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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 마인드 - 내 마음속 미친 원숭이
대니얼 스미스 지음, 신승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새해가 시작되고, 오늘이 4일째입니다. 하지만, 그냥 평범한 어느 겨울의 수요일일지도 모릅니다. 연말이 되고, 새해가 되는 이 시기. 많은 사람들이 해돋이를 보면서 새로 시작하는 시간에 대한 희망과 기대도 담지만,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미래를 생각하면서 조금 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불안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 조금 더 불안하고, 조금 덜 불안하며, 때로는 너무 많이 불안한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몽키 마인드'는 '원숭이처럼 날뛰는 불안의 상태'를 나태내는 말로 불교에서 온 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의 부제는 '내 마음 속 미친 원숭이'입니다. 제목만 보아도, 내 마음 속에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정신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머릿말에서 저자는 자신을 불안의 화신이라고 표현합니다. 저자는 자신의 불안의 기원을 찾아 나섭니다. 도대체 이 불안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가족들의 불안도 있고, 자신의 불안도 있습니다. 저자의 불안 경력은 십대 청소년기부터 시작되었으니, 상당히 오래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저자의 가족들도 다양한 불안을 호소합니다. 자신도 불안장애를 안고 살아가지만 정신 심리 치료사로 활동하는 어머니부터 시작해서, 아버지와 형도 다양한 불안으로 인한 불편과 고통을 갖고 있습니다. 저자의 친구 중에도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없지 않고요. 이 책에 나오는 저자와 저자의 가족, 친구가 보여주는 다양한 불안의 에피소드는 그렇게 주변사람들과 자신의 기억을 잘(?) 살려 쓴 내용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단순히 불안장애의 이론을 정리하고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금 더 다양하고 풍성한 불안의 이야기를 쓸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느끼는 불안의 사고 과정을 따라 같이 불안해질 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어린 시절과 십대 시절의 충격적인 경험을 떠올리면서 실은 그게 문제였을까, 다시 고민하는 저자의 생각을 같이 읽게 되기도 합니다.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일일이 떠올리면서 다시 불안해하는 것, 그리고 아직은 실제 일어나지 않은 수많은 가능성들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불안함, 많은 치료사를 통해 치료받았지만, 나을 수는 없었던 자신의 불안의 기억들을, 저자는 불안한 그대로 쓰면서도 최대한 유쾌함을 잃지는 않으려고 애썼던 것 같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중간 중간 같이 불안해질 때는, 잠시 책을 덮었다가 다시 읽었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그 불안의 과정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천천히 읽더라도 끝까지 읽고 싶었습니다. 가끔은 저자의 불안이 자신에게는 논리적인 설명이 될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합리적인 고민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조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다른 사람이 느끼는 불안의 생생한 과정을 읽는 것을 통해서, 실제로 내가 가진 불안과 불안의 사고과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점도 있었습니다.
만약 이 책을 읽다 중간쯤, 불안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고, 불안한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갑자기 나도 불안해지는 것만 같은 생생한 이 느낌 때문에 잠깐 주저하셨다면, 그래도 중간에 그만두지 마시고 이 책의 마지막 부분까지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은 머릿말부터 시작해서 지난한 불안의 과정을 겪고서 결국은 그 마지막 부분에 이르기 위해 쓰여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일어날 일들은 일어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기에 불안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 중 많은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채 오늘도 무사히 지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