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통령()에게 실망했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은 세워 뭐하나 하는 대통령 회의론에 빠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 없이는 나라를 세울 수 없는 것인가? 과연 대통령 없으면 국정은 돌아갈 수 없는 것인가? 도대체 대통령이 뭐 길래 이렇게 분노하고 배신에 치를 떨어야 하는가? 믿고 대통령을 뽑아줬더니 이젠 대통령이 나라의 위상을 흔들고, 팔아먹으려고 까지 하는구나. 내가 대한민국의 국민이란 게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대통령이 없는 지난 몇 달 간을 살아봤더니 그도 말은 안 되겠더라. 우선 대통령이 없으니 여타의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쥐고 흔드는 느낌이 감지가 되었다. 나라가 버린 백성들이 얼마나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지 아직도 지구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지 않은가? 우리도 한때는 나라 없는 설움 속에 살아 본 경험이 있고 그것을 자손만대에 아로새기고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한 나라에는 반드시 그 나라를 이끌 수장이 있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누구는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 것에 대해 환호할 것이고, 누구는 그것에 대해 우려와 불만을 갖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제와 말이지만 나는 투표 때 문재인을 찍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문재인을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내가 아니어도 그 사람을 찍을 사람은 많고, 문재인이 될 거라는 예측은 그전부터도 있었다. 그리고 예측은 맞아 떨어졌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난 정치에 대해 잘 모르거나 회의하는 쪽이라 내가 문재인을 찍지 않은 것은 그를 견제하는 의미가 더 가깝다. 이것도 역대 대통령에게 당한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다.

 

지금 저렇게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와 환호를 받아도 퇴임 땐 어떤 성적표를 들고 청와대를 나올지 어찌 알겠는가? 못해도 지난 20년간의 대통령들의 성적표가 그것을 증명해 오지 않았던가? 물론 그렇다고 문재인 대통령 또한 그렇게 되길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금까지의 대통령이 용두사미였다면 문재인 대통령만이라도 시작은 미약하니 후일에는 창대해 줬으면 좋겠다. 정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어제 그가 했던 취임 선서대로만 하고 5년 후 청와대를 나와 주길 그 어느 때 보다 간절히 바란다. 이런 의미에서 대통령이 현재 어떤 종교를 갖고 있던 지간에(갖지 않을 수도 있겠지 알려진 바 없으니) 불교인들은 절에 가 지성을 드릴 것이고, 천주교인은 성당에서 기독교인은 교회에서 기도하겠지. 나 역시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렇게 할 것이다.

 

종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어야 하는 것처럼 정치와 종교 역시 분리되어야 한다. 물론 정치의 입장에선 경제와 종교는 좌청룡 우백호쯤 될지도 모르겠다. 지난 대선 때 홍준표 후보 본인은 교회를 다니지도 않으면서 교회 대표자 모임에 가 악수하고 포옹하고 하는 것이 별로 좋아보이진 않더라. 물론 그게 홍준표만 탓할 문제인가? 이 나라 보수가 교회를 지켜 줄 거란 근거 없는 믿음이 그를 끌어들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독교야 말로 오른쪽엔 십자가를 왼쪽엔 보수를 등에 업고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 가운데 세우겠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달 교회의 한 정기적인 기도 모임에 참석했더니 어느 점잖은 권사님 한 분이 홍준표를 찍어야 한다고 대놓고 말하는 것을 보고 좀 깬 적이 있었다. 이유는 하나. 그 사람이 돼야 한국의 기독교가 산다는 것이다. 세상에 그런 믿음은 어디서 온 건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이번에 기독교인인 트럼프가 된 것도 보이지 않게 미국의 기독교인이 다 기도해서 된 것이란다. 그런 어법에도 맞지 않는 이야기를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난감했다. 한 사안을 놓고도 같은 신앙을 가졌으면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고.

 

그래. 그것이 설혹 사실이라면 미국 기독교인은 같은 기독교인을 대통령으로 세운다는 (말도 안 되지만) 명분이라도 있지. 우리나라는 기독교인도 아니면서 단순히 보수라는 이유만으로 그 보수가 교회를 지켜 줄 거란 막연한 믿음만으로 홍준표를 밀어줘야 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도대체 그 권사님의 믿는 하나님은 어떤 하나님이시란 말인가?

