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2월 마지막 날이 되었어요. 시간이 참 금방 금방 가는 것 같은데, 시작할 때는 하나 둘 가는 것이 보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무뎌지다가 휘리릭 종이가 넘어가고 나면, 어 벌써 그렇게 되었나, 싶은 그런 기분이에요.

 

 올해 내가 몇 살이지? 하는 건 언젠가는 꼬박꼬박 세었지만, 지금은 갑자기 생각하면 잘 생각이 안 나는 그런 거 보면, 저는 지금 휘리릭 넘어가는 시간을 살고 있나봐요. 기억속의 엄마는 보통 이 정도의 이미지인데, 때로 생각해보면 그 나이의 엄마가 젊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고 해요. 아니면, 전에는 몇살 하면 꽤 많은 것 같은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뭐, 하는 그런 것들이 있기도 하구요.

 

 수십 여년 지난 후에도, 떠올리면 여전히 그 순간은 그때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나이가 들어버린 부모님, 친구들의 얼굴도 다 알아요. 조금 전에 봤거나, 전화를 했거나 그렇게 지금도 잘 지내고 있을 때도 많지요. 그런데도 한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그 순간에는 다들 그 모습을 하고 있어요. 그럴 때면 시간은 흘러도 다 가져갈 수는 없는 그런 것도 있는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 해 스물 하나,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것으로도 방향을 잃고 중심을 잡기 어려웠던 나이. 금전적 여유만 있다면 열심히 공부했을 것만 같은 그 시기. 지금은 사라지고 없을 조이랜드라는 놀이공원에서 인형옷을 입고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는, 실은 무척 힘든 일을 했던 그 때.

 

 지금은 예순이 넘었고 건강도 좋지 않고, 그 때의 사람들은 하나 둘 떠났거나 떠나게 될 테지만, 기억속에서는 여전히 나는 스물 하나이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있어요. 지금은 없는 것들이 그 때에는 있었고, 지금은 일상적으로 쓰는 것들이 그 때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미래의 것이라고 하는 것들도 있었겠죠. 그렇게 수십 여년의 시간을 뛰어넘고 오가면서도, 그 시절에 갇히지도 않고, 그 시절을 잃어버리지도 않으면서 보관해두었다가 꺼내 볼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좋은 일 같군요.

 

 거기 유령이 나온대. 거기서 누군가 죽었대. 휙! 하면서 갑자기 여자가... 어어어....

 

1973년의 그 시기에 일했던 조이랜드의 한 시설에서 누군가 살해당했고,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괴담비슷한 이야기가 돌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것에서 불길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면서도 그런 괴담이 오가는 곳이 미국에도 있다는 게 약간은 신기하면서도 약간은 친근하기도 한, 그런 기분도 들었어요. 억울해서 못죽겠어, 그 놈을 잡아줘요.~~~ 하면서 계속 나온다는 귀신이나 유령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라서 거기에도 나오는 구나, 하면서요.

 

 누구나 유령을 누구나 볼 수 있는 건 아니고, 누구나 운명이라거나 과거, 미래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어떤 누군가는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그런 것을 볼 수도 있겠지만, 지나가다 만나는 사람 중에 누가 될 지도 모르죠. 그런 눈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유령이 자주 나타나서 저기 말야, 그 때 이랬어 하면서 우리가 모를 일들을 가르쳐주고 싶어도, 히익, 유령나온대~~~ 하면서 놀라기만 할 거에요.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닌 사람도 있고, 반대로 진~짜 인상이 고약해서 별로 친하고 싶지 않은 사람인데도, 의외로 괜찮은 사람도 있는, 운이 좋다면 괜찮은 사람을 만나겠지만, 운이 나쁘다면 꽤나 공포스러운 경험을 하게 만들어줄 지도 모르죠.  지금이야 다 알고 말해주는거지만, 그 때 스물 하나 시절에는 다들 모르는 걸로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1973년에는 쉿! 범인은 나중에 나올 거야, 하는 것처럼 다들 모르는 거죠.  

 

 당신은 무슨 일을 할 거야, 무슨 일이 있을 거야, 그런 말을 들으면 듣기 전과 달라질 수도 있어요. 그 전에는 그냥 지나쳤겠지만, 그 말을 들고 나서는 어떤 일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고, 아니면 이게 그 사람이 말하던 그 순간이구나, 하면서 알게 될 수도 있죠. 그래서 미래가 궁금하면서도, 또한 미래를 들키고 싶지는 않은 걸지도 모르겠어요.

