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이라는 건 몇 년에 한 번씩, 사람들이 바로 직전의 것에는 질리고, 지금 사람들은 낯선 것이 될 즈음이면 다시 돌아오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전 그대로 돌아오는 건 복고가 아닌 복원인 건지, 조금은 바뀐 모습으로 다시, 새로운 사람들과 그리운 사람들 앞에 나타나는 것일지도.

 

 꿈, 열정, 희망, 이런 것들, 전에도 있었다. 꿈을 가지라는 말이 들으면 들을 수록,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다. 꿈이라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는 그런 말처럼도 들렸다. 꿈을 가지란 것은 그래서 그 말은 아는데,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다.

 

 요즘에도 꿈을 가지라는 말은 많이 들린다. 여기 저기서. 인생의 목표라거나, 삶의 의미라거나 여러 가지 요즘은 조금 더 다양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 그런 것 같긴 한데, 솔직히든 안 솔직히든 지금도 그게 어떤 것인지, 그냥 어느 정도는 그런 거 같은데,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말하는 그 의미가 대강 어떤 것인지는 알 것 같은데도, 그러면 어떻게 하면 돼? 하고 물어보고 싶은 것도 여전히 남았다.

 

 요즘은, 꿈 이라는 것은 이루어지기 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오지 않은 것이면서, 꿈을 이뤘다는 말을 할 때는 어쩐지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는 말과 비슷하게 들린다. 꿈이라는 것이, 지난 밤의 꿈처럼 막상 그 때는 정신이 없었는데, 아침이 되고 일어나서 움직이다 보면 그냥 좀 바빠져서 잊어버리고 사는 그런 것과는 다른 것이라면. 꿈을 이뤘다는 말은 늘 기대했던 것, 되고 싶었던 것, 원했던 것이 어느 시기에 현실에 나타나 보이게 되었다는 그런 의미인걸까.

 

 꿈이라는 거, 전에는 그렇게 말해도 그런 거 없어도 잘 살 수 있다, 그런 사람도 있었고, 꿈같은 거 없는 게 차라리 낫다, 그렇게 정리해주는 사람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기에는, 그 사람들이 진짜 꿈 없이 살아왔는지 궁금하다. 정말 꿈이라는 것을 꾸지 않고, 꿈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서도 잘 살 수 있었다면, 그것도 좋을 수 있다. 매순간, 매일을 즐겁고 부족하지 않다고 느끼며 산다면, 거창한 꿈 없었다고 후회스러울 것도 없을 것이다. 아니면, 어느 시기엔 꿈을 향해 갔지만, 좌절하고 결국은 포기하고 다른 일로 돌아가 그 다음에 잘 살았다고 해도 그런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 같다. 아무래도 지금 잘 살고 있으면, 꿈 같은 거 필요없을 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면 살 수 없을 것처럼, 간절한 그런 꿈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다들 그게 좋다고 하니까 그런 걸 꿈꾸고, 다들 그거 하고 싶어 하니까 나도 하고 싶다고 하고. 누군가 그게 좋다고 해서 그냥 막연하게 그건 좋을 것 같은 것들은 의외로 많다. 그럴 때는 그렇게해서 성공한 사람을 보면 아, 그래서 성공하는 구나 싶은데, 성공한 사람은 그 중에서 실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까지는 보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런 걸 생각하면, 꿈이라는 것은 현실과 가까워지지 않을 것만 같은 거리에서 반짝이는 별 같은 이라도 되듯이, 실은 나랑 너무 멀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니까.

 

 그래서, 아직 오지 않은 것이며, 그것의 불확실함을 내재한 이 시점에서 꿈이라는 것을 향해 간다는 것은, 그 시작부터 많은 것을 내려놓고 포기하는 것부터 배워야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쉽게 시작하기 어렵고, 포기하고 돌아서면서도 아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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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이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
이현세 지음 / 토네이도 / 2014년 2월

 

 

 

 

 

 

 

 

 

 

 

 

1. 우리 나라에서는 잘 알려진 만화가 이현세의 에세이입니다. 만화가 이현세는 <공포의 외인구단>을 비롯해서 많은 작품이 있고, 지금까지 여러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2. 이 책의 저자가 지금과 같은 유명 만화가가 된 건, 어느 날 재능이 있어서 그냥 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그림을 그리고 새로운 것을 찾고, 많은 것을 노력해야 했던 날들이 있었다는 것을 읽었습니다. 만화를 그리겠다고 생각했던 시기에, 만화가는 유망한 직업도, 경제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직업도 아니었고, 지금처럼 학교를 다니면서 배울 수 있는 시스템도 없었습니다. 또한 어린 시절 유복한 집에서 고생없이 자란 것도 아니었고, 만화가로 알려진 이후에도 계속해서 인기작만을 내면서 어려움 없이 그냥 평탄하게 살았던 것도 아니어서 수년에 걸쳐 법정을 오가던 시간도 있었고, 건강이 나빠져서 병원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3. 재능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자신을 믿고 계속 노력하는 것도 하루 이틀의 단시간이 아닌 오랜 시간이라면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또한 한 분야를 계속 한다고는 해도, 이전과는 매번 다른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성공이 오늘과 내일의 그것을 보장해준다고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만화를 그리고, 만화가가 되기 위해 도전하고 있습니다. 참신하고 다양한 새로운 것들과 앞으로도 계속해서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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