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뺄셈 - 버리면 행복해지는 사소한 생각들
무무 지음, 오수현 옮김 / 예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새로 만나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은 참 조심스럽다. 익숙해진 맛만 보다가 새로운 샐러드를 먹고 느낀 신선함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를 만났을 때의 낭패란 심각한 미각 울렁증을 낳기도 한다. 하지만 입에 딱 맞는 맛을 발견 한 것처럼 그 반가움은 앞으로 나올 작가의 모든 책을 구비할 마음의 준비를 하게 만든다.

 

 

작가 ‘무무’라는 닉네임을 가진 <오늘, 뺄셈>의 책은 후자에 속한다.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된 에피소드들의 에세이가 담겨있는 첫 에피소드들 읽고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얘기에 목이 따가워 한참을 헛기침을 했다. 시큰거리는 눈물을 참으려했는데 다섯 페이지를 읽었을 뿐인데 남은 책을 어떻게 읽으라고 이렇게 마음을 시큰하게 만들어 놓을까. 그때 나는 알았다. 내가 이런 얘기에 참 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가슴 먹먹한 얘기에 이렇게 쉽게 마음을 놓는 사람이었구나.

 

 

 

 

 

<오늘, 뺄셈>속 얘기들은 어디서 들어 봤거나 알고 있는 얘기들의 비슷한 내용도 있기도 하다. 외국 작가들의 에피소들을 모아 놓은 것도 같은 느낌의 책인가 싶다가도 가슴을 탁치는 얘기에는 그런 것 무슨 소용인가, 이렇게 감동이 길게 남아서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주는 것을…….고맙게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며 스스로의 모난 부분을 다독이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첫 번째 에피소드 얘기는 우리가 기대어 있는 사랑에 대한 얘기이다. 사랑을 잃었거나 하고 있거나 혹은 멀리 떠난 사랑을 만났던 사람이 읽어도 함께 슬퍼할 그런 얘기다.

 

작가는 이런 얘기들을 통해 어떤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랍니다. 버릴 줄 알아야 소중한 것을 얻게 되니까요. 끊임없이 받아들여 쌓기만 한다면 외려 풍요로운 삶에서 멀어지는 법이죠.” P31

 

 

"삶은 마치 수학과도 같아서 덧셈을 배울 때 뺄셈까지 함께 배워야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덧셈만을 반복하려를 뿐 뺄셈을 활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뺄셈은 우리에게 마음의 눈과 귀를 열어주므로, 스스로를 보다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P32

정리관련 책을 읽으면서 가장먼저 해야 할 일은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옷 같은 경우에는 1년 이상 입은 옷과 그렇지 않은 곳을 구별하여 버릴 것인가, 남겨 놓을 것인가 결정하는 것이 정리의 시작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버리고 남겨 놓는 것으로 무조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간혹 빼고 더해지는 일중에 나누고 곱해지는 일도 허다한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것에 더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뺄셈을 통해 비워내는 법을 배워 나가야 한다.

공간을 비워 놓으면 비워진 공간만큼 채워 넣을 것이 생기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좋을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의 인생에서 뺄셈, 버리기는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더해가면서 반대로 많은 것을 잃고 있다는 것을 모를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뺄셈의 철학이다. (P60) 소중한 것들을 잃기 전에, 필요치 않은 것들을 자발적으로 버리는 삶의 방식. 나의 의지로 버렸기 때문에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통해 아, 그렇구나! 다시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다.

 

[폭풍우가 치는 어느 날 밤, 자동차를 몰고 가다가 도움을 청하는 세 사람을 발견했다. 한명은 위급한 병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병원으로 이송해야하는 노부인, 한명은 예전에 나의 목숨을 구해준 의사, 한명은 나의 이상형을 만났다. 하지만 자동차는 2인승이 딱 한사람만 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의 선택은 무엇일까]

이 부분만 읽었을 때 나는 구해야 할 3명의 이유들을 생각해 보았다. 생명은 소중하니까 누굴 구해야 하는 것일까 고민했는데, 작가는 이런 방법을 얘기했다.

목숨을 구해준 의사에게 자동차 키를 넘기고 의사가 노부인을 병원에 모시고 가게 하고, 나는 자연스럽게 이상형과 그곳에 남는다. 다른 자동차가 오기를 기다리며 그와 함께 얘기한다. 로맨스는 어쩜 이런 곳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으니까 혹시 그 이상형과 잘될지 모를 일이 아닌가?

 

그렇구나. 손에 쥐고 있던 자동차 키를 건네는 순간 문제가 쉽게 해결이 되었다.

 

“손을 움켜쥐면 아무것도 가질 수 없지만, 손을 펴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P158

 

 

 

이런 원리는 우주의 운행 원리 같다고 말한다. 하나를 더하면 하나를 제하는 무척 단순한 원리 말이다. 하나를 가지면 그것에 따른 다른 하나를 더 가져야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1+1=2가 아니라 1+1=1이 되거나 혹은 0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가슴이 답답한 이러한 감정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더함이 아니 뺄셈을 통해 삶이 더 윤택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가끔 더하고 더하는 일에 길들여져서 하나가 빠져 나가면 뭔가 손해 본다는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였을까 명절 때도 나 혼자 분주하게 움직였던 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우울했었다. 그래서 더욱더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런 일이 즐겁기만 하지 않았다. 우울했던 감정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우리의 삶은, 즐거움을 찾아내는 만큼”(P218)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산다면 더해도 계속 허기졌던 감정들이 편해질까. 그렇다면 그 말을 잊지 않으려 한다. 우울해하지 않고 찾아내는 즐거움만큼 삶이 반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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