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무엇부터 떠오르십니까? 굳이 쓰려고 하니까 너무 많이 떠오릅니다. 이것저것 너무 많이 떠올라서 머리가 복잡해져서 그런 이유로 저도 정리를 해볼까 합니다.
 
1. 정리, 어떤 것을 생각하세요?
 
 정리를 하는 이유부터 찾으면, 일단 정리가 주는 편리함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엉망으로 되어 있으면 책상 서랍에 뭐가 들었는지 찾는데 편하고 , 정리된 노트는 보기 편하며, 각종 요금 청구서도 정리해두면 찾기가 편합니다. 냉장고에 정리가 잘 되면, 불필요하게 버리는 식재료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오래된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좋은 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도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설명할 수 없을만큼 지나치게 많은 말들과 감정이 오가면서 생긴 후유증으로 인해서 어느 시점에 이르면, 너무 복잡해지면 정리를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기도 하는 거죠. 그렇지만 이건 물건을 버리고 사고 하는 것과는 아무래도 기준이 다른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심각하게 이걸 어쩌나 하면서, 근데 사람인데 정리를 해도 되는 거냐, 하는 마음도 있어서 오늘하려고 했는데, 말을 못 꺼내서... 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인지, 정리라는 말을 들으면, 아 그게 어떤 걸 말하는 건지 알 것 같긴 해, 대강 이렇게 하는 거 같기도 해. 정리 해. (너는. 그렇지만 나는 안 할거야) 가 되어 서로 좋지 않은 일이 되기도 합니다.
 
  제게는 정리라는 것을 떠올리면 미묘하게도 이런 느낌이 있습니다. 설명이 쉽진 않은데, 어떤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맞는 것,  맞지 않는 것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것. 그리고 둘 다 그대로 수용하는 것도 아닌 것. 
 
 그 결과.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어느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
 
 
 
 2. 정리, 꼭 해야 하나요?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있습니다. 오래된 것이지만 그 시절의 추억이 담겼고, 무엇보다도 다시 구할 수 없습니다.
 마트에 가서 대량으로 사온 생활용품이 있습니다. 하나씩 사면 너무 비싸고 마트에 자주 가는것도 쉽지 않으니까 한번에 많이 사들고 옵니다.
 
 내가 아끼는 것과 내가 필요한 것. 두 가지는 내 집에 있어도 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남의 집이 아니라 내 집이고, 내게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 두가지도 계속 하나둘 늘어나고 점점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시간이 가면 갈 수록 하나둘 추억의 물건은 늘어가고, 마트와 인터넷쇼핑을 통해서 사들인 물건들도 점점 더 다양해지는 거죠.  이젠 더이상 팔지 않는 물건도 버리기 힘들지만, 계속해서 나오는 새롭고 편리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실현한 상품도 사고 싶은 걸요.
 
 그러다 어느날부터는 책상 위에서도, 서랍 안에서도, 방 안에서도 그 사이 많아져버린 '추억과 편함' 이 차지하고 남은 공간을 써야 합니다. 물건이 떨어질까 싶어 조심조심 해야 하고, 뭐가 있는지 기억도 잘 안나서 그냥 다시 새로 사게 되며, 아끼다가 유통기한이 다가와서 퍽퍽 쓰면서 이게 얼마짜린데 하기도 하는거죠.
 
 그럴 때, 아무래도 정리가 약간 필요하긴 할 거 같아, 그런데 막상 정리를 시작하면 알게 됩니다. 이것도 다시 쓸 거 같고, 이것도 다시 쓸 수 있고... 배열만 바꾸어 다시 어딘가로 집어넣으려 애를 씁니다.  실은 그날 기분처럼 다 버리거나 나눠주고 나면, 저녁이 되면 알게 되거든요. 당장 필요하다는 걸.
 
 
 3. 정리를 하세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정리를 하세요, 정리를 도울게요.
 네네, 네네.
 
 가끔은 그 말이 좋은 의미 같긴 한데, 조금은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 정리 좀 해, 이게 뭐야. 집안 꼴이... !!!!!" 같은 윽박지르는 소리나 엄마 잔소리 같은 걸 들으면 조금 기분이 상합니다. 또는 매우 친절하게 정리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주고 도와주겠다고 해도, 듣는 입장에서도 그게 호의라는 것을 알면서도 때로는 싫을 때가 있습니다.
 
 그건 지금 당신의 상태는 정리를 요하며, 정리를 해서 조금 더 나아질 것을 권하는 것, 그리고 지금 당신의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미묘한 느낌까지 더해지면, 그 말은 잘 알겠는데, 반발심이 생기는 거죠.  그건 나를, 당신이 생각하는 좋다는  기준으로 바꾸겠다는 것처럼 들리니까요. 그리고 기준도 같은 집에 살고 있어도 약간씩 다르기도 해요.
 
