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라니까 꽤 오래된 것 같긴 한데, 기억해보면 그럭저럭 조금 된 것 같지만 별로 오래된 것 같지는 않은, 둘 사이 어디쯤 일 것 같은데요. 기억이 잘 나면 얼마 전 같고, 어쩌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자료화면 같은 걸 보면 허어, 저랬단 말인가, 싶기도 하고. 저는 그런 편인데, 그러고 보니 벌써 한 삼십 년 된 거네요. 오오, 그렇게 말하니까 진짜 이상하군요.

 

 갑자기 그 생각 나는데요.  예전에 아이들이 그런 거 계속 물어보곤 했었어요. 누가 누가 최고인가, 누구랑 누구랑 싸우면 이길 것인가... 록키와 코만도 였다가, 아마 좀더 지나면 람보와 터미네이터가 되었... 을 것 같은데요. 가끔은 수퍼맨과 다른 걸 들고와서는 누가 최고인지를 알고싶어 하던 그런 거요. 누가 제~~일 ... 이라는 걸로 시작하면 아아, 걔들이 같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왜 ... 하는 기분이 들었죠.

 

 얼마 전에 우리 나라에서는 1994년과 1997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방영되었는데, 2013년이면 1994년에 태어난 사람들이 스무 살이 되는 해니까, 숫자로는 꽤 오래된 것 같지만, 그래도 기억하자면 꽤나 생생한 것 많을 것 같습니다. 그 때 그런 거 있었다거나, 그건 실은 몇 년 전에도 있었다거나, 아니면 그 몇 년 뒤라거나. 그런 건 다들 그 시기 이후에 쓰여지거나 만들어진 것일 때 드는 생각인데요. 그 시기에 썼던 글을 읽어보면 오호, 그런 거 있었군. 싶은 생생한 그 시기의 느낌이 살아있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 글을 쓸 시기엔 바로 이번 주에 나온 거니까요.

 

 예전에 잘 지내던 사람과 우연히 만나서 할 이야기는 요즘 어때, 잘 지내. 그럼 그럼. 몇 마디 하고 나면 예전에 말이야... 로 넘어가는 때가 있는데요. 대부분은 그 때 그랬지, 너 기억해? 라거나. 아, 그 때 말이야. 응? 그랬나. 그런 게 많죠. 그렇지만, 그건 생생한 기억인 것 같은데, 지금 와서는 어쩐지 신뢰감은 조금 떨어지는 그런 기억이기도 해요. 그러니 조금씩 엇갈린 증언(?)을 하면서 과거를 추억하다보면 서로가 서로를 기억하는 게 다르다는 걸 발견하는 날도 있는 거겠죠.

 

 그런 면에서 그 시기를 회상하면서 배경을 맞춘 책과 달리 그 때 쓴 글이란 건 읽어보면 재미있을 때가 많아요. 요즘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발견하기도 하고. 아, 이걸 내가 썼단 말인가, 하면서 어쩐지 아니고 싶다, 는 마음이 들 때도 있고. 하지만 그 때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그것들이 약간 부족하거나 어설프거나, 절대 재미있지 않기 때문에 좋아서 웃는 게 아닌 것들까지 있어도, 남아있다면 좋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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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스크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1. 1982년에서 1986년 사이 4년간 <스포츠 그래픽 넘버> 에 격주간 연재되었던 85편의 에세이 중에서 네 편 빠진 81편의 에세이인데,<에스콰이어>, <롤링스톤>, <라이프>, <뉴욕타임즈> 등의 신문과 잡지에서 기사를 스크랩해서 쓴 에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넘버>에 실렸던 디즈니랜드 방문기와 올림픽시즌에 썼지만 올림픽과 관계없는 올림픽 일기까지 포함된 1980년대에 쓰여진 에세이입니다.

 

 얼마 전에 소치 올림픽이 있었습니다만, 여기에서 말하는 올림픽은 1984년에 있었던 미국 LA올림픽일 거에요. 일본 디즈니랜드는 도쿄 디즈니랜드인데 치바현에 있고 1983년에 개장했다는 군요.

