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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평전 - 조선 후기 민족 최고의 실천적 학자
박석무 지음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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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게 거슬릴지도 모르는 말을 좀 하자면, 내가 보기에 이 『다산 정약용 평전』은 편협한 것이 사실이다. 진실로 다산이 흠잡을 데 없는 평가를 받아 온당하다면, 세평이나 이름난 이들이 다산을 추어주는 시각 역시 매한가지였다면, 그의 인물됨을 이런 식으로 그려서는 다소 (필시) 곤란하다. 그런 만큼 이 책을 읽은 사람으로서 보건대 이쪽 또한 책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에 곤란함을 겪고 있다. 다산이라는 인물에 티끌 하나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저자가 보는 다산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유일한 성인군자임에 틀림없다. 그만큼 칭찬 일색이다. 그렇다면― 내가 얻은 정보라고는 이것밖에 없으니, 저자와 책에 대한 평보다는 책 속에서 현대로 직핍해 온 ‘어질고 현명한’ 다산에 대해서만 끼적일 수 있을 따름이다.




……그들에게 목민관의 직책을 내려 주었던 것만으로도 그들은 은혜롭게 여겨야 할 일이건만 백성의 재물을 빼앗고 탐관오리로서 엄연히 법을 범했는데 그대로 놓아주고 죄를 묻지 않으신다니, 어리석은 신의 소견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대체로 법을 적용할 때는 마땅히 임금의 최측근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 「경기 암행어사 복명 후의 일을 논하여 올리는 소」




실로 아이러니 한 것은, 나는 저 신유옥사로 인해 유배된 다산이 그 시기에 남긴 저술로 인해서나마 그를 알아 왔다는 점이다(그렇다고 당시의 탄압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가 줄곧 피력해 온 공정한 수사와 재판, 인재 등용의 공정성, 문벌과 신분제 그리고 지역 차별의 타파, 빈부의 불균등 해소 등 (실현성의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일표이서를 관통하는 그의 의지와 주장은 지금 보아도 정의로운 것이며 공평한 처사다. 그러므로 저자가 이러한 다산으로부터 현대의 부조리를 겹쳐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신유옥사의 본질을 다음과 같이 보았다. 겨자씨만큼의 잘못을 저질러도 끝내 죽이고 말던 시파와 벽파의 싸움에서 처참하게 패한 다산이 정치적 싸움의 희생물임을 그 스스로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며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요즘 말로 ‘대통합’의 그날을 희구했다고 말이다.(p.348) 그러고는 요순 같은 성인 임금들도 민정을 살피기 위해서는 꼴 베는 나무꾼에게 나라 다스리는 일을 상의했고, 농부나 상인들에게 물어서 백성들의 불편함이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일이 정치의 요체라며 ‘소통’이란 말의 의미를 잠시도 동을 두지 않고 덧붙인다. 이것은 이미 말한 다산의 주장과 함께 <성(性) + 행(行) = 덕(德)>이라는 사유 체계― 다시 말해 아무리 훌륭한 성품이나 덕성을 갖추었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없으므로, 착한 성품을 행동으로 옮겨야만 덕이 될 수 있다며 실천을 강조하는 자세를 본질로 삼은 것을 크게 칭찬할 만한 것이다. 이것은 주자학의 성리학적 사고와는 다른 것인데, 소위 사단칠정(四端七情)의 문제에서도 역시 비슷한 견해로 드러난다. 이를테면 주자는 인의예지를 모두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이치라 해석했지만 다산은 달랐다. 그는 측은한 마음(惻隱之心)이 행위로 나타나야 인(仁)이 되고, 수오의 마음(羞惡之心)이 행위로 나타나야 의(義)가 되고, 사양의 마음(辭讓之心)의 행위로 나타나야 예(禮)가 되고, 시비의 마음(是非之心)이 행위로 나타나야 지(智)가 된다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니 이것을 입말로 하면, 인의예지의 공효는 행위와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었다(지금, 행동하지 않는 철학자가 얼마나 많은가!). 유배 당시의 다산이 고향에 두고 온 두 아들에게 보낸 글에서 짐짓 일러 주는 태도 역시 참으로 좋다. 「재물은 자손에게 전해 준다 해도 끝내 탕진되고 만다. 다만 가난한 친척이나 가난한 친구들에게 나누어 준다면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 왜 그런가 하면 형태가 있는 것은 없어지기 쉽지만, 형태가 없는 것은 없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난사람은 난사람이라고 어찌 되었든 봉건사회를 살아가면서 앞서 언급한 의지를 드러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에 틀림없으며(조선이란 시대에는 대체로 주자의 학설이 팽배했다), 위에서 따로 인용한 직언을 한 것을 두고도 단순히 임금(정조)과 뜻이 잘 통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같은 이유로 시대적 한계와 더불어 다산 개인적인 한계 역시 존재할 것임에도 분명하다. 그는 이미 기득권이라 부를 수 있는 집안 태생이었고 스스로도 상당한 지위의 관료였으며 이런저런 교육 여건 또한 지금으로 보면 ‘빈익빈 부익부’의 주인공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래저래 여러 가지 의미로 이율배반적이다…….




