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1일 수요일입니다. 지금 시각 10시 48분, 바깥 기온은 26도 입니다. 오늘도 더운 하루, 시원하게 보내셨나요.^^

 

 밤이 되니,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는 조금 더 선명하게 들려요. 소리가 가까이 들리는 건 맞지만, 낮에 듣는 것과 밤이 되어서 듣는 것의 차이가 있는 것처럼 조금은 다른 느낌입니다. 햇볕이 있는 시간과 햇볕이 없는 시간의 차이일 수도 있고, 그만큼 사람들이 움직이는 시간과 휴식하는 시간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요. 어느 날 비가 조금씩 내렸던 날에는 멀리서 들리는 소리가 잘 들리는 기분이었어요. 진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고요, 그냥 그런 기분이 드는 것. 오늘의 선풍기가 그렇습니다.^^

 

 매일 매일 날씨를 찾아보고, 뉴스를 봅니다. 그렇게까지 날씨에 관심이 많았던 건 아닌데, 페이퍼를 쓰면서부터는 매일 앞부분에 날씨 이야기를 쓰니까, 조금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언젠가 서재 이웃분께서는 기상캐스터 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 매일 조금씩 적어둔 날씨 이야기는 그 때보다는 시간이 조금 지나서 읽었을 때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제의 날씨보다는 작년의 날씨를 잘 기억하기 어렵잖아요. 오래 전의 일들을 찾아보면, 오늘 겪는 일들이 늘 처음 만나는 것만 같지만, 그 때도 그랬구나,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작년이 더웠어요. 올해는 정말 더워요. 작년은 더 더웠어요. 올해는 괜찮네요. 그런 것들을 찾아보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들은 아닐 수 있지만, 살다보면 조금씩 누적되는 나이테 같은 느낌처럼 남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오늘은 들었습니다.

 

 

 19일 월요일에 찍은 사진이예요. 집에서 멀지 않은 화단엔 저녁이 되기 전에, 그러니까 늦은 오후가 되면 조금씩 분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활짝 피는데, 다른 꽃들은 이 꽃이 피는 시간에 꽃을 접으니까, 어쩌면 다른 꽃들과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는 것처럼 꽃이 피는 시간이 다릅니다. 어느 날 밤에 나와보면 더운 여름밤 하얀색과 노란색, 그리고 진한 분홍색의 꽃이 피어있어요. 그러면 잘 모르지만 이거겠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지나갑니다. 이 꽃이 피기 시작하면 더운 여름도 후반부가 접어드는 시기가 됩니다. 벌써 그런 시기가 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올해 보니까 8월에 그렇게 늦지 않은 시기부터 피는 것 같더라구요.^^

 

 

 1. 매일매일, 오늘은 오늘의 숙제가

 

 별 생각없이 살다보면, 어제와 오늘의 경계가 진하지 않고, 겹쳐지게 되는 것 같아요. 어느 날 부지런하게 사는 날에도, 대충대충 사는 날에도 그런 날은 있습니다. 어느 날 계속 잠을 덜 자면서 공부를 했었는데, 그러다보니 날짜가 많이 지나가는 것들을 잘 모르고 살고 있었던 때가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서 그게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나중에 후회를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열심히 하면 다 될 것 같아서 그랬지만, 그건 열심히도 아니고,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같은 것들을 늦게 알았거든요. 하지만 대충대충 살아도 하루는 금방 지나갑니다. 대충 이만큼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같은 느낌도 남지 않고 빠르게 지나갈 때도 있으니까요.

 

 가끔은 과정이 중요하고, 또 어느 날에는 결과가 중요하고, 그런 것들도 계속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느 날에는 알게 됩니다. 그동안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느끼게 되지요.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던 어떤 것들을 알게 된 다음에는 이전에 보던 것과는 다른 방향에서 다른 느낌으로 조금 달라진 채 보게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그게 더 좋은 것 같은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고요, 그냥 달라진 방향으로 수정된 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눈높이의 위치가 달라지고, 보는 자리가 달라지면 같은 컵도 다른 모양으로 그리게 되는 것처럼요.^^

 

 어제 일기를 써야겠어요.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어느 날에는 그런 것들을 자발적으로 많이 쓰고 싶어지지만, 또 어느 날에는 그런 것들을 혼자 보고 혼자 적는 일기임에도 뭘 쓰나, 하는 마음이 될 때가 있습니다. 어제는 그런 마음이었는데, 오늘은 또 어제와 다른 마음입니다. 오늘은 일기에 쓰는 대신 페이퍼에 쓰고 있는 것 같은데, 일기를 쓴다는 것도 때로는 혼자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해서, 어느 날의 페이퍼는 일기 같은 느낌이고, 때로는 편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어떤 날에는 쓰는 것이 또 어떤 날에는 읽는 것이 그 날의 기억이 됩니다만, 많이 쓰고 많이 잊어버리고, 그리고 다시 비슷하지만 조금 다를 지도 모를 이야기를 씁니다.

