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은 서로 다른 특별함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합니다. 가끔은 한 분야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두드러진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두고 특별한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타고난 재능, 좋은 선생님의가르침, 오랜 시간 끊임없이 계속되는 연습을 통해, 원석은 커팅된 보석이 되어 눈부신 광채를 보여줍니다. 


 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3년에 한 번 개최되는 대회입니다. 이 대회의 참가를 위한 오디션이 여러 나라에서 있었고, 그렇게 선발된 100여명의 참가자가 1차 예선을 시작합니다. 세번의 예선, 그리고 본선까지, 참가자는 계속해서 숫자가 작아집니다. 이 대회의 참가자의 나이는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어리거나 젊은 나이의 피아니스트들로, 최고령자가 28세에 불과합니다. 


 요시가에 콩쿠르의 파리 오디션에 열 여섯살의 가자마 진이 나타납니다. 학력, 콩쿠르 등을 적는 이력서를 비워둔 파리국립고등음악원의 특별청강생. 하지만, 서류 한 구석에는 특별한 이름, 유지 폰 호프만의 사사, 라는 짧은 기록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사람이었던 호프만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났고, 갑자기 나타난 소년은 심사위원 세 사람에게 큰 충격을 선사합니다.


 오디션을 통과한 참가자의 본선 예선에는 이 분야에서 재능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참가합니다. 그 중에는 한때 천재소녀로 불렸지만 어머니의 죽음 이후 무대에서 떠났던 에이덴 아야, 유명 음악가의 제자이며 줄리어드 음악원 학생인 마사루 카를로스 레비 아나콜, 지금은 악기점 직원인 다카시마 아카시, 그리고 파리 오디션에서 처음 나타난 카자마 진, 줄리어든 음악원 학생으로 마사루에게 경쟁의식을 가진 제니퍼 챈 등 각 참가자는 1차 예선부터 본선까지, 각자 선곡한 작품을 관객과 심사위원이 보는 앞에서 연주하게 됩니다. 콩쿠르의 참가자 개개인의 실력이 우수하다는 것은 그들이 선곡한 작품과 연주를 통해서 보여지는데, 이들의 연주를 작가는 여러가지 이미지로 바꾸어 심상을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첫번째 예선을 통과하고, 두번째, 그리고 세번째 예선을 통과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듭니다. 본선에서는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여섯 사람의 참가자가 남습니다. 각국에서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참가하는 콩쿠르에서, 이들은 좋은 음악을 듣고, 조금 더 음악의 신과 가까워지기 위해 손을 뻗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래서 예선이 진행되는 가운데, 더욱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경쟁자인 동시에 음악가로 함께 성장하는 동료로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서로의 음악에서 특별한 이미지와 영감을 받고, 다시 자신의 음악을 조금 더 보여주고 싶어하는 마음, 서로 다른 음악의 해석과 콩쿠르의 무대에 서기까지의 그들이 걸어온 과정이 순간을 영원으로 바꾸는 힘이 됩니다.


 많은 참가자가 등장하지만, 이들에게 더 많은 재능을 꽃피게 하는 카자마 진이나, 유명 피아니스트 교수의 지도하에 성장해온 마사루나 제니퍼 챈보다도 마음에 가는 사람은 예전의 천재소녀 에이덴 아야와 다카시마 아카시였습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무대에 서지 않았고, 등 뒤로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괜찮은 척 하지만, 실제로는 그 자신이 두려워하고 도망치고 싶어하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아야가 예선을 거치면서 조금씩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빛을 되찾아가는 과정이 반가웠습니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자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아카시 역시, 따뜻하고 좋은 소리를 간직한 자신의 가능성을 조금 더 찾을 수 있어 이 콩쿠르를 통해 이전의 한계를 넘어서는 자신을 발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꿀벌과 천둥>은 2017년 제 156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며, 14회 서점대상 1위 수상작입니다. 밤을 새워 80킬로미터를 걷는 야간보행제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렸던 <밤의 피크닉>이후 2번째의 서점대상 수상작으로,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그 때보다는 조금은 성장한 듯한 온다 리쿠의 소년 소녀들이 등장하는 느낌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요시가에 콩쿠르는 실제로는 하마마쓰 콩쿠르를 모델로 합니다. 잡지연재로 시작하여, 3년에 한 번 개최되는 이 콩쿠르를 작가는 네 번이나 보았고, 7년에 걸친 긴 시간동안 써왔다고 하니, 피아니스트로 성장하기에도 긴 시간이 걸리지만, 작가로 한 작품을 쓰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한번 더 생각하게 합니다. 하마마쓰 콩쿠르에서 우리 나라의 조성진씨가 우승자가 된 적도 있었고,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조금은 알려진 대회가 아닐까 합니다. 

 


 기프트라는 말에는 선물이라는 잘 알려진 뜻도 있지만, 재능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럼에도 이들 역시 스무살 넘으면 일반인, 이라는 불안과 고민을 안고서 살아갑니다. 시험과 경쟁의 속성은 참가자를 조금씩 줄이고, 나중에는 원하는 만큼 남겨둡니다. 연주시간은 짧을 수도 있고, 길게도 느껴지지만, 한 사람의 순간이면서 영원인 한 시간을 같이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17-09-25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주문해서 지금 배송중이랍니다.
이름도 자꾸 헛갈리고해서 일본 소설 잘 안읽는데 이 책은 기어이 주문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츠바키 문구점이라는 책과 함께요.

서니데이 2017-09-25 16:22   좋아요 0 | URL
저는 선물로 보내주셔서 읽게 되었는데, 잘 알려진 피아노곡이 등장해서 조금은 읽으면서 가깝게 느끼실지도 모르겠어요. 생각보다 비슷한 이름 많이 등장하지 않아요.
츠바키 문구점도 좋아보이더라구요.
hnine님 오늘 기온이 29도래요. 더운 오후 시원하고 좋은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