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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평점 :
지난 주가 추석연휴였어요. 명절이 되어 오랜만에 얼굴보는 가족, 친척들은 반가운 사람들이지만, 때로는 인사차 건네는 말 한마디가 상처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다는 인터넷 뉴스를 본 적이 있어요. 평범한 이야기들, 공부는 잘 하니, 취직은 했니, 결혼은 언제하니, 등등등 말하는 사람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그냥 건네는 말들이지만, 듣는 사람은 조금 달리 들릴 수 있다는 그런 것들이, 사람마다 집집마다 다들 있을 것 같았어요.
정말 사람들은 다 비슷하게 살 것 같지만, 다들 너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어느 집의 문제는 그 집만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어느 집이나 겪는 문제일 때도 있는데, 그렇더라도 미묘하게 다른 점들이 있으니까요.
이 책 <어쩌다 이런 가족>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부유한 부모와 두 딸이 사는 집의 이야기입니다. 아무런 부족함 없어 보이는 이 집에 굳이 부족한 것을 찾자면 대화가 적다는 점 정도일까요. 언제나 부모 기대에 어긋남 없이 잘 자라주었다고 생각했던, 결혼을 앞둔 큰 딸이, 아침 식탁에서 갑자기 동영상(?) 이야기를 꺼냅니다. 대화나 상의같은 것이 아니라, 갑자기 어려운 문제가 하나 등장한 것만 같습니다.
이 문제를 두고 네 사람이 보이는 반응과 문제해결력은 서로 다릅니다. 집안의 어려움에 맞서 가족은 서로 힘을 모으는 대신, 서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 성격에 맞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네 명이 움직이는 만큼, 어쩐지 일이 복잡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등록금, 취업, 알바 같은 생계형 고민은 없지만, 이들 가족도 늘 마음이 편한 건 아닙니다. 어쩌면 이들이 대화를 가급적 삭제했던 것은, 이들이 문제를 대하는 방식이었을 겁니다. 한편으로는 서로 자기 안에서 비밀을 담고 살고 있으니, 외로웠을지도 모르겠어요. 이 책에서는 돌아가면서 여러 인물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 때 그 사람의 속마음을 조금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인데, 각자 원하는 대로 살아지지 않는 인생에 대한 소감을 털어놓는 것만 같았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책의 결말은 해피엔딩입니다. 그러니 마음 편하게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평범한(?) 행복의 결말을 위해서 안 평범한 과정을 겪은 이 가족의 다음 이야기에는 대화가 삭제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심각한 순간에도 조금 심각(?)하게 대처하는 이들 가족, 옆에서 지켜보는 건 재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