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영화 - 배혜경의 농밀한 영화읽기 51
배혜경 지음 / 세종출판사(이길안)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 <고마워 영화>는 배혜경 작가의 두번째 책으로, '배혜경의 농밀한 영화읽기 51'이라는 부제가 있는 책입니다. 첫번째 에세이집 <앵두를 찾아라>에서도 저자의 영화에 대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는데, 지속적인 영화에 대한 마음이 이 책으로도 이어져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제목과 부제에서 책에 대한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영화는 51개이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크게 일곱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영화의 이야기는 서로 연결된 서술보다는 독립적으로 구성되면서, 하나 하나는 길지 않은 분량으로 쓰여지면서 영화의 줄거리와 같은 영화 자체에 대한 설명을 줄이고, 대신 작가가 영화를 보고 나서의 느낌과 기억을 조금 더 담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사진이 많고, 줄거리가 자세한 영화의 소개를 담은 책이라고 하기 보다는, 같은 영화를 보고 나서도 서로 다른 느낌과 기억을 통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는 일곱개의 챕터가 있습니다. 첫번째 챕터인 '보다 나은 삶으로 한 걸음 더'에서 시작해서 마지막 일곱번째 챕터인 '삶이 예술이 된다면' 이르기까지, 이 책을 읽는 독자는 51개라는 많은 영화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의 이야기에서 이어진 영화의 원작, 또는 다른 영화의 이야기도 조금 더 포함한다면, 많은 것들의 이야기가 책 한권에 담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매년 많은 영화가 우리에게 선보입니다. 어느 때에는 블록버스터라는 이름으로 홍보를 하고, 유명 영화제의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을 통해서, 또 어느 때에는 예술영화나 저예산 영화, 아니면 유명한 배우의 신작이라는 것으로, 우리가 좋아할 것들을 이야기할 것처럼, 또는 보여줄 것처럼 나타납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 순간에는 소리를 듣는 귀와 정면을 향하는 눈이 있음에도 의자에 몸을 두고 마음은 그 안으로 향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 안에서 누군가의 시선과 누군가의 생각으로 바라보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때로는 나와 만나는 지점이 있거나, 또는 감추고 있었던 진실에 가까이 가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한 것들은 영화 밖에 있을 관객인 나의 기억과 감정의 한 부부분과도 이어지기도 하고, 잊었던 어느 날의 기억을 되살리거나, 메말랐던 감정을 다시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런 것들이,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책은 처음에는 삶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영화의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영화에서 만나는 많은 것들을 작가의 목소리로 쓰고 있습니다.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그 안에서 어떤 것을 만나고 어떤 것을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리고 같은 것을 느끼더라도 표현하는 것 역시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래서인지 51편의 영화 중에서는 보았던 영화도 읽었던 책도 있었지만, 그 영화에 대한 느낌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하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다시 또 시작하는 다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어느 밤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세헤라자데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검고 조용한 밤 같은 영화관 속에서 만났을 영화도 어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영화 그 자체를 그대로 옮긴 것이라기 보다는, 영화 이야기를 통해서 말하고 싶은, 작가의 영화를 보던 시간에 대한 후일담을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가을날 눈부신 하늘 아래 화단 울타리를 장악하고 있는 거미줄을 보았다. 직경도 어마어마한데, 조밀하게 엮은 투명한 거미줄의 아우라가 한낮의 태양빛 아래 대단했다. 세상을 사람을 읽고 이해하는 폭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우리 삶을 아름답게 하는 건 디테일함에 달렸다는 생각이 든다. 삶은 디테일이다.(짐 자무쉬의 영화 ‘Limits of Control‘ 중). 영화로 소통했던 소중한 시간, 소중한 사람들을 돌아보며, 누군가에게도 힘과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고마워, 영화!
-고마워 영화, 배혜경, 세종출판사, 2017,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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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2-21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작가님께서 책을 보내주셨습니다. 감사히 읽었습니다.

cyrus 2017-12-21 1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헤라자데가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 이 책에 잘 어울리는 평입니다. 영화 한 편을 누군가에 들려주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워요. 영화를 설명하는 과정에 말하는 이의 주관적 관점이 개입될 수 있거든요. 그 주관적 관점이 듣는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유의미한 내용이어야 합니다. 이런 내용의 영화리뷰는 정말 잘 쓴 글입니다. 프레이야님 덕분에 오랜만에 좋은 영화 리뷰를 만나게 되었어요. ^^

서니데이 2017-12-22 00:09   좋아요 0 | URL
같은 영화를 보고 와서도 사람마다 느낌이 다른 것 같아요. 책도 그렇고 음악도 그런 면이 있겠지만, 영화는 여러 가지가 종합적인 면이 있으니까요. 영화를 보고 와서 리뷰를 쓰다보면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이 책에는 소개하는 영화가 참 많더라구요. 저도 이 책 잘 읽었어요.^^

2017-12-21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2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1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2 0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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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2 06: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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