 

  조이랜드를 찾은 사람들의 꿈과 기쁨을 위해서, 더운 날씨에도 인형옷을 입고 기쁘게 해 주었던 사람, 핫도그때문에 죽을 뻔한 아이를 구할 수 있었던 사람, 그리고 그 아이의 부모가 내민 수표를 받지 않았던 사람, 남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애썼던 사람. 아마 기억속에서 그 정도면 스물 하나 이던 시절엔 사는 게 어렵긴 했어도 꽤 좋은 기억을 남겼군요. 그리고 아프지만 명랑했던 소년과 그 엄마를 떠올리면 마음 한 구석엔 슬픔과 고마움도 그만큼 남았겠죠. 그 하나하나는 특별한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런 일들이 복잡하게 엮이고 나서는 평생 잊어버릴 수 없을 만한 일들도 일어나는 것처럼, 1973년과 그 때의 스물 하나는 그렇게 기억으로 남은 오래 전의 일들이 되었네요.

 

 그러고보니 1973년은 거의 40여년 전인데, 그 후로도 많은 일이 있었을텐데, 그 사이 바래지 않고 그대로 남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의 특별한 기억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이미 많이 지나버린 2014년의 1월과 2월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아직은 별로 없는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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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이랜드
스티븐 킹 지음, 나동하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2월

 

 

 

 

 

 

 

 

 

 

 

 

 1. 스티븐 킹, 이라고 하면 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야기가 있었던 책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는 <스탠 바이 미>가 생각나네요. 스티븐 킹의 책 중에서는 <캐리> 를 비롯해서 영화 원작이 된 책도 많고, 베스트셀러가 된 책도 많지만,  아무래도 저는 그 책이 제가 처음 읽은 이 작가의 책이라서 그럴 것 같아요. 몇년전에 다시 나왔다고 하는데, 그 책은 아직 읽지 못했어요.

 

 스탠 바이 미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4월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스티븐 킹 지음, 이경덕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4월

 

 

 

 

 

 

 

--- 최근에 나온 줄 알았더니 2010년이라서... 조금 놀랐어요. 벌써 그렇게 되었나 싶기도 하고. 두 권으로 나온 책인데, 이 중에서 <스탠바이미>가 사계절 중에서 봄, 여름, <리타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이 가을 겨울 쯤 되는 것 같네요. 제가 전에 봤던 책은 이 책이 아니어서 새로 나온 책도 읽어보고 싶은데요. ^^ 아, 그리고 <스탠 바이 미>나 <쇼생크 탈출>의 영화 원작이 이 책이라고 해요.

 

 스탠 바이 미

1986년/롭 라이너/윌 휘튼|리버 피닉스|코리 펠드만|제리 오코넬|

 

 

 

 

 

 

 

쇼생크 탈출

1994년/프랭크 다라본트/팀 로빈스|모건 프리먼|

 

 

 

 

 

 

 

 

2. 그렇지만, 다른 것보다 <스탠 바이 미>가 떠오르는 것에는, 아마 이 이야기도 마을의 어딘가에 있다는 실종된 아이의 시체를 찾아나서는 아이들이 나오는 이야기라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번의 신작 <조이랜드>에서도 이 공원에서 죽은 여자의 유령이 나온다는, 괴담이 오가는 곳이었거든요.

 

3. 스티븐 킹은 공포소설만 쓰지는 않는다, 고 하지만, 스티븐 킹을 생각하면 호러가 먼저 떠오르는 것도 있어요. 스티븐 킹이라는 작가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이야기를 써왔고, 많은 책이 베스트셀러였다고 합니다.

 

4. 앞서 말한 <스탠 바이 미>가 모험을 떠난 소년들이 나오는 성장소설이라고 하는데, 이 책 <조이랜드>도 성장소설이라는 평이 있나 봅니다.

 

5.  <조이랜드>는 예순이 넘은 데빈 존스가 스물 하나 이던 1973년을 회상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스티븐 킹이 1974년에 <캐리>를 발표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 책을 읽으면서 쓴 사람을 생각했습니다. 주인공이 문학적 열정을 가진, 아직은 가능성만을 가진 채 대부분의 것들은 시작되기 전의 시점같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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