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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 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체류 여행
김남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지금은 그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지만 나는 우리나라가 사계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봄을 지나 한여름에 도착하면 생각이 달라졌다. 유독 열이 많이 나는 내게 여름은 무기력이라는 짐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매달고 살아야 하는 계절이었다. 땀이 나는 것도 싫었고 습한 그 기운도 싫었다. 습도가 최고치를 기록할 때면 내 팔에서도 그 습도를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여름에는 애인과 팔짱을 끼는 일도 없었다. 그런 여름을 좋아하는 김남희 작가의 동남아 체류기에 숨이 턱 막혔다. 정말 그 더운 곳이 좋단 말인가? 푸껫으로 떠나기 전에 먼저 들렸던 방콕의 처음 도착한 그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2월에 도착한 그곳은 건기였고 상당히 덥지 않다고 했지만 비행기에서 나오자마자 느껴졌던 그 습하고 더운 공기는 한국의 한여름과는 비교 할 것이 아니었다. 그런 곳에서 200일 동안 체류한 그녀의 이 여행을 나는 땀을 흘리지 않고 잘 읽어 나갈 수 있을까.




그녀가 선택한 도시들은 인도네시아의 발리, 태국의 치앙마이, 라오스의 루앙프라방, 그리고 스리랑카의 도시들이었다. 더운 열기속의 나라들이지만 듣기만 해도 매력적으로 다가온 도시들이다. 발리는 신혼여행지의 성지로 알려진 곳이니 아름답고 아늑한 휴양지의 모습을 할 것 같았고 나도 꼭 한번 가고 싶은 치앙마이는 태국의 또 다른 이국적인 모습을 가졌을 것 같다. <꽃보다 청춘>으로 너무 유명하게 된 라오스는 가지 않아도 이미 열 번은 더 갔다 온 기분이 든다. 그곳 여행지 사진들을 블로거들을 통해 너무 많이 봤다. 그런 반면 인도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스리랑카는 또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했다.

그녀가 떠나고 기록한 여행기를 좋아한다. 그녀의 <소심한 여자~>시리즈를 접하고 나는 작가 김남희 팬이 되었다. 그녀의 여행기가 좋은 것은 여행을 많이 다녀온 사람들이 풍기는 잘난 척이 없다는 것이다. 소심한 하고 겁 많고 까다로운 그녀가 선택한 여행지는 늘 그녀의 단출한 문장처럼 깔끔하고 정갈하다. 12년 동안 80개국 이상의 나라를 여행했지만 늘 처음처럼, 그리고 소탈하게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이번 책 또한 그렇다. 그녀가 이미 다녀온 도시도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여행 경력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저 그녀의 일상을 기록하듯 그곳의 일상을 풀어 놓을 뿐이다. 때로는 너무 일기 같은 부분도 있지만 그것이 크게 거슬려 보이지 않는다.

사실 그동안 책을 통해 그 사람의 인성을 느껴 왔다고 생각했었는데, 모 작가의 여행기를 읽고 좋은 감정을 가졌다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보여준 모습을 보며 실망했던 적이 있었다. 같은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책으로 풀어놓은 여행과 텔레비전을 통해 보여준 여행의 모습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실망스러워서 그 작가의 책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작가 김남희는 그냥 책 속의 그녀의 모습이 진짜 그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 밥을 먹는 젊은 여행가를 보며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함께 밥을 먹자고 권하고, 현지인의 초대를 받으면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챙겨가고, 장사를 나온 어린아이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런 언니가 아닐까.

그녀의 처음 여행지는 어머니와 함께 한 발리 우붓이었다. 발리하면 풀 빌라들의 사진들만 떠올랐다가 사라졌는데 그녀가 찍은 우붓은 그런 럭셔리한 모습이 아니었다. 끝까지 달리고 싶어도 어디가 논두렁인지 잘 모르겠는, 좁은 길을 가진 그곳은 풍요로워 보였다.



