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향기, 아침을 열다 - 마음이 한 뼘씩 자라는 이야기
사색의향기문화원 지음, 이영철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부암동의 [라 갤러리]에서 시인 박노해의 사진전을 보고 왔다. 그곳의 애플 시나몬티가 유명하다기에 마셔 보고도 싶었는데, 역시 소문처럼 맛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곳이 정말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박노해의 사진전을 공짜로 볼 수 있다는 것과 맛있는 애플 시나몬 티때문이 아니라 화장실 때문이었다. 매일 매일 박노해 시인의 시가 화장실문에 붙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로맨틱한 화장실이라니.

 

 

요즘 병원을 가더라도 화장실 문에 한 줄의 명언이나 감동적인 문장들이 프린트되어 붙여졌다. 이런 것은 회사서도 볼 수 있다. 간혹 그 한 줄의 문장으로 감동을 받아 눈물이 흘려지지는 않지만 가슴 한편이 복잡한 부분을 정리할 때가 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몇 번 받으면서 때로는 삭힌 마음을 풀어 놓을 수가 있었는데 [사색의 향기, 아침을 열다]의 책도 이런 비슷한 종류의 책이다. 요즘 들어 명문장을 인용하여 그것을 더 풀어 놓고 이야기 하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간혹 주변 지인들도 마음을 다스리는 책을 좀 달라고 하는걸 보면 복잡한 세상에서 단순하게 마음을 정리할 방법은 한줄의 문장을 통해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당사자가 둘이 있을 때

한쪽 말만 듣는 사람은

반쪽만 들은 것이다.

-아이스킬로스“” P28

 

 

참 당연한 이야기다. 두 명의 친구가 싸움을 했고, 나는 두 명의 친구와 너무 친하지만 간혹 한쪽의 귀만 신중하게 들었던 적은 없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영화 [오, 수정]을 보면 모든 사람들이 기억해내는 과거의 자신의 모습이 조금씩 다르다. 나는 능동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는데, 상대방은 나의 모습을 굉장히 적극적인 모습으로 생각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면, 분명 자신에게 조금 더 유리한 관점을 만든다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데도 늘 닥쳐진 문제 앞에서는 이렇게 당연한 이치와 너무 멀어진 생각을 하고 만다.

 

 

누름돌의 얘기에서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김치를 담그기 위해 살짝 숨을 죽이려고 쓰인 그 누름돌이 나에게도 있었다면, 그렇게 흥분해서 몰아쳐 일을 처리하지 않았을 텐데. 뭐 그런 반성적인 생각이 가득하다고나 할까.

유명한 시인의 시도 있고, 유명한 학자의 이야기로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 나에게 가장 감동적인 얘기는 한 독자의 글이었다.

 

 

 

“받은 상처는 예리한 메스가되어 가슴을 후벼 팠고

준 상처는 아둔하여 두루 뭉실 기억이 없었습니다.

나 잘난 멋에 살아온 빈 껍데기였고

나의 관점이 진리라 고집했습니다.

남이 나를 칭찬할 때 그것이 나의 전부라 착각했고

남의 허물을 덮어 줄 내 안에 여백이 없었습니다.

나가진 것 너무 많아 교만했고

나 받은 것 너무 많아 감사할 줄 몰랐습니다. " P72

 

 

마치 찬송가 어느 구절의 노래 같기도 하지만 읽다보면 한 구절 한 구절, 절절하게 나를 좀 생각해 봤던 몇 구절이 있었다. 유독 받은 상처에 대한 기억을 쉽게 지우지 못할 때가 많았다. 이제 그것도 세월을 견디다 보니 그럭저럭 넘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럭저럭 그렇게 쉽게 넘어가지도 않는 것이 마음 아프기도 한다. 받은 상처에 대한 가슴 아픔이 절절하기만 하고, 나도 이런 비슷한 경험은 또 없었는지 생각도 해 보는데 이런 반성적인 생각이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스스로도 너무 작위적은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아 나를 반성하는 시간을 생각하지 않을 때가 많다.

언젠가 나의 멘토인 스승이 해 준 얘기가 생각난다.

 

 

“화 내지 마라, 화낸다고 언제 일이 다 해결 된 적이 있었냐”

 

 

그래, 내일은 화 내지 말고 웃어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