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라디오 키드 -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유쾌한 빈혈토크
김훈종 외 지음, 이크종 그림 / 더난출판사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어제보다 오늘 더 즐겁게

 

작년 [응답하라 1997]를 필두로 올해 [응답하라 1994]가 제대로 지난날들을 회상하게 하는 복고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응답 시리즈는 지난 시절을 대 놓고 추억하고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며 생활을 더 편리해졌지만 감성의 지수는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응사 시리즈가 사람들에게 흥미를 불러 넣는 것은 어쩌면 이런 부분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20세기 라디오키드]의 세 명의 남자들은 모두 90년대에 고등학교를 나오고 대학교에 들어간 학벌 좋은 분들이신 것 같다. 심지어 이재익 피디는 대학교때 소설가로 등단을 하고 전업 작가도 아니면서 열여섯 편의 소설책을 출간하고, 직업은 라디오 피디다. 이런 스펙 좋은 사람의 90년대 추억을 어떻게 다를까 살펴보니, 그가 살았던 동네만 다를 뿐 함께 공유한 추억의 물건은 같다.

비슷한 시절의 대학교, 고등학교를 다녔고 이재익 피디와는 비슷한 동네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던 나는 그의 몇몇 에피소드에 그만 우리가 어디서 한번은 만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가 빠져들었던 데프 레퍼드의 음반은 비슷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나의 절친 이었던 한 친구는 심각한 헤비메탈의 광팬이었다. 그녀 때문에 나는 귀가 아픈 음악을 많이 들었고, 심지어 그녀를 따라 공연장도 다녔다. 그리고 공부와 등진자도 공부를 잠깐 하게 된다는 고3때도 대학생 흉내를 내며 신촌 근처에서 음악을 들으며 놀았다. 그래서 나와 그녀는 원하는 대학이 아닌 다른 곳으로 합격의 눈물을 흘렸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의 추억은 고된 나날들을 일으켜 세우는 훌륭한 추억의 자양분이었음은 틀림없다. 지금도 생각하면 왜 그렇게 미치게 놀았을까 생각되는 대학시절도 나에게는 훌륭한 추억의 한 장이다.

 

 

[20세기 라디오키드]의 제목은 간혹 유하 시인의 [세운상가 키드의 생애]가 떠오르기도 한다. 어찌 보면 모두 추억의 한편을 가지고 그것으로 소설을 쓰고 시를 쓰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 명의 남자들의 공통점은 비슷한 시대에 학교를 다녔고 ‘씨네 타운 나인틴’과 ‘씨네 타운 S’라는 팟 캐스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은 열심히 듣고 있는데 그들의 팟 캐스트를 듣지를 못했다. 아무래도 그들의 팟 캐스트를 듣고 나면 나는 그들과 비슷한 추억을 같이 공유하느라 그들의 세상에 발 한 짝을 담그며 즐거워 할 것 같기는 하다.

 

 

여러 편의 에피소드들이 묶여있는 이 책의 주된 공감은 라디오라는 것에 있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음악도 듣고, 팟 캐스트도 듣기는 하지만 좀처럼 라디오를 듣지 못한다. 이 이유는 직업적인 영향이 가장 크다. 사람들을 가르치고 상대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앉아서 편안하게 라디오를 들을 수 없는 것이다.

 

 

오래전에는 버스를 탔는데 심야 라디오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때 하필이면 누군가와 헤어지고 가슴 아프게 들었던 이오공감의 [한사람을 위한 마음]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구석진 버스 좌석 끝에서 울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때로는 생각지도 않은 음악을 흘려 보내줬던 그 라디오 음악을 간혹 버스를 타면들을 수 없다. 늘 안내 방송은 꼬박꼬박 나오지만 버스 기사님이 틀어 놓은 라디오 방송은 추억의 한편으로 사라져 버린 것만 같다.

 

많은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역시 많은 소설을 쓴 이재익 피디의 첫사랑 에피소드들이 제일 좋았다. 아니 제일 가슴 아팠다. 어쩜 그 에피소드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는 시대도 아닌데 왜 모두 먹고사는 문제에 목숨을 걸어야 할까? 왜 다들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불안감에 기대어 살아야 할까? 직업을 고를 때 본인의 적성이나 희망보다 안전송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어야 할까?” P209

 

 

 

 

제일 끄덕였던 이 문장을 생각하면,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나는 오늘은 즐거웠던가. 피곤한 하루가 끝났다고 생각하며 회사 문을 박차고 퇴근만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오늘은 분명 어제보다 뜨겁고 재미있게 살겠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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