에 독서나 심지어 쇼핑이 차지했던 자리마저 - 여건이 허락한다면 - 여행이 차지하게 되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떠나는 것만이 유일한 살 길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만큼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 허탈함을 속속 감지된다는 이야기다. 시대의 속물주의적 근성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일상의 흐름을 중단시키고자 하는 나름대로의 순수한 의도를 폄하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어딘가로 떠나고자 하는 이에게는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가 있으며, 사건이 될 수도 있고 인상 혹은 만남이 될 수도 있는 시간의 틈새에서 손에 쥐게 될 작은 발견에 대한 열망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로 거의 병적이라 할 현대인의 여행 욕구가 다 설명될 수는 없는 것이다.” p6

 

 

 

처음, 그녀가 책을 통해 어떤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것일까 궁금하면서 읽었던 이 처음 포인트가 사실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후 그녀의 얘기들이 집중이 안 된 부분은 이 책의 내용들 속의 예술가들은 알겠고, 그들이 머물렀던 그 작은 도시들을 모르겠지만 뭔가 저자 혼자만의 감탄사로만 도배가 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그녀가 예술가를 찾아 떠난 여행이 동행이 되지 못했을까. 좀처럼 그녀의 탄성과 감탄에 공감이 가지 못했던 것은 나의 무지에서 오는 것이었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일지도.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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