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까지만 해도 <신돈>을 봐줬는데 또 권모술수가 보여 지금은 잘 안 보고 있다. 내가 그걸 봐줬던 건 몽골과 고려와의 관계 그리고 신돈을 비롯한 각 캐릭터가 좀 끌린다 싶어 본 것이긴 한데 권모술수가 전면에 부각되니 왠지 식상한 느낌이 든다.

<결혼합시다>도 처음엔 좀 재미가 있었는데 보면 볼수록 식상한 느낌이 든다. 시어머니와 친정 아버지와 친정 엄마의 젊은 시절 삼각관계가 그다지 신선해 보이지도 않는다. 주현 씨 집 말아 먹는 건 무슨 의민지? 추상미 그러고 나오는 것도 안 어울린다. 그래서 안 본다.

대신 보는 것 <서울 1945> 나름대로 스케일이 느껴지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도 포진되어있고 어떻게 보면 어디선가 본듯한 흐름이 느껴지기는 하는데 이게 얼마나 시청자를 끌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봐줄만 하다. 극중인물이 내가 예전에 알았던 남자 후배 녀석과 이름이 똑같아 봐줄만 하다고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서울 1945>가 끝나면 곧바로 <2006 사랑과 야망>을 한다. 이 드라마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했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것인데 그 이름도 유명한 김수현 씨의 작품이고 그 시간만 되면 수돗물 사용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 가며, 또 김수현이냐? 리메이크는 좀 다른 작가가 써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더랬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배우들이 뇌까리는 대사를 들으면 과연 이건 김수현 아니면 구사할 수 없는 대사구나 싶은 것이 속속 발견이 되어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의 포진이 거의 완벽해 보인다. 그때 주인공역을 고인이 된 남성훈 맡은 것을 현재는 조민기가 대신한다.



이 사람은  아무리 보아도 너무 멋있는 것 같다. 이제 나이도 왠만큼 들었으니 늙수그레할 때도 됐는데 이 배역을 위해 체중감량을 과감하게 실행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오리지날에선 김용림이 어머니 역을 맡아 표독스럽고도 억척스런 연기를 잘 소화해냈는데 정애리는 미스캐스팅은 아닐까 싶었는데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잘 감추고 배역에 성실하다는 느낌이 들어 신뢰가 간다.

단지 약간의 미스라고 보여지는 것이 발견이 됐는데 다리 불구인 딸의 캐릭터다. 너무 순백의 영혼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김수현이 장애인에 대해 감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눈에 거슬린다. 착한 아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순백의 영혼을 갖고 있을 거라는 건 좀 편견 아닌가? 요는 그럴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95년도 였나? 그때 프랑스의 단편영화를 운이 좋아 본적이 있었는데 기억하기론 장애를 가진 형제인가 친구가 나온다. 그런데 굉장히 이기적으로 그려졌다. 해설을 맡은 강사가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이 그 이전엔 영화에 장애인이 등장했는데 너무 순백의 영혼으로 그려져 장애인도 악할 땐 얼마든지 악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나 드라마에 장애인이 등장하게 된 것은 전진적으로 발전해 갔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감독이나 작가도 장애자들에 대해 재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고 무조건 그들은 착할 것이고 힘이 없으며 똑똑하지도 않을거란 교묘한 비하가 숨겨져 있다.

언어의 마술사란 김수현도 장애자를 통해 순백의 언어를 구사할줄만 알았지 그 인물에 대한 진지한 애정이 보여지지 않아 좀 아쉽다는 느낌이 든다.

과연 이 드라마가 또한번 수돗물의 사용을 급격히 줄게 만드는 신화를 다시한번 구가할 건지 두고 볼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는 TV 프로는 일요일 8시에 KBS1에서 하는 <마음>이란 프로다. 나는 이것을 애석하게도 3편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꽤 짜임새있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총 6편이며 어제까지 5편을 방송했고 다음 주가 마지막이란다.