 

 올림픽 일기에서 본 것 같은데, 이 시기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쓰던 시기였다고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30대 중반이던 시기일 거에요. <상실의 시대>는 아마 이 책 다음에 나온 책일 것 같은데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2. 이 책, 인터넷 소개만 보고 샀는데, 택배롤 받고 나서 어어, 했어요. 예상하지 못했던 점이 있어서, 솔직하거나 안 솔직하거나 간에, 뭐라고 말해야 할지. 첫 인상이 그랬습니다. 지금은 조금 독특했다고 생각합니다. 책 표지 기준으로 왼쪽, 책 등으로는 위쪽이 삼각형 모양으로 잘려있었어요. 그리고 대부분의 책은 내지가 미색 또는 흰색이 많은데, 이 책은 연한 파란 색이라서 그것도 조금 다르긴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 이 책처럼 <더 스크랩>도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이 실려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잡문집도 부분적으로는 연한 파란색 종이가 있었던 것 같네요.

 

 

 

 

 

 

 

 

 

3. 무라카미 하루키 책은 워낙 오래 전부터 나와서 그럴 거예요. 한 권이 절판되고 다시 나오고. 조금 더 편집을 바꾸거나 빠진 내용을 추가해서 새로 나오는 책이 있어요. 이 책도 전에 다른 제목으로 읽었던 내용이 있는 것 같네요. 그 책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검색을 해 보니까, 여기 실린 글과 비슷한 책은 한 권 찾았어요. 목차를 살펴보니 전부는 아니고, 이 책과 일부 겹칠만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 이 책 전에 집에 있었는데, 오래 전에 없어져서 지금은 아쉽네요. 비교해보면 좋을텐데. 이 책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한 번 비교해 보실 수도 있을 거에요. 나온 지 조금 된 책이라서 도서관엔 있을 수도 있겠어요.

 

 

 

 

 

4. 아놀드와 스탤론이 아닌, 람보와 코만도, 터미네이터, 수퍼맨 등등 누가 최고인지 물어보면 대답이 참 곤란했어요. 그게... 누가 이긴다고 할 수가 없잖아요. 그걸 알면 말해주고 나도 편해질텐데. ^^

 

 그러나 그런 사람이 많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심심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쩌다보니,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같이 나타나는 (실제라면 지구인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스러우니까 절대 싫은!!) 영화도 나왔는데, 그건 2000년 이후네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젠 람보와 코만도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많이 잊혀졌을 수 있겠습니다. 뭐 최근에 나왔으니 록키나 주지사는  기억할 수도 있겠군요. 어쨌든 전엔 어땠는지 몰라도 요즘엔 이 분들이 자주 한 영화에 나오기도 합니다.  람보, 터미네이터, 인디아나 존스, 맥클레인 형사도 나오는데요 뭐. 왕년의 스타들이 지금도 스타인가 봅니다.

 

 익스펜더블

2010년/실베스터 스탤론/실베스터 스탤론|제이슨 스타뎀|이연걸|돌프 룬드그렌|랜디 커투어|스티브 오스틴|테리 크루즈|미키 루크|브루스 윌리스|

 

 

 

 

 

 

 익스펜더블 2

2012년/사이먼 웨스트/실베스터 스탤론|제이슨 스타뎀|브루스 윌리스|아놀드 슈왈제네거|이연걸|장 끌로드 반담|

 

 

 

 

 

 

 익스펜더블 3

2014년/패트릭 휴즈/실베스터 스탤론|해리슨 포드|제이슨 스타뎀|아놀드 슈왈제네거|

 

 

 

 

 

 

 

5. 80년대라... 시간으로는 꽤 지났군요. 벌써 30여년 전이라서 그 때 젊은 사람은 이제 나이를 조금 먹었고, 그 때 어느 정도 나이가 있던 분들은 우리 곁을 떠난 분들도 많겠죠. 그래서 읽다보면 어, 그랬다, 싶은 부분도 있고, 아, 그랬지, 싶은 부분도 있었어요. 도쿄 다즈니랜드는 가보지 않아서 회상하기 어렵겠지만, 84년 올림픽 폐막하면서 그 다음이 서울에서 올림픽을 할 거라고 했던 것들은 조금씩 기억나요. 80년대에 쓰여진 글이지만, 80년대를 회상하면서 쓴 글이 아니라서 그런지, 아니면 최근에 번역한 책이라서 그런지, 뭐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읽으면서 오래된 이야기 같지는 않았어요.  시간이 지나, 그 때 기억에만 남아있는 사람들,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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