“개발과 성장을 추구하다 전통적인 가치를 잃어버린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과 발리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플랜플랜’하게 흘러가는 삶의 속도 속에서 지킬 것은 지키는 의연함이 엿보이니. 한마디로 발리는 자연을 파과하며 돈에 영혼을 판 그런 흔한 휴양지가 아니다. 농지 정리라며 계단식 논을 싹 밀어버리고, 주택 현대화라며 초가집을 죄다 없애고, 무조건 개발만을 오치며 살아온 나라에서 온 나는 발리 사람들이 부럽기만 하다.” P116

그녀의 두 번째 나라는 스리랑카였다. 언젠가 아시아나 광고로 봤던 스리랑카의 모습에 현혹된 적이 있었다. 스리랑카로 가는 직항이 생기면서 보여준 그 광고 속의 남자들이 대나무에 앉아 낚시를 하는 모습은 여태 본 이국적인 모습 중에 최고봉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소개를 통해 이미 그것도 여행 상품 중에 하나로 전략했다는 말에 안타까웠다. 전통이 사라지는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더운 날씨에도 끝없이 펼쳐진 차밭에서 하루 종일 찻잎을 따며 매일을 보내는 사람들을 통해 그녀는 “어떻게든 살아야 하는 거라고, 살아내는 것만으로 세상에 태어난 몫을 다 하는 거라고” 말했다. 하루 일당 6천원에도 행복하게 아이들을 키워내는 그녀들처럼 작은 일에도 웃으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녀의 세 번째는 나의 로망의 도시 치앙마이다. 올 겨울에 떠나고 싶었던 치앙마이에서 하고 싶었던 것은 카페에서 하루 종일 책 읽기였다. 여행지에 가서 왜 하필 책을 읽는 것일까. 그것은 이곳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겠지만 이상하게도 여행을 떠나면 그곳의 로컬 카페에 앉아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내고 싶어지는 병이 생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그곳의 공기와 함께 나도 이유 없이 아까운 시간을 보내더라도 그것이 아깝지 않다고 느껴지는 행위는 유일하게 독서였다. 그런 이유로 책을 읽기 위해 태국 치앙마이까지 가고 싶었지만 월급이란 20미터가 넘는 말뚝으로 나를 현실의 땅에 못 박아 놓았다. 그래서 유독 그녀의 여행지속에 치앙마이 편이 제일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그녀가 여행지에서 꼭 한다는 요리학교 체험은 다음에 한번 꼭 해보고 싶은 것 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녀의 마지막 남쪽 나라는 너무나 유명한 라오스였다. 얼마 전 배낭여행을 떠난 친구에서 들려온 얘기도 그녀의 얘기처럼 동일했다. 너무 유명해진 그곳에는 현지인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훨씬 많아 보인다고. 무엇보다 친절하지 않는 태도의 그들의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가 많아서 라오스에서 한 달간 머물겠다는 생각을 접고 일주일 만에 다시 태국으로 떠났다고 했다.

그녀가 12년 만에 다시 찾은 라오스가 그랬다. 너무 발달이 된 그곳에서는 그녀가 찾고 싶었던 고요하고 정감 있었던 그들의 웃음은 사라졌고, '네 돈을 받겠지만 네가 싫어’ 그런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얼굴을 한 그들을 보는 일이 즐겁지 않았을 것이다. 여행객들이 그곳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되겠는가 생각이 들었다가 여행프로로 인해 유명해진 곳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니 여행객들이 갖춰야할 부분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여행은 단순한 소비 행위가 아니라 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행위임을, 그러니 우리는 발끝을 들고 조심조심 다녀가야 하는 손님일 뿐이라고.” P8

더운 습도를 견딜 자신이 없다가도 나는 그녀처럼 더위 속에 나를 던져 놓고 산책길에 오르고 싶어졌다. 언젠가 그녀처럼 현지인처럼 몇 달간 살아보는 날이 꼭 오길, 그러기 위해서 내일 출근해서 열심히 살아가겠노라. 얼마 남지 않은 2월은 여자의 짧은 치마처럼 아찔하게 남아 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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