인가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내는 제작진의 성의가 돋보인다. 인간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보게 만드니 내 마음도 새털처럼 가벼워지고 뭔가 해 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내 안엔 내가 너무도 많고 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얼마나 많은 건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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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6-02-13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www.aladdin.co.kr/blog/mypaper/818585

요거는 될려나...스텔라님 감사합니다. ^^

 

 
 전출처 : 라주미힌 > 중고책 검색 엔진

http://gogobook.net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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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사악하여 유능함이 더욱 돋보인 Dr. 괴벨스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문제적 인간 2
랄프 게오르크 로이트 지음, 김태희 옮김 / 교양인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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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는 내 개인 홈페이지(http://windshoes.new21.org/person-goebbels.htm)에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인물 파울 요제프 괴벨스, 닥터 괴벨스에 대한 제법 긴 글을 쓴 적이 있었다. 물론 이 책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이 다루고 있듯 1,000여 쪽에 육박하는 분량은 아니었으나,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나는 하나의 뿌리를 가진 전쟁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이 전쟁이 1648년, 30년간 지속된 전쟁을 종결시킨 베스트팔렌조약(Peace of Westfalen)에 의거하여 생겨난 유럽의 근대민족국가체제의 종말이자 혹은 지속적인 파국의 시원(始源)이 된다는 것, 다른 하나는 대중사회의 도래 이후 대중과 정치, 대중과 권력, 그리고 이데올로기와 헤게모니의 문제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되었기 때문이다.

앞서 괴벨스를 다루게 되고, 그에 대해 글까지 썼던 이유 역시 그와 같다. 로버트 O. 팩스턴의 "파시즘 - 열정과 광기의 정치 혁명"에 대한 서평을 쓰면서 "이제 정치가들은 좌우를 막론한 누구든 대중선거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한 바 있지만, 기존의 보수주의, 자유주의 정치인들이 대중을 경멸하고 멸시하는 동안,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시대의 대세라고 파악하고 있는 동안, 파시스트들은 대중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깨우치고, 이들을 동원하는 프로파간다 능력을 이용해, 그들이 선전선동에 있어 모범으로 삼았던 좌파를 능가하는 역량(?)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독일 제3제국을 건설한 나치 세력 가운데 이 방면에 있어 가장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이가 바로 파울 요제프 괴벨스였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디. 우리가 지난 독재정권 아래에서 했던 여러 정치적 경험들 역시 독일의 민중들이 겪었던 선동의 경험과 유사한 측면들이 있었다.

