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 선생님의 <황색예수>가 새로 나왔구나.

며칠 전, 리뷰를 쓰면서( http://blog.aladin.co.kr/hjk4429/9965998) 잠시 선생님이 하시는 창작학원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긴 했지만, 솔직히 그때 처음 뵌 선생님은 나를 좀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처음 본 사람에게 어떠한 경계도 없이 스스럼없이 대하는 건 분명 좋은 태도이긴 할 것이다. 하긴 이제 막 등록을하고 수강생이 된 일개의 학생을 선생님이 뭐라고 어려워하시고 부끄러워 하시겠나? 솔직히 그건 나도 좀 배워보고 싶긴 했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왜 그리도 낮가림이 심한지. 물론 어떤 사람은 내가 낮가림이 심한 줄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건 단지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고 나 보다는 상대가 나에 대한 호감 때문에 그걸 못 보는 수도 있을 것이다.

 

하루는 내가 속한 클래스의 강의를 맡으신 강사 선생님이 결강을 하셨다(그때 강사분이 임헌영 선생님으로 기억하는데 이 분은 정말 천생 양반이시다. 한점 흩으러짐이 없으시고 달변이시다. 지금은 어찌 지내시는지). 그러자 선생님이 땜빵으로 강의에 들어 오셨는데 그때가 또 날씨가 좀 후텁지근 할 때였다. 선생님은 유난히 배가 볼록 튀어 나오셨는데 그게 맥주배라고 얼핏 들은 적이있다. 실제로 선생님은 맥주만 드셨던가 했을 것이다. 속에 소위 말하는 난닝구는 입으셨지만 그 위에 입으신 반팔 남방을 덥다고 풀어헤친 상태였다. 그리고 맨발에 슬리퍼. 아무리 스스럼없는 성격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이 많은 수강생을 생각해서 기본 복장은 하셨으면 했는데. 오히려 보는 이쪽이 무안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 강의에서 선생님이 왜 그런지 이해가 갔다. 당신 스스로도 몰골이 심한 줄 모르지 않으셨다. 그렇게 된 것이 그 엄혹한 시절 고문으로 인한 것이라고 했다. 그때 뭐라고 말씀하셨는데 워낙 오래된 일이라 확실히 기억은 안 나고, 사람이 경멸을 당하면 이렇게 된다고 하셨던가? 다시 말하면 극한의 모독 같은. 부끄러움이 없어진다고. 그건 일종의 트라우마 같은 것이었다. 도대체 그 시절 선생님께 무슨 짓을 했던 걸까? 자세한 말씀은 안 하셨지만 감히 들을 엄두도 나지 않았다. 

 

아무튼 그렇게 엄혹했던 시절은 가고 다시는 선생님께 고문을 가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지만 그때의 트라우마는 쉬 사라질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때 이후로 선생님은 부지런히 저술활동을 계속 해 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세간의 평판은 책이 좀 어렵다고 들었다. 또 그러거나 말거나 선생님은 계속 당신의 글을 쓰신다고 들었고.

----------------------------------------------

미안하다. 선생님에 관한 글은 언젠가 여기에 

썼을 것이다. 내가 안 쓸리가 없다. 그래도

여기 처음 오시는 분도 있을테고, 마침 이 책이

다시 나왔다기에 생각나서 다시 써 본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문무일 검찰 총장이

고 박종철 씨 아버지께 31년만에 찾아가 사죄를

했다는 보도를 전한다. 아버지는 아흔이 넘은

고령이시고 그나마 거동이 어려워 누워만 지내신다고

하는데 국가가 이 아버지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를 생각하면

너무 늦은 사죄 아닌가? 그동안 개인 자격으로라도 가서

사죄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동안은 나라가 한 개인의

잘못을 은폐해줬다는 말도 되는데 이게 정말 나란가 싶기도 하다.

 

이 아버지 오늘 내일 하시는 것 같은데 언제 가실지 모르겠지만

그나마 사죄는 받았으니 가실 때 편히 가실 것 같다.

사죄 받아 안심이라기 보단 오히려 마음만 더 짠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3-21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3-21 18:04   좋아요 0 | URL
사과는 했지만 영혼이 느껴지는 건 아니었지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법도 합니다.
그래도 이게 또 정권이 바뀌었으니까
이나마 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
국가가 국민에게 참 못할 짓 많이했어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