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들이 힐링이 대세다, 모두들 위로받고 싶어한다, 등등. 전공하지 않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을 전공으로 한 분들의 일반인 대상 교양서나 자기계발 서적이 많다. 우리 집에도 찾아보면 몇 권 있을 것이고, 가끔 이 책들은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으므로 읽지 않았어도 괜히 친근하며, 아는 사이라도 된 듯 느껴진다.
 

 왜 그럴까? 무엇때문에 다들 트렌드라고 할 만큼 치유와 위로를 원하는 걸까?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근데 우리가 뭘 잘못하긴 한 걸까? 이런 생각이 갑자기 든다. 

 알고 보면 내가 잘못한 것도 있겠고, 내가 고치는 게 그래도 제일 빠른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곤란한 것은, 내가 잘못한 것을 알기도 어렵지만, 문제는 그걸 잘못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울적하고 기분이야 언제나 그렇고, 문제는 있는 것 같고,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정리가 되면 그나마 낫겠지만, 아예 내 힘으로는 지금 당장 해결안되는 이 상황이라면 위로라도 받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그런 걸지도.

 

어쩌다 들른 그 가게의 이름은 노사이드였다. 그 시기의 나는 오랜 불면증으로 무척 지쳐있었다. 그날 처음 만난 가게 주인이 내 문제를 듣고 뭔가 나를 위해 해 주겠다고 나섰다. 알고 보니, 나는 너무 열심히 살았던 거고, 그게 문제였다. 너무 지쳤던 모양이다.

 우연한 계기에 만나게 된 어느 지하의 가게에서, 사람들은 전직 정신과 교수였던 주인의 조언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조금씩 변화되고 한층 여유로워진 생활을 얻게 된다. 여기에서는 여러 사람이 에피소드별로 등장하는데, 읽다보면 다 내 얘기라도 되듯 다들 너무 먼 세계의 모습이 아니다.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은 여러 사람이지만, 읽다보면 가게주인의 처방전을 두고서 그래, 그래, 그렇게 하면 좋아지겠다, 하고 열심히 읽게 된다. 그리고 조금은 변화된 모습에 만족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런 방법을 통해서 나도 바뀔 수 있을지 다시 찾아읽게 된다.

 

 위의 책이 진지하게 사는 고민에 대해 처방전을 제시한다면, 이번엔 어느 병원 지하의 수상한 2인조콤비를 찾아가는 게 낫겠다. 일단 무척 재미있다!

 종합병원 지하에 있는 정신과에는 이라부라는 의사와 마유미라는 간호사가 있는데, 기본 상식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매우 자기개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이다. 위의 가게 주인이라면 듣는 사람을 배려해서 이것 저것 설명도 해주겠지만, 이 의사콤비는 그것보다는 특이한 방식으로 여러가지를 시키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사이에서 내 문제을 찾게 해 준다. 

 이 의사가 명의라고 하도 소문이 나서, 혹시나 말씀드리자면,가는 사람마다 매번 주사부터 맞을 것을 강요한다. 주사 말고는 더 굉장한 것을 요구하지는 않더라도, 매번 특이한 요법을 동원하면서 당신의 합리적 상식에서 나온 기대따위는 비슷할 리도 없다. 그래도 이런 이라부선생이 요구하는 황당한 치료계획에 대해 울상을 짓는 건 환자 입장이고, 나야 괴로울 리 전혀 없는 읽는 입장이다보니, 자주 웃다가 읽는 것이 끊기기도 한다. 밤에 읽으면 웃다 잠들기 힘들고, 다른 사람 있을 때 읽으면 웃는 것 참느라 힘들다. 다음 권 있으면 안 읽을 수 가 없어서 두 권 연속으로 읽었었다. 참고로 한 권 더 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방송프로그램을 보면, 아이의 문제되는 행동을 전문가가 보고 문제점을 찾고 개선점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인데, 사람들이 겪는 문제점을 풀어주는 가게주인의 역할도 약간은 비슷하다. 이런 이유로 당신은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신의 이런 점이 바뀌어야 한다는 조언. 그리고 단지 한 마디 하는 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처한 환경에서 변화할 수 있는 도움도 여러 가지로 그 사람에 맞게 맞춤식으로 제공된다.

 반면 이라부와 마유미 콤비는 조언보다는 실제로 이것저것 황당할만한 요구를 계속한다. 여기서도 그 환자만을 위한 맞춤식이지만, 위의 경우와는 약간 다르다. 환자로 왔으니 미심쩍고 반발심이 생겨도 결국은 별 수가 없으니 마지못해 따라 해보기로 한다. 그러다 환자로 온 사람도 자신의 문제를 이해하게 된다. 물론 그렇더라도 이 의사가 그걸 찾아낸 것 같은 생각은 들지 않지만.

 

 요즘은 나이 성별 상관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트레스 받는 환경에 산다. 해야할 것은 많고 경쟁은 치열하다. 우리는 이미 그런 환경에 익숙해져있지만, 한편으로는 늘 스트레스 받는 환경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잘 해도 더 잘하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고, 오직 나만이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무언가는 별로 없다. 내가 아니면 다른 사람도 얼마든지 이 일을 할 수 있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앞으로 장담할 수 없다. 뭐, 그런 것들. 한참 시달리다보면 스트레스 받는 환경에 대해 예민하지 않게 된다. 늘 스트레스는 받았으니까. 그런데 계속 그렇게 살 수는 없을 거고, 어느 날 알게 된다.
 "아, 더이상은 못하겠다."

그렇게 말할 순간이 된다는 것, 또는 강제로 그렇게 만들어 침대 위에 눕히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것. 누군가 그렇다고들 하는데, 듣는 입장에서야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침울하다.

 

 그런 날들이다 보니, 잠시만이라도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을 원한다. 누구에게 말이라도 해서 밖으로 토해내고 싶을 때, 내 말을 들어주고 내가 아픈 것을 그저 알아주기라도 했으면 좋을 것만 같은 그런 절실한 마음. 누군가는 힐링이라는 건 최근의 트렌드인데 너무 그런 책만 읽는다고 말하지만, 지친 사람에게 격려가, 아픈 사람에게는 위로는 필요하다. 이런 세상에 사는 게 싫다거나 하는 그런 핑계를 대고 자기 입장이 잘 안되는 걸 이래 저래 변명하는 삶은 자기 자신에게 좋을 것이 없다. 나로선 열심히 그토록 노력했지만, 사실 거의 대부분 사람들도 다 그만큼은 한다. 그래서 결과는  그 절실했을 소원의 성취를 매번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주저앉으면 그건 나만 손해라는 걸 알고나면,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한 발 더 내딛는다. 때로 누군가 애정을 갖고 적절한 조언을 해줬으면 좋겠다. 이번에 다시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번엔 다른 시도를 해 볼 필요가 있다. 때로 누군가 애정을 갖고 적절한 조언을 해줬으면 좋겠다. 그 노사이드의 주인처럼. 아니면 이라부선생처럼 재밌기라도 했으면 지금보다 덜 지루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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