나치 독일과 제5공화국은 여러 면에서 비슷한 경로를 겪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5공화국이 전형적인 파시즘 국가였다는 말은 아니다. 비록 히틀러의 뮌헨 폭동이 실패로 끝났으나 이후 합법적 정권 장악의 초석이 되었고, 12.12 쿠데타는  성공했으나 박정희 식으로 곧바로 집권 태세에 돌입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합법적인 모양새를 갖추는 절차는 거쳤다. 이후 나치가 독일 제국의회 건물 방화사건을 빌미로 독일 내 사회주의 세력에 대한 탄압을 개시한 것과 마찬가지로 5공 역시 5.17 확대계엄조치를 통해 5.18 광주 민중항쟁을 유도하고, 이 과정을 통해 공세적 주도권을 장악하게 된다. 이후 악명을 떨친 '보도지침, 언론통폐합' 조처 등도 매우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었다. 심지어는 라디오 대량 보급과 컬러 TV보급, 프로 축구, 야구, 나치의 분서와 5공의 금서, 국민차 "폴크스바겐""티코", 베를린 올림픽과 서울올림픽, 유대인 탄압과 지역감정 등 여러 방면에서 우리에게 독일 나치 정권의 정책은 낯선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파시즘 혹은 대중 선동의 문제가 중요한 것은 유럽 전역에서 출몰하고 있는 네오 나치즘과 파시즘적 사례들에서도 알 수 있듯, 오랫동안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내면화하도록 강요받아온 우리 사회의 근저를 흐르는 기류가 그만큼 심상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우리 사회가 국가주의화 되어가고 있다거나 어떤 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파시즘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내 개인적인 인식으로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탈국가주의, 탈민족주의 역시 앞서의 염려만큼이나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서양의 역사적 경험들을 단선적으로 우리에게 대입시켜 해법을 강구해볼 수 없을 만큼, 급속하고 변화무쌍하게 일어나고(어제까지는 산아제한을 관장하던 단체가 오늘은 출산을 독려하는 것처럼) 있으므로 모순 자체를 살피는 시각 자체도 복잡하고, 섬세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의 제목 역시 원제인 "괴벨스"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괴벨스, 대중선동의 심리학"으로 이름 붙였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책을 읽어내는데는 그다지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분량에 미리부터 진력을 내지만 않는다면 퇴근 후 두어 시간씩 넉넉잡고, 사오일이면 한 차례 정도는 무리없이 읽어낼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는데 무려 2주 가량이 걸렸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이나 주제에 대한 나의 넘치는 흥미와 지적 욕구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저자인 "랄프 게오르크 로이트"의 글이 재미가 없었다. 책이 나오고 한 달쯤 뒤였던가? 우연히 퇴근하는 길에 이 책의 옮긴이인 김태희 선생이 CBS(?)던가 모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말씀도 논리정연하게 잘 하고, 번역 솜씨 역시(독일어는 모르지만 우리말은) 빼어난 편이라 생각이 들었다. 대개 책이 재미있으려면 소박하게는 우선 주제가 관심있는 분야여야 하고, 문장이 좋아야 한다. 물론 장정이나 기타 등등이 좋으면 더욱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 책은 그 삼박자를 두루 갖추고 있어 높은 점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나는 이 책에서 크게 두 가지 문제를 발견했다. 다만 미리 밝혀두고 싶은 것은 그것은 오로지 저자의 문제이지 옮긴이나 출판사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이들이 슈테판 츠바이크나 로버트 O. 팩스턴의 예를 들었는데, 사실 우리가 쉽게 입에 올리긴 하지만 슈테판 츠바이크, 아이작 도이처, 이사야 벌린, 요아힘 C. 페스트가 저술한 평전들을 한 번이라도 읽어봤다면, 랄프 게오르크 로이트를 이들에게 비유하는 것은 크나큰 결례란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들과 로이트의 가장 큰 차이는 "통찰"에서 비롯된다. 사실 한 인물이 시대와 역사에 남긴 발자취를 추적해 그에 대한 평전을 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며, 앞서 말한 이들이 이뤄냈던 작업들 역시 비판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평전이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그들 자신이 한 명의 뛰어난 작가이자 역사가로서의 안목과 통찰을 통해 인물을 심도있게 파고 들어가는 성과를 남겼기 때문이다.

한 인간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는 일은 매우 지루하고, 험난한 과정이기 때문에 평전 작가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우선 성실성일 것이다. 그 점에서 로이트는 일단 합격점이다. 괴벨스 자신이 다른 이들과 달리 생전에 일기를 남겼고, 이 일기는 나치의 역사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괴벨스에 대해서는 제법 풍성한 자료들이 있으나, 문제는 로이트가 새롭게 입수한 자료들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나는 그 부분에서 로이트가 지나치게 자료적인 충실함, 작가이기보다는 역사가적인 입장을 관철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자료가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전체적인 서술에 있어 임팩트한 순간이 모자라고, 그의 새로운 해석을 기대한 독자의 입장에서 괴벨스는 그가 살아온 행적, 그가 역사 속에 남겼던 여러 궤적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보는 것이 쉽지 않다. 앞서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괴벨스는 이전의 자유주의, 보수주의 정치인들과 달리 대중을 상대로 정치 선동을 행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의 행적을 고려했을 때 괴벨스 평전에서 대중과 괴벨스의 상관 관계, 실제 대중의 반응 등 의미있고 생생한 일화들도 충분히 삽입되었을 법한데(전체 페이지 분량를 보자면 더욱더) 그런 내용은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물론, 앞서의 문제에 대해 로이트는 괴벨스 평전을 아래의 관점(소위 '野史'라고도 하는)보다는 정사의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이 부족하다는 나의 느낌은 남는다. 분량은 넘치지만 괴벨스의 그런 행적들이 당시 독일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것이 다시 인류에게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로이트는 잘 드러내질 못하고 있다. 다소 역부족이란 인상이 든다는 것이고, 그것이 책을 읽는 내내 날 괴롭혔다. 다소 우스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책 속의 사진에 달린 설명(캡션)이 작가의 본 문장보다 도리어 의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끝으로 정리하자면, "괴벨스, 대중선동의 심리학"에서 나는 "괴벨스"는 필요충분으로 읽을 수 있었지만, "대중선동의 심리학" 영역에 대해서는 다소간 아쉬움을 느꼈고, 그 원인을 작가가 자료들을 적절하게 요리해내는 능력, 통찰력 부족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사악하였으므로 그 유능함이 더욱 돋보이는 괴벨스에 대한 책이 우리 말로 이렇듯 훌륭하게 번역되어 나왔다는 사실이 흐뭇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는 마음엔 변함이 없다.

