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프레이야 > 새 책 <사라진 책의 역사>

[책세상] 사라진 책의 역사 / 뤼시앵 폴라스트롱
장서 불태우는 '인간의 광기'
'분서갱유' 포함 각국 도서관 파괴 역사
체제 바뀔때마다 '책 홀로코스트' 계속

책의 홀로코스트(대학살)사를 쓴 '사라진 책의 역사'를 읽고 가장 기뻐할 사람이 떠올랐다. 바로 분서갱유(焚書坑儒)의 주인공 진시황제이다. 법가를 숭상했던 진시황제는 법과 명령이 바로서기 위해 책을 불태우는 결단을 내렸다. 세상 사람들은 지금도 그의 진심은 몰라주고 대표적인 폭군으로만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 뤼시앵 폴라스트롱이 쓴 이 책을 넘기다 보면 진시황제보다 더 악랄하게 책을 학살했지만 역사의 그늘에 묻힌 선·후배들이 즐비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고대 도서관 중 가장 방대한 양의 장서를 자랑했던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기원전 48년 카이사르의 침공으로 파괴된다. 알렉산드리아 세관은 항구를 통해 들어오는 짐을 뒤져 사소한 두루마리 하나라도 발견되면 원본은 압수하고 사본만 돌려주면서까지 책을 모으는 데 신경을 썼는데도 말이다. 고대 이집트 파라오 시대 도서관이 단 하나도 남지 않은 이유는 체제가 바뀔 때마다 파괴 의례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책이 왜 이런 혹독한 운명을 치러야 했을까? 책은 역사적으로 권력과 밀접한 상관 관계를 맺어왔다. 책을 소유한 자가 세상을 소유한다. 바꿔 말하면 '나의 적이 가진 책은 곧 나의 적이다'는 생각이 진리로 통해 왔다.

이 책은 책을 소유하려는 열정 이상으로 장서를 파괴하는 인간의 광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책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책을 열심히 모으고 다시 파괴하는 일을 반복하는 이상한 존재들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를 점령한 독일군이 톨스토이 박물관에 머물 때였다. 그곳 직원이 책을 불태우는 대신,나무하러가기를 권유하자 독일군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톨스토이의 이름과 관련이 있는 것은 뭐든지 다 땔감으로 쓸 생각이오." 할 말이 없다.

제국주의뿐만 아니라 종교도 상대의 책을 그렇게 파괴했다.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도들은 모두 유일한 책을 신봉하는 사람들이었다.이들의 신앙은 다른 책들은 파괴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장구한 도서관 파괴의 역사는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미국 도서관협회 웹사이트에는 그날 지구상에 어떤 장서가 불타 없어졌는지 알려주는 코너가 있을 정도이다. 작가는 세계 언론이 이라크 도서관 파괴 소식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데 아쉬움을 표시한다. 우리는 또한 작가에게 유감이다. 중국과 일본에 정통한 작가는 강대국으로 급성장 중인 중국에 언젠가는 프랑스가 약탈해 간 고서적이 반환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다. 하지만 한국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바로 저자의 나라 프랑스가 병인양요 때 강화도에 상륙해 외규장각 서적 중 귀중한 책들을 골라 약탈하고 나머지는 불질러 버렸는데도 말이다. 저자의 한국에 대한 무관심을 성균관대 이춘희 명예교수의 '한국의 책 파괴 역사'도 실려 다소 메워주고 있지만 여전히 아쉽기만 하다.

과거에 행해진 엄청난 책 파괴 사건도 디지털화로 인해 종이책이 겪고 있는 위기에 비하면 덜 심각하게 여겨진다. 종이책은 분명히 사라질 것이다. 그 때에도 인류는 장서가들이 가졌던 열정을 그대로 소유하고 있을까? 동아일보사/이세진 옮김/2만5천원. 박종호기자 nleader@busanilbo.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