대밭 속의 부엌살림 중에게 의지하니 (竹裏行廚仗一僧)
가엾은 그 중 수염이며 머리털 날마다 길어지네 (憐渠鬚髮日鬅鬅)
이제 와선 불가 계율 모조리 팽개친 채 (如今盡破頭陀律)
싱싱한 물고기 잡아다가 생선국 끓인다오 (管取鮮魚首自蒸)




여담이라면 여담일까,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다. 다산이 유배 갔던 강진에서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막 옮겼을 때에는 거리가 꽤 먼 마을까지 다니면서 끼니를 해결했는데, 근처 백련사라는 절의 중 한 사람이 초당 곁에 움막을 지어 다산의 식사를 대접했다. 그런데 밥을 짓고 음식을 장만하는 날이 늘어가다 보니 머리도 깎지 않고 수염도 길었으며 불교의 살생 계율을 어기고 생선 요리까지 했다는 이야기다.(p.462) 그 백련사의 중이― 다산이 낙척한 생활에서 겪은 비태, 그가 가진 문제의식, 사회 비리나 구조 악을 대하는 자세와 공렴(公廉)에의 의지를 알아본 바, 그의 인물됨에 푹 빠져버린 것일는지도.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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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꿈꿀 권리
한동일 지음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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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수많은 동문들이 찾아와 소위 특강이란 것을 했었다. 생각해보면 참 대단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공허하기도 한 이야기들이었다. 아마도 당시는 지금보다 더 마음의 여유가 많았을 때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동일 신부의 이야기는 어떻게 다가올 수 있을까. 그의 글은 소설처럼 흥미로우며 하나의 성공담처럼 보이기도 한다. 현재 내가 개인적으로 교우하는 사람들 중의 몇몇이 사회인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 그들 중의 어떤 이는 팍팍한 현실과의 타협에서 실패했고, 또 어떤 이는 새로운 꿈을 좇아 모험을 감행한 사람이었다. 현실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것은 참 어렵다. 아니, 어렵다는 말로는 친절한 설명이 아니다. 이 세계를 살아나가면서 ‘현실’이라는 단어와 ‘이상’이라는 단어의 괴리가 좁혀진 적을 나는 잘 본 적이 없다. 언제나 둘 중의 하나만을 선택해 인생을 꾸려나가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아버지 세대와 매한가지로, 내 또래 역시 어느 하나만을 취해야만 ‘손쉬운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현실과 이상의 거리를 없앤 사람 중의 하나가 바로 한동일 신부일는지 모른다. 그가 쉽게 좌절하는 습관을 버리고 ‘나’의 여집합 속에 내재된 가능성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속뜻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말한다. 무수한 여집합들을 깨울 수 있도록 스스로 위로하고 격려해야 한다고. 자신의 꿈을 믿고 생각의 힘을 믿어야 한다고. 긍정의 힘을 믿어야만 한다고 말이다. 오늘 나는 대학 시절 후배의,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많이 지쳐 보였다.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을까. 우리 사회가 청년들을 점점 더 힘들게 하는 것이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의 철학이 빈곤하기 때문이라는 건, 비단 한동일 신부만이 느낀 것만은 아닐 것이다. 나는 힘들어하고 있는 후배에게, 무력함을 느끼며 그저 우두커니 서 있기를 거부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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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제주도>
일본 문화인류학자의 30년에 걸친 제주도 보고서. 제주의 지질, 동식물 분포, 신화와 역사, 의식주, 종교, 언어, 풍습 등 제주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제주, 아아, 제주!



<만국사물기원역사>
동서양의 여러 사물들에 대한 기원과 역사를 백과사전 형식으로 기술한 책.


천문, 지리, 인류, 과학, 교육, 종교, 예절, 정치, 군사, 위생, 공예, 상업, 농사, 직조물, 복식, 음식, 건축, 음악, 기계 등을 비롯해 음식, 건축, 풍속에 관한 근대의 세부사 또한 엿볼 수 있다.



<도시 인간학>
저자에 따르면 ‘도시 이해의 기호학적 접근’에서 시작된 연구로 결실을 맺은 책. 책은 방대한 근현대 도시 사상의 계보를 수립해나가는데, 건축 이론과 건축 사상을 하나의 궤적으로 잇는다.



