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 수요일입니다. 조금 전에 5시가 되었어요. 어제는 날씨가 많이 춥지 않아서 좋았는데, 오늘은 어제와는 다른, 쌀쌀한 날씨입니다. 해가 지면 조금 더 추워질 것 같아요. 오늘도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어떻게 시작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 11월은 오늘하고 내일이면 이제 12월이 되네요. 30일로 끝나는 날은 어쩐지 굉장히 짧은 느낌이예요. 그래도 30일까지는 같은데도요. 어느 달에는 일요일이나 월요일부터 1일이 시작하면 첫번째 주가 그래도 조금 천천히 지나가는 느낌인데, 1일이 주중에 시작하면, 한 주가 더 빨리 지나가고, 두번째 주부터 첫번째 주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오늘 페이퍼를 쓰려다 생각난 것이 있어요. 


 예전에 제가 초등학생일 때는 매일같이 일기를 쓰는 숙제가 있었어요. 이 숙제는 방학 때에도 있었습니다. 저학년 때는 절반은 내용을, 그리고 절반은 그림을 그려서 한 페이지를 채우는 식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매일같이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는 것이 그 나이 학생에게는 좋은 점이 많을 것 같지만, 그건 지금의 입장이고, 그 때는 정말정말 싫어했어요. 일기는 매일 쓰는 건데, 매일 같이 비슷한 날들인데, 한 며칠 쓰고 나면 별로 쓸 일이 없습니다. 어느 날에는 평소와는 다른 일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날들은 평소와 비슷합니다. 그러니, 어제랑 똑같았다, 그런 걸 쓰면 안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라서, 매일같이 그림그리고 일기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을거예요. 그리고 일기는 개인의 사생활이 담긴 기록임에도 다 쓰고 나면 엄마도 읽고, 선생님도 읽습니다.


 조금 더 지나면, 그 다음에는 관찰일기를 씁니다. 콩 같은 것을 화분에 심어서 매일같이, 어제나 오늘이나 비슷한 것들을 아주 새로운 느낌으로 씁니다. 그림도 그리고, 한쪽에는 모눈 종이를 붙여서 얼마나 자랐는지, 그래프로 표시합니다. 그것도 방학숙제로 자주 등장했습니다. 


 아마도. 글씨쓰는 것도 싫어했을 거예요. 글씨를 잘 쓰려면 많은 시간 연습을 해야 합니다. 한글을 배워서 아는 것과는 또 다른 것이니까요. 그런데, 글씨를 잘 쓰는 것이 지금은 중요하지만 그 때는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어른들은 글씨를 대충 쓰니까 뭐 어때,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매일매일 한두 페이지의 글씨를 쓰는 것이 정말 그 때는 싫었습니다. 


 그 때는 잘 몰랐을 거예요. 왜냐면 그 때는 겨우 초등학생이었으니까요. 지금 같으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하면서 할 수 있지만, 그 때는 초등학생이라서, 하기 싫은 것 더하기 왜 좋은지도 잘 몰랐을 거예요. 아니, 숙제는 다 싫었어요.^^;


 하지만 그러던 시간에서 갑자기 시간이 많이 지나서, 매일같이 잡담같은 페이퍼를 쓰고 있습니다. 그림은 못 그리지만, 사진을 찍습니다. 어제랑 무슨 차이가 있는지도 모르는 날들을 매일 살면서도 매일 수다스러운 잡문을 씁니다. 그리고 가끔씩 글씨연습을 위해서 좋은 펜과 종이를 고릅니다. 잘 맞는 펜을 고르면, 그리고 그 펜과 조금 잘 맞는 종이를 고르면 악필을 조금이나마 감출 수 있습니다. 몇 달 전만해도, 글씨를 잘 쓰거나 쓰지 않거나 간에, 손글씨를 쓸 일만 있으면 순간 작아지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 때보다 글씨를 잘 쓰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 때보다 조금 덜 작아집니다. (아직도 작아집니다.)


 그날 그날은 잘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서 알 수 있는 것들은, 중간에 막막한 시간도 그 과정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 하루 많이 연습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을 채워넣고 그렇게 해서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야 달라진 것을 확인하게 되는 것들. 어쩌면 처음 예상했던 것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많은 것들은 처음 예상과는 많은 부분 달라질 것 같습니다. 아주 열심히 노력했지만, 이룰 수 없는 것들도 있고, 때로는 처음의 방향으로는 갈 수 없어서 중간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때는 잘 하지 못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는데, 올해부터는 지금 잘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조금 더 마음이 갑니다. 잘 하지 못하는 것을 노력해서 잘 하는 것이 되게 하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러는 사이, 잘 하는 것들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시야에서 멀어질 때가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챙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금 잘 할 수 있는 것을, 지금 더 나아질 수 있는 것을 생각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막 6시가 되었습니다. 다시 추운 날이 오려는지, 바람이 차갑습니다. 그리고 센 바람이 지나가고요. 지금 기온이 2도인데, 더 추운 느낌이예요.

 오늘도 열심히 그리고 바쁘게 보내셨나요. 따뜻하고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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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9 19: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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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9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꽃보다금동 2017-11-29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그림 일기, 관찰 일기 그 때는 정말 싫었는데..ㅎㅎ 서니데이님 페이퍼 덕분에 잊고 지냈던 초딩 시절을 떠올려보네요~

서니데이 2017-11-29 21:48   좋아요 0 | URL
꽃보다금동님도 그러셨군요. 그게 숙제라서 그랬을 것 같아요.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어서 가끔씩 했다면 좋아했을 수도 있을거예요.
내일 한파주의보 라는데, 따뜻하고 좋은밤되세요.^^

2017-11-29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9 22: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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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9 22: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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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9 2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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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9 22: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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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9 22: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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