 

 어제와 오늘 차이에 큰 변화는 없어요. 하지만, 모르는 사이에 어느 순간부터 큰 변화가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어느 날 그렇게 달라지기 전에 시작되는 것들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많지는 않지만 그런 것들이 없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으니, 그런 것들이 있을 때의 이야기를 할게요. 그러니까 그런 변화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런 것들을 알게 되는 건 조금의 시간이 지난 다음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면, 중간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보여지는 것 같고, 어느 순간 달라지는 것의 순간 순간을 기록해도 그 때는 잘 모르지만, 어느 시기가 되어야 알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결과도 중요해보이는 것. 그러니까 두 가지 모두 중요한데, 어느쪽이 더 중요할 것인가 하면, 그건 금방 고를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과정이 중요하다, 결과가 중요하다, 그런 것들은 어느 날 어느 날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열심히 했지만, 원하던 결과가 아니면 좋은 과정이었는지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열심히 했다는 것의 의미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요, 그리고 진짜 열심히 했는지 아닌지는 결과에 따라 다르게 보일 때도 있어요. 가끔 운이 좋으면 그렇게 열심히 안 했는데도 결과 때문에 아주 열심히 해서 그런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고요, 그보다 더 많은 경우는 열심히 했는데, 근데 결과가 별로라서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가 더 많았어요.

 

 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어느 날부터는 그런 남은 것들까지도 결과를 받아들이는 한 과정에 포함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때에는 결과가 나오면 끝난 것 같았는데, 그게 어느 날부터는 그 다음 그 결과로부터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시기까지는 한 과정 안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매번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러니까 늘 다른 마음이 되는 것 같은데, 어느 때에 있었던 것들이 어느 때에 꼭 그런 건 아니니까, 매번 처음 만나는 것처럼 낯설고 알 수 없는 것들일지도 모르겠어요.

 

 어느 날에도 어느 날에도 자신감이 가득한 날은 없었어요. 늘 알 수 없는 처음가는 길을 찾아가는 기분에 가까웠습니다. 늘 익숙한 길을 지나가도, 늘 익숙한 날을 살아도, 어느 날부터 어느 날을 지나 생각해보면, 늘 같은 건 없었을거예요. 그러니까, 어제와 오늘을 지나면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어, 하는 것도 다 맞는 건 아닐 것 같습니다. 어제는 이런 생각을 했지만, 오늘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요. 어제는 초콜렛 아이스크림을 좋아했지만, 오늘은 아이스커피를 좋아할 수 도 있는 거니까, 어제와 오늘의 차이를 조금씩 찾아보면 조금은 있을 것 같아요.

 

 때로 어떤 질문은 타인을 향하면서도 그 질문이 실은 자신을 향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내 안에서 나온 답이 있긴 하지만 그게 답이 맞는지 조심스럽거나, 때로는 내가 생각했던 그게 답이 아니라는 것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듣고 싶을 때가 있는 것처럼요. 하지만 다른 사람도 또 나도, 어느 날에는 잘 알지만, 또 어느 날에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운이 좋다면 나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을 통해서 나를 보게 되고, 그 안에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될 때도 있어요. 정말 운이 좋다면 이라는 말을 쓰고 싶은 것처럼, 그런것들을 잘 보이지도 않고, 늘 보이는 것도 아닌 것 같긴 해요.^^

 

 

 더운 밤입니다. 선풍기가 쉼없이 돌아가고 있는데, 멀리서 바람이 불면 그게 선풍기라는 걸 잊고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은 착각이 생겨요. 하지만 가까이 있으면 윙윙 돌아가는 소리 때문에 선풍기님이 가까이 계시는군, 하는 걸 그렇게 의식하지 않는데도 알고 있습니다. 감각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요. 때로는 양말을 신고 신발을 신어도, 바닥에 카펫이 깔린 것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익숙하지만 어쩌다 알게 되면 신기한 것들은 있어요.^^

 

 요즘 날씨가 지난주보다는 기온이 조금씩 내려가고 있지만, 그래도 낮은 여전히 덥고, 밤도 가끔씩 덥습니다. 지난주를 생각하면 덥다고 하면 안되는데, 그런데도 덥긴 더워요. 전보다는 아니야, 라는 생각이 그 순간에는 잘 들지 않는 것 같고요, 나중에 날씨를 찾아보면 숫자가 다르니까, 그 정도는 아니구나, 하는 마음이 됩니다. 선풍기를 틀고 자면 아침에 목이 건조해요. 더울 때는 그런 걸 모르고 있었는데, 이것저것 조금씩 달라지는 걸 보면 고온다습의 여름도 조금씩 지나가는 것을 느낍니다.

 

 벌써 오늘이 수요일이네, 하다가 이제 그 수요일이 30분 가까이 남았다는 것을 봅니다.

 조금더 목요일이 가까워지고 있어요.^^

 덥지 않은 시원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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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8-22 1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빗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새벽에 일찍 일어났어요. 날씨가 습한데다가 일찍 일어나서 그런지 오늘 컨디션이 저조하네요.. ^^;;

서니데이 2019-08-22 18:04   좋아요 0 | URL
여름엔 열대야 때문에 창문 열고 지내는 날이 많은데, 바깥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 같아요. 잠을 잘 자야 하는데, 오늘은 조금 피곤하셨겠어요. 여름이 많이 지나도 아직 많이 덥네요. cyrus님, 시원한 오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