* 교양인의 "문제적 인간" 시리즈가 지속적으로 출간되길 기대해 본다. 다음엔 누가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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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시야 넓힌것… 이념적 재해석 아니다"

                               ‘해방전후사의 재인식’기획한 박지향 서울대 교수
盧대통령이 ‘해전사’ 읽고 피 거꾸로 흘렀다니
그런 역사인식 놔두는건 사학자들 직무유기…
‘해전사’도 의미있는 책이지만 고정된 시각 강요

▲ 박지향 교수

 
 
‘좌(左)편향적 한국현대사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출간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책세상·전2권·이하 ‘재인식’)의 산파는 박지향(朴枝香·53)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다. 박 교수는 이 책을 처음 발의했고, 김철(金哲) 연세대 교수(국문학)·김일영(金一榮) 성균관대 교수(정치학)·이영훈(李榮薰) 서울대 교수(한국경제사)와 함께 편집위원으로 수록 논문 선정과 제작 과정을 1년 반 동안 주관했다. “정말 긴 터널을 통과한 느낌”이라는 박지향 교수에게서 ‘재인식’ 간행의 배경과 의의,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영국사를 전공한 서양사학자가 한국현대사 정리 작업을 자임한 동기가 궁금하다.

“2004년 가을 노무현 대통령이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읽고 피가 거꾸로 흘렀다고 말했다는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고, 우리 사회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은 역사학자의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외 학계에서는 그동안 한국현대사에 대한 다양하고 수준 높은 연구 성과들이 축적됐는데도 일반 대중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철 지난 주장들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주변 학자들에게 최신 연구성과를 한데 모으는 작업을 제의했고, 뜻을 함께하는 분들과 일을 시작했다.”

―책이 나오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다.

“두 권의 책에 담긴 28편의 논문을 고르고 정리·번역·감수 과정이 끝난 것은 2005년 봄이었고, 2권 끝에 실린 편집위원 대담까지 마쳤다. 그러나 출간 작업을 진행하던 출판사가 갑자기 일방적으로 중단을 통보해 오는 일이 두 차례나 벌어졌고, 출간을 교섭했던 다른 두 출판사도 난색을 나타내는 바람에 출간이 예정보다 훨씬 늦어졌다. 아마도 이 책의 출간이 출판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염려한 것 같았다.”

―‘재인식’은 제목에서부터 ‘해방전후사의 인식’(한길사·전 6권·이하 ‘인식’)에 대한 대항 의식이 두드러진다. ‘인식’의 어떤 점이 문제라는 것인가.

“‘인식’에는 많은 필자들이 여러 논문을 실었지만 핵심 관점은 민족지상주의와 민중혁명론이다. 즉 민중혁명을 통한 민족통일과 분단극복을 현재의 민족사적 과제로 보고 이를 위한 역사 해석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왜 민족이 모든 사람에게 지고(至高)한 것이 되어야 하는가. 민족은 여러 개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일 뿐이다. 더구나 객관성을 추구해야 할 학문까지 민족이 지배하게 되면 곤란하다. 또 ‘민중(인민)’을 누구보다 내세우는 북한은 실제로는 스탈린주의적인 전체주의 체제일 뿐이다.”

―하지만 민족주의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지배이념이었다. 이제 그 효용이 끝났다는 것인가.

“민족주의는 이전보다는 많이 약화됐지만 최근 황우석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아직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민족주의(Nationalism)는 18~19세기 서양에서 만들어질 때부터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이념이었다. 자기 민족이 올라서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눌러야 하는 ‘제로 섬(Zero Sum) 게임’인 것이다. 물론 국가와 민족에 대한 애착은 본능적이지만 이제 상대방도 인정하고 공존을 추구하는 건전한 애국주의(Patriotism)를 지향해야 한다.”

