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2일 일요일입니다. 지금 시각 오후 4시 26분, 바깥 기온은 14도 입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고 계신가요.^^

 

 어제보다는 조금 더 기온이 올라간 것 같은 오후예요. 이번주엔 벚꽃이 피기 시작했고, 며칠 전부터는  바닥에 연분홍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작년의 기억이 많이 없지만, 이 시기엔 꽃이 피었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년 처음 맞는 것이 아니라 순환하는 계절이지만, 작년의 기억은 단편적이어서, 작년에 이런 날이 있었지, 정도만 남는 것 같아요. 중요한 것들만 기억하는 것도 다행이긴 합니다. 가끔은 작년에 찍은 사진이나, 메모를 통해서 금방 기억하지 못했던 것들을 보기도 하고요. 작년에도 4월에 추운 날이 이었지만, 언젠가 부터 햇볕이 뜨거워졌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조금 있으면 그런 날이 오겠지, 했는데, 지난 금요일을 생각하니, 그런 날이 언제든 금방 올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어제 오후를 생각하면 그런 날은 조금 더 있어야 할 것 같고요. 그게 어제와 오늘, 그리고 지난 며칠 전과 오늘, 그리고 지나간 수많은 시간들인 것 같기도 해요.

 

 매일 비슷한 날들이 지나가는 것 같았는데, 조금씩 달라지는 것들이 생기는 한 주였던 것 같아요. 매일 코로나19 뉴스만 들었는데, 어느 시기부터는 4월 15일의 국회의원 선거에 관한 내용도 뉴스에서 많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이 사전투표일이고, 다음주 수요일이 선거일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는 시기라서 투표를 하러 가는 것을 망설이다 금요일에 사전투표를 하러 갔습니다. 지난해와 장소가 바뀌어서 주민센터 옆의 초등학교 강당이 투표소가 되었는데, 줄을 설 때, 1미터 이상의 간격을 두고 서게 되어 운동장에 서서 대기했고, 손소독제와 투명비닐장갑을 먼저 받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방식을 경험했습니다. 그 날 아침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을 두고 괜찮을지 자신이 없었는데, 그래도 투표에 빠지고 싶지도 않았어요. 생각했던 것보다는 대기자가 많지는 않아도 줄은 길었고 금방 줄지 않아서 시간은 많이 걸렸습니다. 뉴스를 보니까 올해 사전투표를 하는 분들이 많으시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부활절입니다. 크리스마스는 달력의 공휴일인데, 부활절은 달력의 공휴일은 아니고, 우리 나라의 음력 명절처럼 매년 날짜가 조금씩 달라지는데, 작년에는 11일이었고, 올해는 12일이니까, 거의 차이가 적었습니다. 작년 부활절에는 세례를 받았고, 많은 분들의 축하를 받았던 날이었어요. 그리고 벌써 1년이 지났구나, 하는 생각을 어제는 했었는데, 오늘은 부활절 당일이 되다 보니, 그런 생각보다는 오늘과 지금 순간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아졌습니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코로나19로 인해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어려운 시기가 되었어요. 교회와 성당에서 부활절 특별예배나 미사를 드리기는 어렵지만, 가까운 분들과 짧은 메세지로 부활을 축하하면서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매일 비슷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에는 나만 그런 것처럼 느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누군가 새로운 것을을 시도하고, 도전하고, 열심히 목표를 이루기 위한 삶을 선택할 때, 나만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비슷한 날들에 안주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불안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느 날에는 어제와 같은 날을 살고 있다는 것에 안도하기도 하면서, 또 어느 날에는 앞으로  더 빨리 그리고 더 멀리 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집니다. 매일 매일 선택하면서 살아가는데, 그 선택이 늘 좋을 수는 없다고 해도, 맞는 방향으로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금 늦더라도 꾸준히 갈 수 있는 마음과, 조금 늦어진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소한 것을 시시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늘 만나는 일상적인 일들에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사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어려운 일을 통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도 좋지만 쉽지 않을 때가 있는 것처럼, 자기 자신과 좋은 친구가 되는 것 역시 어느 순간에는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벚꽃이 조금씩 날리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좋은 주말 보내고 계신가요.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어제 늦은 오후에 찍은 사진입니다. 보리인데, 봄인데 벌써 이만큼 자랐습니다. 어제 저녁엔 조금 더 흐린 편이었는데, 초록잎이라서 그런지 멀리서도 잘 보였어요. 시간이 지나면 키가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건 조금 더 지나서의 일입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20-04-12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12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0-04-12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곳은 벚꽃이 거의 다 지고 푸른 이파리가 많이 돋아나고 있는 계절입니다.
어제 오늘은 비바람이 세게 불어 내일이면 완전히 다 떨어지겠다 싶구요!!
암튼 서니데이님도 건강 주의하시고 면역력 많이 많이 키워 놓으시길요^^

서니데이 2020-04-12 22:53   좋아요 0 | URL
남쪽은 올해 벚꽃이 일찍 피었다고 들었어요. 여긴 이번주부터 피기 시작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조금씩 꽃잎이 떨어져요. 날씨가 따뜻해도
일교차가 큽니다.
책읽는나무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밤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