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가에 꽂힌 책이 붕괴직전이라는 진단을 자체적으로 수렴하여, 대비책을 마련하였다.
이렇게 쓰면 대단한데, 실은 간단히 쓰자면 이렇다.
" 책장의 책이 엉망이라서 다시 정리해서 꽂았다."
간단한 말이지만, 쓰고나서 보니 느낌이 참... (별로 안 다른가요? ^^;)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내 경우엔 머릿속이 복잡하면 청소를 할 '때'도 있다. 왜 그러냐면, 청소를 할 수 없을만큼 다른 일이 우선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워낙 청소나 정리에 능하지 못한 사람이라서, 보통 일이 아닌거다. 이른바 그날의 큰 숙원사업 쯤 된다고 해도, 내 입장으로는 틀린 말이 아니다. 오전 내내, 책을 새로 꽂다보니, 이젠 어깨도 아프고, 목도 당긴다. 더구나 어제 아침부터는 목과 어깨가 심하게 당겨서 고생스럽던 차였다. 그러나 내 소중한(진짜 소중하다) 책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데, 어깨가 문제겠냐만, 청소후의 내 상태를 보니, 어깨도 소중해져야 할 듯 하다.
일본의 유명 저술가인 다치바나씨는 엄청난 책을 가지고 있다, 그때문에 책을 놓을 공간으로 작은 빌딩을 지었을 정도. 이만큼 책이 많으면 이 책들을 보관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님이 틀림없다. 그래서 그 고양이 빌딩이라는 게 처음 듣는 순간, 나로선 그야말로 꿈나라 이야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도서 대여점에서 레일로 움직이는 책장을 처음 봤을때, 당시의 나는 도서대여점을 정말로 좋아했던 것같다. 그 책장이 두 겹이란 말이지! 그런데 도서관이라면 오죽할까. 어쨌거나, 이만큼의 책을 읽은 사람의 박식함이란 굉장할 듯 하다! 사실 이 분을 검색해보면 여러 분야에 관한 책을 낸 것을 알 수 있는데, 엄청난 독서이력이 그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못할지라도, 이 분 엄청나게 부지런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고 본다. 사실 나도 마음같아서는, 나란 사람도 이렇게 살고는 싶으나, 이게 보통 사람의 생활이 아니기에 화제에 오르고 있음 정도는, 부족한 이 사람으로서도 족히 알고 있기에 그저 부러울 뿐이다.
책을 읽으면 책속의 인물들이 책으로부터 현실로 나와버리는 특이한 일이 발생하고, 현실의 인물들과 사물들이 책속으로 들어가버리는 역시 감당하기 힘든 일이 생겨나는 어떤 사람이 있다. 동화속의 어여쁜 공주님과 왕자님이 나온다고 해도, 실제로 벌어진다면 사양하고 싶은데, 하필 그 책의 대악당과 그 부하가 나타나 우릴 괴롭힌다면, 이게 현실이라고 믿고 싶지도 않은 그런 상황. 더군다나 내 맘대로 나오고 들어가면 내가 마법사라도 하고 좋겠지만, 이건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라는 그다지 쓸모없는 효용성을 자랑하는데. 어쨌거나 용감한 주인공들은 그럭저럭 악당에게 겁을 먹기는 했지만 순순히 원하는 바를 들어줄 생각은 없고, 은근히 용감해지기는 한다만. 1권만 읽은 나로서는 뒤에 어떻게 될 지 진짜 궁금해진다. 여기엔 책을 매우 사랑하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니, 책을 아끼는 분들은 약간의 동질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오늘 내가 읽었을 때는 소리내어 읽지 않았으므로 악당이 튀어나오거나 하지는 않았으니, 악당이 거슬리시는 분들께선 조용히 읽어보심이 어떨까.
어지간히 고생해서 꽂았으나, 책장의 배열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러고 다시 꽂기에는 어깨가 너무 아프지. 근데 더 중요한 사실은, 내가 다시 책을 또 얼마나 사 들일 것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같다. 책을 사들이는 것을 잠시 멈칫 했던 건 꽂을 자리가 없어서였을 수도 있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공간만 비면 사들이는데 뭐 있는 나도 좀 조심해야 할 듯 한데.
매일 정리를 조금씩 하면, 시험공부도 편하고, 집도 좀 넓어지련만, 왜 그렇게 바쁘기만 한 걸까? 그 점에 대해선 다음 페이퍼로 찾아가는 걸로 하자. 오늘은 다시 책장을 보러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