―‘재인식’은 특히 일국사(一國史)적 관점을 비판하고 비교사적 관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역사만 보는 일국사적 관점을 벗어나야 학문적이고 객관적인 역사 인식이 가능하다. 우리는 흔히 우리 민족만 우수하고, 또 비극적 역사를 경험했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민족도 우리 못지않게 우수하고, 또 고난의 슬픈 역사를 갖고 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것은 좋지만 그러려면 우리의 장단점과 잘잘못을 객관적으로 보아야 한다. 망국(亡國)의 경우도 남을 탓하기 이전에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먼저 자성(自省)하는 것이 미래에 도움이 된다.”

―‘재인식’은 시종 ‘균형 잡힌 시각’ ‘정파적 이해와 이데올로기로부터의 탈피’를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편집위원들의 면면 때문에 ‘우파적 해석’ ‘뉴라이트적 역사 인식’이라는 평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목표는 객관적이고 학문적인 성과를 토대로 역사적 사실을 밝히는 것이다. 편집위원들 사이에도 정치적 입장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더구나 수록된 논문들은 다양한 성향과 주제를 드러낸다. 따라서 정치적인 선입견을 갖고 평가하지 말고 먼저 책을 읽어보고 판단하기 바란다. ‘재인식’을 좌·우의 구분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고, 한국현대사 인식을 대폭 업그레이드시킨 것으로 자부한다. 또 ‘인식’이 독자에게 자신의 시각을 강요한다면, ‘재인식’은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인식’을 낸 출판사와 필자들이 상당히 반발하고 있다.

“1980년 전반 ‘인식’이 한 역할을 평가한다. 당시 우리 현대사에 대한 우파적 해석만 일방적으로 통용되던 어려운 상황에서 용기를 갖고 작업을 했고, 한국현대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연구를 촉발한 것은 큰 공헌이다. 그러나 그 결과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 도식적 인식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더구나 그 후 25년 동안 상당한 연구의 축적과 발전이 있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지난 2004년 ‘인식’을 그대로 재출간한 것은 문제다. 우리는 앞 세대를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잘못을 수정하려는 것이다. 이번 ‘재인식’ 출간을 한국현대사 연구를 도약시키는 새로운 계기로 삼자.”

―한국현대사를 다루고 있는 데도 편집위원은 물론 수록 논문의 필자에도 국사학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국사학자를 참여시키려 했지만 국사학계의 경직된 분위기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 국사학계의 현대사 전공자, 특히 젊은 학자들의 적극적인 반응을 기대한다. 책의 내용에 잘못이 있다면 서평 등을 통해 짚어주면 발전적인 논쟁이 가능할 것이다. ‘재인식’ 필진과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학술회의도 계획하고 있다.”

―후속작업을 구상하고 있나.

“1930년대부터 1950년대를 다룬 ‘재인식’에 이어 1960~70년대에 관한 논문을 수록하는 책을 펴낼 예정이다. 그 분야를 전공한 학자들로 편집위원을 구성할 것이다.”


이선민기자 sm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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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승주나무 > 권모술수, 단계별 학습법(속고 살지 말자!!)

어릴 땐 삼국지로, 좀 지나서는 사기열전으로, 지금은 전국책으로 권모를 좀 익혔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요즘은 특히 내게도 '권모'가 좀 필요하다. 속지 않기 위해서는 '속이는 것에 대한 이론'을 알고 있어야 하니...


이참에 권모에 대한 책을 좀 소개할까 한다.


오리지날 북으로는..


위에 소개한 삼국지나 사기열전을 다 알 테고..

 

 

 

 

 

 

 

 

 

내가 읽은 가장 인상적인 삼국지는 40년도 더 된 '정음사 판본'이다. 큰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의 아들인 최영해씨가 만든 출판사가 '정음사'라는 곳인데, 헌책방에서 어렵게 구해서 읽었다.

그 다음으로는 황석영의 삼국지가 '문학적'이고, 감동이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삽화가..

