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도 이 책을 살 건가, 하는 생각을 하긴 한다. 그만큼 그 제목이 인상적인 걸지도.

그래서 몇 권 골랐다. 제목이 좋은 책들- 그리고 이어진 것은 해당 책과는 전혀 상관없는 저의 잡문입니다. 그래도 제목이 참 좋아서, 옆에 어떤책의 제목을 붙인, 황당한 잡문을 써봅니다.

 

 

나는 조금 느릴 뿐이다.

 

일이 잘 안 풀릴 때, 나는 고민한다. 남들은 잘 사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잘 안되는 걸까. 다른 사람은 나보다 얼마나 더 많이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 걸까. 난 얼마나 더 열심히 살아야하는 걸까.

지난 몇 년간, 가끔 그렇게 힘들어 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자주 힘들다. 아니, 말하기 부끄럽지만 털어놓자면, 한 순간도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고 산 적이 없다.

그럴 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다행인 건 이거였다. 그래도 나보다 성공했을 사람을 미워하거나, 싫어하거나 그러진 않았던 것. 만약 그랬다면 나는 더 고통스럽게 시간을 보냈을 것 같아서 그렇다.

조금 때가 늦게 오는 사람도 있는 법이야.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지만, 위로는 위로일 뿐. 속도는 늦춰서는 안된다. 지난 몇 년동안 배운 거라면 그런 거였다.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된다면

 

만약에, 내가 무슨 말을 했을 때, 이 말을 들은 사람은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런 것이 결국 오해일 수도 있고, 또는 불신일 수도 있을 것같다. 이 말을 누군가 들어주고 믿어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솔직한 말을 할 수 없을 거다. 듣는 사람을 배려해서 말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만큼의 작은 신뢰가 없다면,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아질 것 같다. 그런 날들이 가끔 있다. 말 하고 싶지 않아지는 날들이.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살다보면 누군가로부터 상처입고, 그리고 상처주고. 악순환은 반복된다. 사실, 의도는 그게 아니었어. 그러나 이미 상처입은 후였다. 상처가 아무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단 한순간에 미안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게 그 순간에 없었던 일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냥 보이지 않으니까 그렇게 넘어가고 싶을 뿐이지. 더이상 꺼내지 않고, 아물도록 싸매둘 뿐.

 

 

 

 

어제는 버리고 가라

 

어제를 버리고 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제는 어제로, 오늘은 오늘로, 그리고 내일은 내일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러나, 옛 친구를 만나면, 요즘 뭐 하니? 하고 묻곤 거의 대부분 전에 있었던 있들을 이야기한다. 우리 전에 그러지 않았냐, 하면서. 실은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해서, 그렇게 물어보면, 그런가? 싶으면서도 그래, 그랬었지, 하면서 말을 맞춰준다. 난 오늘 이야기가 하고 싶지만, 언제나 누군가는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한다. 어제는 그만 잊고 싶다. 오늘을 살기에도 삶은 퍽퍽하다. 그런데도, 가끔은 내일 일어나고 모레 일어날 일들을 생각한다. 그래도 잘 되는 날이 오겠지, 하면서.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어느 날 잘 되는 날이 온다는 그것으로 살아간다는 건 오늘을 생략하고 살아가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도 바뀐 것같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어느 날 부터 이젠 내가 원하는 대로 살겠어! 하고 이전에 없던 사람이 될 것처럼 말을 했지만. 그리고 나서 조용해진다. 도대체 내가 원하는 게 뭐지? 그걸 모르겠다는 거다. 그래서 심각하게 고민해본다. 이거였는지 저거였는지. 어느 순간 알게 되는 건, 그 다음 단계, 좋아하는 게 어떤 거지? 도대체 뭘 좋아한다고 말하는 거지? 당황스럽다. 좋아하는 건 좋아하기로 약속한 순간부터인가?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그렇게도 해 본다. 하지만, 어느 시기부터는 그것도 피곤하고 지친다. 좋아하기로 한 것일뿐, 그게 좋은 건 아니지 않은가. 그것과 비슷하게 내가 정말 원하는 게 있기는 한 건지, 도대체 난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길래, 아무것도 생각나는 게 없는 걸까. 고민스러워지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어느 순간 고민해보는 시간이 오고 나면, 진짜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거고, 그러나 그런 것조차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막막해지면, 그냥 하던 걸 그냥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하고 놀 수는 없는 거니까. 참 답답한 일이다, 그렇게 살았다는 게.

 

 

생애 최고의 날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지금은 준비중인 나날. 지금은 연습중인 나날. 지금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다시 해봐야 하는 나날. 그 날의 저 편엔 언젠가 준비를 끝내고 맞을 날들을 기대한다. 그 날들은 선명한 빛을 내면서 우리 앞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힘들고, 고단하고 그래서 더이상 이 날들에 지쳐 주저앉고 싶을 때에도, 그 빛나는 미래가 내 앞에 서 있다는 생각에 고단함도 잊고, 피곤함도 참으며, 목으로 꿀꺽 삼키곤 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들 그렇게 사는 것일거라고. 나의 생을 두고 하나의 이야기로 만든다면, 오지 않는 날들을 아직 읽기전인 나는 뒷 이야기를 궁금해하면서 다음 장을 한장 두장 읽어갈테지만, 이 생의 행복한 결말을 기대하면서 어떻게 좋은 끝으로 이어갈 것인지를 기대하게 될 것이다. 아직 오지 않는 날들에게, 많은 희망과 소원과 그리고 기대를 하면서, 그것들로 오늘의 진통제 삼아 살아가는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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