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주, 할인쿠폰과 함께 읽는 목요일 신간읽기

 얼마 전에 페이퍼를 썼던 책이라서 저도 찾아 읽었습니다. 아직 인터넷 연재중인데, 지난 주에 끝이 났더군요. <미생>이라는 말이 무슨 말이지? 그래서 찾아보게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시작해서 잘 읽었습니다.

 

 주인공 이름이 장그래입니다. 그래 그래 맞아, 할 때 그 '그래'. 한국기원에서 오랜기간 연구생으로 있었지만 그는 입단하지 못하고, 짐을 정리해서 나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이 어려워지게 되자 그는 아는 분의 도움을 얻어 회사에 추천을 받아 취직하게 됩니다만, 들어가보니 인턴십이라서 2개월 뒤의 인턴시험에 합격해야 채용이 됩니다. 처음 들어간 곳은 인력부족으로 허덕이던 오과장의 영업3팀인데, 일은 정말 많지만 오과장과 김대리라는 상사로부터 처음부터 배워가면서 채용시험을 준비합니다. 

 

 

 어릴 때 한국기원에 들어가고 오직 바둑만 두었던 그는 다른 인턴들에 비해 여러 가지로 부족한점이 많았습니다. 취업경쟁이 치열한 요즘은 구직자에게 요구되는 것이 상당히 많은데, 그의 이력서는 특이사항이 없었고, 이전 직장에서 바둑때문에 적응에 어려움을 겪다 그만둔 터라, 한국기원의 연구생 이력은 적지 않았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는 바둑을 접고 또다른 세계에서 모든 걸 새롭게 배우기로 하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 처음 들어가서 바이어를 잠시 만나는 그 장면을 제외하면, 그가 회사에서 일하는 데 있어서 바둑을 두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장그래가 일하는 회사는 종합상사이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람들과 일에 만화는 주된 내용을 할애합니다. 그럼에도 이 만화는 연재 회차에 실제 있었던 기보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1회는 1수로 표현하고, 매 회차에는 첫 부분에 그 기보가 보여집니다. 그가 집에 돌아가 일기를 쓰는 것처럼 매일의 대국을 정리하는 내용이 있고, 첫 부분에 인턴동기인 한석률과 말하는 부분에서 바둑을 두는 것과 같은 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뒷부분으로 갈 수록 바둑은 많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회차 첫 부분의 대국은 계속 진행되면서 한 수 한 수 늘어가고 있음을 보게됩니다.

 

 

  인턴 동기 중에서는 그와 함께 시험을 준비했던 한석율, 안영이, 장백기 등이 정규직으로 합격해서 함께 회사에 근무합니다. 이들도 신입사원이라서 이것저것 배울 것이 많고 적응해야 할 일도 많고, 때로는 실수도 해서 곤란해하기도 하면서 회사생활을 시작합니다. 장그래는 인턴십에서 배속되었던 영업3팀으로 가게 되어 다시 두 상사와 함께 바쁜 회사생활을 시작합니다. 인턴십동기들과 달리 그는 계약직으로 채용되었기 때문에, 그에겐 만료시한이 있는 회사 생활이 됩니다.

 

 

 영업 3팀은 중간에 들어온 박과장의 비리 사건으로 인해 뜻하지 않은 일을 겪으면서, 오과장은 승진해서 팀장이 되고 새로 천과장이 이 팀에 오면서 네 사람이 일하게 됩니다. 이 비리 사건이 계기가 되어 준비하게 된 요르단 중고차 수출 사업 보고회도 잘 끝나고, 새 아이템을 찾아내고 기획하느라 바쁘게 돌아갑니다. 장그래는 자신이 정규직이 될 수 있는지 불안하고, 다른 사람들은 장그래가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지만,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을 만날 때, 답을 쉽게 찾지 못할 때, 그는 지난 날 자신이 바둑을 배울 때를 잠시 회상합니다. 사범님으로부터 바둑을 배우면서 받았던 가르침을, 그는 자주 아니면 매 순간 기억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표면적으로 그는 바둑을 두던 자신을 보이지 않습니다만, 이 이야기 속에서 그는 언제나 바둑을 두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김대리와 함께 집에 오던 날 보여주었던 매일의 기록처럼 말입니다. 바둑은 그에게 승부사로서의 기질을 길러주었고, 집중력과 어려운 순간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평정심을 남겨주었을 것 같습니다.  

 

 

 회차와 함께 한 수 한 수 늘어가면서 가장 처음에 나오는 바둑의 기보는 1989년 응씨배 제 1회에서 조훈현과 네웨이핑이 두었던 결승 5번기라고 합니다. 이 만화의 제목과도 같은 미생은 2집을 만들어 완생에 이르지 못한 말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장그래의 계약직 기간도 2년입니다. 그가 한 사람의 상사맨으로 배우기 위해서 한 수 한 수 늘어가듯, 하루 하루 열심히 채우면서 완생을 이루기 바랍니다.

 

 

 

  지난 주에 연재가 끝나서 저는 연재 끝까지 보았습니다만, 단행본으로는 아직 완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말은 쓰지 않겠습니다. 읽는 분들이 생각하는 <미생>의 완생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리고 덧붙여, 인터넷 연재에는 실리지 않았던 대국의 기보에 대한 해설이 단행본에는 실려있습니다. 저는 바둑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이라서, 그 해설을 보고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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