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은 작년 보다도 더 그래요. 한해가 간다는 느낌이 많이 아쉽고, 답답하고, 그렇습니다. 올해 열심히 살지 않아서 그런다고 하는 소리를 들을만도 하지만, 꼭 그런 것 아니더라도 약간은 더 아쉬운가봐요. 그래봤자 다시 내일이 시작되는 것 뿐이잖아,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지겨워질 지도. ^^
오후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었습니다. 전부터 읽어야지 했지만, 조금 늦었어요. 연말이 되면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서 미뤘는지도 모르구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책이 몇 달에 한 번씩 나오니까, 이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자주 빨리 쓸까 싶을 때도 있어요, 한 권이 아주 긴 책도 있고, 장편이라고는 해도 두껍지 않은 양장본일 때도 있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게 된다는 점이 좋았던 것 같아요. 막히지 않고 페이지가 잘 넘어가는 책을 읽을 때는 조금더 집중하게 되는 것도 있어요.
세 사람이 어쩌다 다른 사람을 피해서 그 가게에 가게 된 겁니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요. 아주 오래된 가게라서 제대로 된 것도 없고 잡화점이지만 손님에게 팔만한 것도 없어 보입니다. 누군가 보낸 편지를 읽어보고, 여기에서 한 통씩 편지가 전해질 때마다 답장을 하면 그 사람들은 다시 편지를 보내오고, 다시 답장을 보내고 그러면서 편지를 보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단편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병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고, 편지를 쓴 사람은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준비중입니다. 꿈을 접고 그 사람의 곁을 지키는 것과 지금까지 모든 걸 다해 노력해온 선수로서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망설이면서 편지는 한 통 오고, 다시 답장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 집은 처음에도 이상하게 생겼지만, 편지가 오갈 수록 더욱 더 이상한 점이 보여요. 여기는 시간이 멈춰진 것처럼 바깥과는 다른 곳 같아서 그 사람의 편지는 금방 금방 사라지고 다시 도착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들의 미래를 알 수 있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우리는 그 미래를 알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어떤 시간이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그러나 그 미래를 바꿀 수는 없기에 최선을 다해서 진심을 담은 편지를 씁니다.
이 잡화점의 주인이었던 나미야씨의 마음이 담긴 편지를 받았던 사람들은 모두 잘 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엔 장난처럼 시작했던 편지가 한 사람의 일생을 결정할 만한 중요한 일들을 담은 내용을 쓴 편지가 되고, 그 사람들은 어딘가에 말할 수 없지만, 도움이 필요한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그 사람은 지도를 보지 못해서도, 지도가 없어서도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함께 생각해주었으면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마음을 생각하기에 나미야씨도 그렇게 공들여 편지에 답장을 해 주었을 거에요.
여기에 편지를 쓰고 답장을 받았던 사람들은 조금씩 인연이 이어져있어요. 옆집에 살던 언니, 함께 시설에서 자랐던 친구, 그리고 레코드판을 주고 간 친구의 동생이기도 하니까요. 또한 누군가의 미래는 또 누군가에게는 과거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서로 다른 시간에 태어나서도 만나고 스쳐가는 것 처럼요. 그래서 나중에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게 그 말이었구나 싶을 때도 있는 것처럼, 때로는 원하는 시간에 잘 맞지 않을지도 몰라요.
편지는 그 사람의 어려움과 곤궁함을 해결해주지 않고, 때로는 엉뚱한 답을 보내주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다들 좋게 생각하고 마음을 바꾸더라구요. 살다보면 오해도 하고, 잘못도 하고, 또 변하기도 하고, 실수도 합니다. 그 때 그랬으면 어땠을까, 그 때 그렇게 했으면 좋았을 것을. 그럴 때마다 마음에는 그런 것들이 남아있을 때가 있어요. 만약 지금 그 때의 일들을 안다면 잘 할 수 있을 거야, 그 때로 돌아가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닌 걸 알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늘 마음에 남아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이기도 했었어요. 그런 것들은 꼭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습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이 듣고 싶었던 것을 그대로 써 준 것이 아니어서 조금 다르게 들리거나 불편하게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 사람을 위해 좋은 마음으로 썼던 것을 그렇게 되돌려 받는 것 같았어요.
연말이 되어도 늘 그렇듯 살면 되는 거지만, 마음이 조금은 전과 같지 않더라구요. 열심히 살지 않아서 그러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조금 지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책을 처음 펴자마자 끝까지 읽으면서, 기적이라 할 만한 소설속의 이야기임에도 지금 내게도 위로가 되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어요. 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공간으로는 많이 떨어져 있지만, 그 사람들이 말하고 싶은 것만큼은 많이 먼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읽으면서 제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인지 읽기 전보다는 조금은 내 안에도 따뜻함이 도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녁 다되어서 집 근처 지나가다 나무에 반짝이는 장식 해 둔 것을 보고 사진을 찍었어요.
올해는 전보다도 더 크리스마스 장식이 눈에 잘 들어오는 것 같아요. 어쩌면 제가 더 많이 보고싶은가봐요.
날이 참 추웠는데, 내일은 조금 낫다고 해요. 진짜는 내일 되면 알겠지만,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여기저기 늦은 시간에 외출하실 일 많으실텐데,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어요.
언제나 지금은 지금뿐이에요. 그런 만큼 좋은 시간 행복한 기억 많이 담으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