이문열의 삼국지는 너무 말이 많았다. '논술'을 위해서는 좋을 것 같다. 하지만, '평역자' 주제에 원문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게 의분을 자아냈다. 차라리 장정일처럼 '새로운 삼국지'를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장정일은 '새로운 삼국지'를 쓰기 전에 삼국지에 대한 방법론을 먼저 썼다. 나는 삼국지 대신 방법론을 읽어보았다. 가장 첫 번째 권의 제목이 '홍건기의'라는 것은 몹시 상징적이다. 유비, 관우, 장비가 홍건적을 몰살하는 장면은 지금 보아도 몹시 좋지 못하다. 민중의 힘은 오늘날의 '여론'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읽어보지 못한 장정일의 '삼국지'를 권한다.

 

 

 

 

 

 

삼국지 이야기는 이쯤해서 정리하고..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그 다음으로 추천한다. 이것은 '권모' 중에서도 '중급'에 해당하니, 잘만 본다면 세상 속고 사는 일이 드물 것이다. 이것도 두 가지 판본을 추천할 만하다. 하나는 김원중 교수의 '을유문화사' 판이고, 하나는 '까지' 판이다. 참고로 김원중 교수는 두 판본 모두에 관여했다.

 

 

 

 

사기열전 원문을 3년간 읽었던 경험으로 이야기하자면, 을유문화사판을 추천한다. 을유판은 현대어로 번역이 깔끔하게 잘 돼 있다. 하지만 원문을 대조하면서 읽는 분에게는 '까치' 판본을 함께 권한다. 까치판은 '주석'이 몹시 상세하다. 옛 제도와 격식 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해설서다.

 

 

 

 

허나 중요한 것은 '열전'은 '사기'의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본기와 세가를 빼놓을 수 없다. 본기와 세가를 빼놓고 사기를 읽는다면 3~40%밖에 얻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사기의 본기도 김원중 교수가 수고해준 끝에 을유판본이 나온 것으로 안다. 까치 판본은 기획할 때부터 나왔었다.

 

 

 

 

 그리고 '사기열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고 고우영 화백'의 만화 십팔사략을 강추한다.  십팔사략은 아주 먼 옛날부터 있었던 역사서를 열 여덟개의 장으로 짬뽕시킨 역사책이다. 고우영 만화의 멋과 재미를 아는 사람에게는 두말이면 잔소리겠다. 그냥 보라, 재미있고 유익하다. 만화 학습서의 개념을 발전시킨 위대한 만화가이다. 옌벤 출신의 작가..

 

 

 

 

다음에는 육도삼략과 전국책, 국어가 있다.

육도삼략은 '강태공'으로 유명한 '태공망'이 주나라 건국의 제왕인 '무왕'에게 '은나라 정벌 공략법'을 코치해준 내용을 담은 책이다.

 

 

 

 

내가 읽은 것은 범우사판인데.. 홍익출판사의 판본은 원문이 병기되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는 사람은 '손자병법'보다 좀 더 기풍 있는 병법서로 이 책을 추천한다.

그리고 다음은 전국책과 국어이다. 내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이 책이 번역되지 못해서.. 원문만 복사해놓고.. 간간히 읽다 말았다. 하지만, 신동준이라는 분이 열심히 번역을 해준 덕에 '인간사랑' 출판사에서 출간되었고, 한길 '대단한 책'에서는 다른 분이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출판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검색하면 나오겠지 모..

 

 

 

 

전국책은 '유향'이라는 사람이 쓴 책으로 주로 '전국시대'의 종횡가를 다뤘다. 그러니까 오늘날의 외교관이라고 할 수 있고, 유세가라고도 부른다. '국어'는 그보다 앞선 '춘추시대'에 활약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들은 '사기열전'의 원류가 되므로, '고급'에 해당한다. 특히 저자는 '춘추전국시대'라는 시대구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단순히 역사가들의 편의를 위해 나눠놓은 것은 학문적으로도 철학적으로도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서문을 읽어보기 바람. 서문이 너무 좋아서 워드로 다 옮겨 놓았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외교의 시대에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인 것 같다. 긴박감 넘치기로는 '전국책'이 더할 것이다.

한비자의 '한비자'도 우리 '권모가'에서는 필독서로 통한다. 마끼아벨리도 유명하다지만, 제대로 안 읽어봐서 잘 모르겠다.

