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읽었지만, 같은 책을 다음에 다시 읽을 때, 가~끔은 솔직하게 기억이 잘 안나는 것들이 좀 있긴 하다. (솔직히는, 가~끔 기억이 좀 나는 것들이 있다,고 말해야 하지만. ^^)

 그리고 컴퓨터로 워드 치다가 살짝 날아가버리면, 기억도 함께 날아가서 내가 뭔 말을 하려고 했던가? 멍 해지는 그런 것도 비슷한 것일까. 조금 전에도 어쩌다보니, 쓰던 것이 살짝 없어지고, 그대로 쓰는 건 무리더라, 싶은데. 이럴 땐 꼭 그 전엔 잘 했을 것만 같은 뻔뻔한 착각도 함께 생긴다는 게 문제인걸까.

 

<사자의 기억에 따른 고백>

 전 어릴 때, 엄마아빠와 헤어져 누나랑 백화점에 갔어요. 어느 날부터 누군가 날 유심히 보더니 같이 살자고 했어요. 자동차를 타고 집에 가던 날부터 난 가구점에서 살았는데, 사람들이 날 보더니 좋아해줬어요. 그렇지만, 내가 커지니까 이사도 갔지만, 결국 먼 나라에 가서 살아야한다고 해서, 비행기를 타고 멀리멀리 갔어요. 거기서 난 살아야 한다고 하고 나만 두고 갔지만, 날 보고 싶었나봐요. 어느 날 다시 돌아와 내 이름을 불렀어요. "크리스티앙" 하고.

 

<책의 대강의 이야기>

1970년 영국으로 갔던 두 명의 호주청년들이 백화점에서 아기사자를 사버렸다! 그게 이 일의 시작. 그 녀석은 정말 귀여웠고, 밥도 많이 먹었고, 장난도 심했다. 이 녀석을 정말 좋은 곳에 보내줄 생각으로 데려왔지만, 녀석이 빨리 크는 바람에 그들이 함께했던 시간은 길지 않았다. 많은 사람의 도움과 노력을 통해서 야생으로 돌아가기를 바랬지만, 정말 그리웠고 보고싶어서 찾아간 바위언덕에서 두 사람이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달려오는 건, 그들이 키우고 사랑해줬던 그 사자, 크리스티앙이었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 사자 어떻게 되었을까? 이 두 청년은 그 이후 자주 크리스티앙을 찾아가지는 않았다. 아니, 야생적응 훈련시기에 함께 있어주고 나서 떠나고는 1년 뒤  찾아가긴 했지만, 함께 있을 수는 없었다.  왜냐면 사자는 사자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살아야한다는 생각에 그 사자를 데려왔을테니까.

그러나 궁금하다. 그 이후가. 사자와 그들의 이야기는 1년뒤 만남으로 거의 끝나지만, 그 이후에도 다들 살아간 시간이 있었을테니까.

 

이 책의 앞 부분에 쓰인 이 글귀가 인상적이다.

 

"잠시 사랑했던 기억만으로 우리의 생은 빛날 수 있다."

 

짧은 시간을 함께했지만, 돌이켜보면 행복했을 시간이었을까. 평생 서로를 기억한 한 사자와 두 남자 이야기, 라는 책 부제처럼 크리스티앙이라고 불리는 사자는 수십여 년의 시간을 지나 다시 사람들 앞에 이야기로 돌아온다. 바쁘다보니, 살다보니, 잊을 건 많아진다. 소중하고 중요한 건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긴 한데, 잊고 나면 그게 소중하거나 중요했던 게 아닌건지, 사라진다. 어디론가.

 그래서 때로는 누군가의 그 행복했던 기억을, 우리도 공유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우리에게 잠시 허락되는 것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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