 

그 권사님 평소 기도는 참 예쁘게 잘 하시더라. 기도를 예쁘게 하던 거룩하게 하던 우리나라 교인들의 믿음과 생각의 수준이 기도를 따라가질 못하는구나. 한숨이 나왔다. 도대체 뭐가 두려운 걸까? 이 나라를 보수가 지배하지 않으면 교회가 탄압을 받거나 약화될까 봐? 그게 진정 교회를 생각하는 마음 맞는가? 세계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의 교회사를 봐도 교회는 고난을 받을 때 더 강해졌고 담대해졌다. 그리고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 정치인 자기 밥그릇 싸움하느라 교회는 안중에도 없다. 그런데 그런 얄팍한 정치 술수에 교회의 권력의 숟가락 하나 얹어 부흥과 성장을 모색하겠다고 한다면 교회는 얼마나 우스워지는 건지 그 권사님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녀의 믿는 하나님이 그렇게 하찮고 나약한 분이시란 말인가? 그냥 나이도 많으시니 순진하다고 봐야하는 건지.

 

신앙인은 기본적으로 기도에 빚진 자고 그래서 기도하는 사람이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같은 신앙을 가졌든지 안 가졌든지 그를 위해 기도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난 지난 번 이명박 때도 기도했고, 박근혜 때도 기도했다. 그가 나라를 잘 이끌어주길,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해 주길. 그러나 나라는 이 모양 이 꼴이 됐다. 그렇게 됐으니 새롭게 된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지 말아야할까? 이명박 때도 그렇고 박근혜 때도 그렇고 기도를 안 했으면 안 했지 편안한 마음으로 기도했던 사람은 별로 없었을 거다. 편안하자고 기도하면 그건 기도하는 사람의 자세는 아닐 것이다. 그거야 말로 우상에 기도하는 것이고, 샤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고통과 안타까움을 가지고 기도하는 것이 하나님 마음에 좀 더 가까운 기도다. 하나님은 통회하는 자의 기도를 들으신다고 하셨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대통령 역시 정치를 잘 못해 기도가 필요한 사람으로 일찌감치 귀착되길 바라는 건 아니다. 기도하는 사람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나라를 잘 이끌어줘서 걱정하는 마음으로가 아니라 힘을 실어주는 기도를 하고 살아 봤으면 좋겠다.

 

좋던 싫던 주사위는 던져졌다. 나는 또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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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딴 얘긴데, 알라딘 이달의 당선작이 이번엔 하루 연기돼서 오늘 발표가 났다. 물론 난 이번에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이젠, 갈수록 눈이 안 좋아지니 적립금 욕심내 뭐하나 책 밖에 더 사겠나 포기 반,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 반 한다. 안 그래도 읽어야 할 책이 산더민데 이걸 다 읽고 이 세상을 하직할 수 있으려나 싶다.

 

뭐 거기까지는 마음을 비우는 게 가능해졌는데 그렇다고 내가 알라딘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은 아니다. 리뷰와 페이퍼를 양분해 특정인 몇몇에게 적립금 몰아주기 관행 언제까지 할 건지? 물론 어쩌다 그런 행운이 돌아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런데 그 사람에게 매달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은 강박이 알라딘에게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젠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 관행 보는 사람 입장도 좀 고려해 주면 안 되는 걸까?

 

작년이었나? 이달의 당선작에 문제제기가 있고 언젠가 알라딘은 이 부분에 대해 문제를 공감하고 체계개편을 하겠다고 했던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말만 했다뿐 뭘 어떻게 바꾸겠다는 말은 그 후 말이 없다. 이대로 변죽만 울리고 마는 것일까? 알라딘이 되게 바쁘긴 바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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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1 17: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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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5-11 17:35   좋아요 1 | URL
ㅎㅎ 에이, 님은 거의 매달 되시면서 뭘요.
매달 받다 안 받으면 섭섭하실 걸요?
자각증상 같은 있을 겁니다.ㅋ

이젠 공약 안 지키면 퇴출시켜야 해요.
자신이 한 말을 자신이 못 지킨다는 게 말이 됩니까?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삶아 먹든 데쳐 먹든 관심없는 거 그것처럼 서러운 거 없습니다.ㅠ

2017-05-16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16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