 

 

 

 

한비자는 중국의 천하통일에 1등 공신이지만, 친구인 '이사'의 모함에 걸려 요절한 불행한 인물이다. 특히 그는 말더듬이었지만, '글'에는 대가였다고 한다. 그게 '법가'의 체계를 확립해 놓았다. 그로부터 중국의 '중앙통치'의 '치'는 시작한다.

그의 글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은 내 회사의 한 친구의 이야기와도 상통하는데, 혈연을 통해 갓 업무를 파악하는 '원장'과 일 년 가까이 회사에서 구른 친구의 이야기이다. 원장은 원장이므로, 지시를 하기는 하는데, 잘 알지 못해 그 친구는 답답해하고.. 앉혀서 1~2시간 동안 설명을 해 보았지만.. 깜깜.. 요즘은 서먹하다고 한다. 한비자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에 여덟 명의 현자가 있어, 옳은 여덟 가지 제안을 하지만, 왕에 의해서 모두 처형되었다. 여덟 명의 '간신'이 있어서 달콤쌉싸름한 제안을 하지만, 여덟 간신 모두 처형되었다. 그들이 하는 열 여섯 가지의 말은 그 자체로는 모두 쓰레기이다. 이에 대한 해법은 몹시 인간적이다. 먼저 왕과의 관계를 가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맨 처음에는 말을 아끼면서 왕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느 정도 그 노력이 반영된다면 점점 말을 할 기회도 늘어나고, 완전히 '왕의 남자'가 되었을 때는 무슨 말을 하든, 기둥에 칼을 던지든 뭐라 안 한다. 이 때는 열 여섯 가지 말이 모두 '옳은 말'이 된다.

내 친구는 '새내기 원장'의 말을 잘 따르는 척했어야 했으며, '감동받는 척, 존경하는 척' 했어야 했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감정'이 개입되면 옳지 못하게 된다. 그것이 감정의 힘이고, 인간의 관계이다. 이 이야기는 한비자의 내용을 약간 각색하였다.

그리고 '플루타르크 영웅전'(범우사, 7권인가 8권임)은 반드시 숙독하기를 바란다. 실은 나도 2권까지밖에 안 읽었지만, 그리스와 로마를 통틀어 '축복받은 천재'는 '플라톤'과 '플루타르크스'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돈 대주지, 공부 시켜주지, 머리 좋지, 자료 많지, 정치 안정적이지(플루타르코스는 모르겠다) 글을 쓰기 위한 최적의 시기를 누렸다. 솔직히 '플루타르크'가 '사기열전'을 능가한다고 생각하며, 전국책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 다음에는 독서량이 부실해서 잘 모르겠다. '맹자'도 고급 화술과 세계관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학자들은 그에게 '시대의 이빨'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부분이긴 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도 권모를 위해서 좋은 '소설'이 될 것 같다. 책소개는 여기까지..

 

 

 

 

맹자의 판본을 추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논어에 비해서, 번역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김종무 씨의 민음사 본은 절판된 상태다. 다행히 학고재에서 '사서집주언해'를 출간했다. 논어, 대학, 중용, 맹자에 대한 상세한 해설과 특히 '언해본'을 풀이해 놓은 것이 주요하다. 책값은 좀 비싸지만, 당신이 맹자를 공부한다면, 전통문화연구회 같은 기계식 번역보다는 풍부한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나도 돈만 좀 모이면 전체를 구입할 생각이다.

처음으로 '블록버스터' 페이퍼를 작성했다. 아무튼 권모술수 입문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있기를 바란다.

이 글에 붙여 나의 '믿음론'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세상에는 두 가지 믿음이 있는데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하나는 '믿음을 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믿게 하는 것'이다.

'믿게 하는 자'에게 '믿음을 주'어서는 안 된다. 당신이 큰 상처를 받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회사 동료가 요즘 들어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고 호소하는 것은, '믿음'이 깨졌기 때문이다.

'믿음'을 주는 사람인지 '믿게 하는' 사람인지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마음으로 통하거나, 자신을 진심으로 할애하는 사람, 치부를 드러내며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믿음을 주는' 사람에 가깝다. 하지만 섣불리 믿지는 마라.

믿음을 주는 사람과 믿게 하는 사람을 파악했으면, 그 대처 방법은 수월하다.

믿게 만든 사람에게는 믿음을 주는 대신 역시 '믿게' 만들면 된다.

이 때 권모가 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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