 "엄마, 이거 유통기한 지났어."  "놔둬 ,내가 먹을 거니까"
 "야, 이거 좀 버려." " 안돼, 이거 내가 쓰는 거야."
 
 
 4. 정리, 하고 싶을 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정리가 하고 싶은 아니 해야할 것만 같은 그런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땐 의외로 잘 버립니다.
 
 꺼내보니까, 이 티셔츠는 유행이 지난 것 같고(그러나 얼마 전까지 입었고) , 이 펜은 거의 다 썼고(조금 전까지 잘 나온다고 했고), 이건 어쩐지 우유가 맛이 조금 변한 거 같고(조금 전에 먹으면서는 맛있다고 했음), 등등 굳이 버려야 할 이유를 잘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정리를 하고 나면, 문제는 새로 사고 싶은 거죠. 때때로 새로 사야할 이유이거나, 새로 사고 싶기 때문에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진짜 정리를 하고 싶을 때는 지금의 나를 조금 덜어내고 싶을 때입니다.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았다거나, 지금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그 사람이 준 거 다 버리거나, 아니면 이전에 입었던 옷이며 뭐며 다 버리는 것. 그리고도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서 버릴 것이 없으면 그 때부터는 집안을 구석구석 박박 닦기도 하고, 있는 거 없는 거 다 꺼내서 버리기도 하는 그럴 때는... 정리보다는 청소 같습니다. 아무래도.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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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정리법
도미니크 로로 지음, 임영신 옮김 / 문학테라피
/ 2013년 11월> 
 
 
 
 
 
 
 
 
 
 
 1. 실천편이라고는 하는데, 실용서적같지는 않았습니다. 일본저자의 번역서일 경우에는 실용서일 경우 간단하게 이해하기 쉬운 설명이 있는 그림, 도표, 정리가 잘 되어 있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정리가 좋은 점에 대한 생각을 적고 있으나, 그런 점은 없었거든요.
 
 2. 지금 있는 거 다 버려. 다 버리고 새로 시작해. 그렇게 새로 태어날 것을 주문하는 책도 있겠지만, 다행인지 그런 말은 아니었습니다. 당신이 살아가는데, 지금 너무 많은 것들 - 그러니까 물건도 기억도 이것저것 다 포함해서 - 이 있어서 당신이 살 공간이 없어지면, 그런 것들을 조금 줄이고 살 수 있다는 그런 의미였습니다.  또한 당신에게 지금 필요한 것을 설명해주고, 꼭 필요한 거라면 버리고 후회할 거라면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3. 할인이 있으면 어쩐지 지금 사야 할 것 같긴 합니다. 할인이 될 때는 그냥 그런데, 종료 직후부터 꼭 그거 샀어야 했는데 하면서 투덜거리면서 사는 일이 있거든요. 그럴 때도 실제 필요가 아니라 아까 못 산 아쉬움 때문에 살 때가 자주 있어요. 그런 거, 결국 불필요한 소비라는 거겠죠.
 
 4. 먼 미래에 좋은 집에 가면 꼭 쓰겠다고 사 둔 것들도, 언젠가 누가 사 주었던 소중한 것들도 너무 많아지면, 마음이 과거와 미래로 향해서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살지 못할 수도 있나봅니다. 전에는 그런 생각 안 했는데, 추억이 되는 것들도, 나중에 필요한 것들도, 적절히 버리고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  모인 것이 많지 않다면, 정리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정리를 필요로 한다면, 지금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이 책을 쓴 사람도 그런 점을 설명했고, 또한 이전에 좋은 것을 사서 써보고, 즐기고 그런 시간을 보낸 다음에야 이 책을 썼을 거라는 생각을 저저는 했습니다.
 
 5. 그래서 이 책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기억해서 씁니다)
 아무래도 그게 이 책을 읽고 나서 할 수 있는 처음 같았거든요. 그렇지만 택배비를 생각하면 새로 사서 보내 드리는 것이 효율과 비용측면에서는 더욱 효과적이긴 했습니다. 다행히도 책을 마음에 들어하신 듯 하여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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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2-06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도미니크 크로의 세번째 책이었는데 모두 한 목소리였어요. 당연하겠지만요.
이제 우리가 흔히 쓰는 '정리'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받아들이게 되었네요.
저도 아직 정리 잘 못하면서 어제 제 아이에게 그랬답니다 (꼬득이느라 ^^),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머리도 좋아진다고. 정리를 하려면 '체계'가 있어야 하고, 그러러면 머리를 안쓸수가 없으니까요.
다른 말도 생각해두었어요. '정리는 창조이다' ㅋㅋ
고마와요.

서니데이 2014-02-06 17:39   좋아요 0 | URL
요즘에 나오는 책 중에서 정리의 중요성이나 좋은점에 대해 쓴 책들이 있는데, 공부를 잘 할 수 있다거나, 아니면 재테크나 성과와 같은 점을 들어 설명하기도 하더라구요. 정리라는 것도 다양하게 볼 수 있는 건가봐요.

별말씀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