<탐정사전>
대중문화의 역사 속에 등장한 중요한 탐정 110명. 셜록 홈즈는 물론이거니와 필립 말로, 콜롬보, 김전일, 코난, 심지어 유불란까지 아우른다. 탐정이란 단지 미스터리 장르의 중요한 등장인물일 뿐만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조건에 반응하는 입체적인 인물 유형이므로, 다양한 관심사와 주제를 함축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또한 흥미롭다.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히틀러 관련 서적으로 기록되었고, 독일의 저널리스트 제바스티안 하프너 사후 15년 만에 소개되는 책. 히틀러의 생애, 히틀러 현상의 배경, 히틀러 현상이 당대와 후대에 미친 영향 등을 놀랍도록 예리하게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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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화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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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투신자살해 죽었다. 죽음의 이유가 불분명한 가운데 어느 날 그 죽은 자의 사촌 리노가 방문한 할아버지 댁에는 꽃들이 심긴 정원이 있었고, 그중에는 아름다운 노란색 꽃 하나가 덩그러니 있다. 하지만 수상쩍게도 그 꽃을 공개하는 것을 원치 않았던 할아버지마저 부조리한 현장만을 남겨둔 채 살해당한다. 그리고 평소 할아버지의 꽃 사진을 블로그에 정리했던 리노에게 메일이 한 통 도착하게 된다. 「문제의 노란 꽃 사진은 지금 바로 삭제하시길 강력히 권합니다. 블로그도 빨리 폐쇄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과거 분자생물학연구실에 적을 두었던 노인의 식물에 대한 연구, 손녀 리노의 죽은 사촌이 몸담았던 인디 밴드, 그런 리노에게 접근해 온 괴이한 남자, 그자의 남동생 소타와 리노의 만남, 소타의 첫사랑과 그의 출생……. 이런저런 복선들이 한데 엮이는 과정이 자못 흥미롭다. 에도시대에 존재했다고 하는 노란빛을 내는 나팔꽃, 그것이 이 소설의 시발인데, 왜 노란 나팔꽃을 지금에 이르러서는 볼 수 없는가 하는 물음에서 출발한 소설이 어느새 미스터리의 냄새를 풍기며 얽히고설키는 모양을 따라가다 보면 은밀한 범죄가 근저에 깔린 새로운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독소 · 흑소 · 괴소소설』을 빼고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데, 엊그제 손에 들게 된 이 『몽환화』의 간기면을 보니 벌써 2쇄였다. 국내에 고정 독자가 많다고 하는 그의 팬들이 과연 이 소설의 평가를 어떻게 할지 궁금해진다. 하나 더, 후쿠시마 원전의 이야기도 살짝 등장하긴 하지만 (아마도) 그런 쪽을 본격적으로 다룬 것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天空の蜂(천공의 벌)』란 작품이 있는 모양이니 ㅡ 『몽환화』와 원전의 접점은 소타의 전공에서만 발견할 수 있으므로 ㅡ 차라리 그쪽에서 찾는 것이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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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2014 - 편집자가 알아야 할 편집의 모든 것
열린책들 편집부 엮음 / 열린책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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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나오고 있는 책이고, 이번 2014년판 매뉴얼의 머리말에는 지난 책과 달라진 점이 적혀 있다. ISBN의 접두부 978의 소진과 전자책의 출간 증가에 따른 ISBN 표기 방식의 변화 반영, 편집 체크 리스트에 전자책 항목 추가, 추천 도서 시행 기관과 사업의 변경 내용, 출판문화산업 진흥법과 시행 규칙의 개정분 등등ㅡ 온라인 서점에 등재된 서지 정보를 보면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책에는 (모든) 책 뒤 바코드 밑에 있는 국제 표준 도서 번호(ISBN, 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라든지, 자세한 한글 맞춤법, 헷갈리기 쉬운 외래어 표기법, 열린책들에서 채택하고 있는 편집 원칙 등이 실려 있다. 특히 열린책들의 편집은 과거의 생경함에서 하나의 원칙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이를테면 강조하기 위해 쓰는 따옴표(' ') 대신 꺾은 괄호(< >)를, 대사나 대화를 나타내는 큰따옴표(" ") 대신에 홑낫표(「 」)를 사용하는 것 등이다. 열린책들은 그러나 독자들 사이에서는 '좁은 행간'으로 유명하다. 대개의 책들에 비해 줄바꿈 간격을 절반으로 줄인 느낌, 처음에는 빽빽하다고 느끼다가도 다른 책들에 눈을 돌리는 사이 외려 그쪽이 '허술'하다는 기분이 들게 하는 악명 높은(!) 편집인데, 출판사만의 이러한 편집 원칙에 대해 그 사유를 곁들였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카피로 쓰인 스티븐 킹의 말이 멋지다(그리고 무섭다).



「저술은 인간이, 편집은 신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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