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 주는 남자] 말 한마디로 천냥빚 정말 갚는다니까요

‘말, 3분이면 세상을 바꾼다’

말 맛을 아세요? 똑같은 말인데도 누가 하면 하품이고, 누가 하면 차지게 달라 붙잖아요. 가령 말입니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온다’라는 말과, ‘전어에는 뇌 기억과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DHA, 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EPA가 다른 물고기에 비해 월등히 많다’라는 말 사이에 어느 쪽이 착 달라 붙는다고 생각하세요?

대답할 필요도 없지요. 일테면, 예수 그리스도가 오늘날까지 왜 그렇게 많은 영혼들을 구원하고 전 세계를 휘어 잡았는가 하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 분이 뛰어난 은유 시인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많습니다. 그 분은 비유가 아니면 말씀치 아니 하셨지요. 제가 오늘 예외적으로다가 송길원의 실용서 ‘말, 3분이면 세상을 바꾼다’(랜덤하우스중앙)를 권해 드리는 것은,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비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짧고 명쾌하게 직방으로 달려가는 문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처럼 훌륭하게 설득하고 있는 책도 정말 드물기 때문입니다.

영국 작가 C.S. 루이스는 “우리가 아는 모든 진리는 혹시 모두가 아니라면 적어도 대부분은 은유를 통해서 획득한 것들”이라고 했다 하네요. 미국 신학자 샐리 맥패그는 “좋은 은유란 충격을 일으키며 서로 닮지 않은 것을 한데 묶으며, 재래식 관점을 늘 불편하게 만들며 긴장을 야기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은유는 늘 혁명적이다”라고 했다 합니다.

주변 상황에 어울리지 않은, 생뚱 맞은 행동을 했을 때, 이렇게 말하는 방식이지요. “수영복 입고 가야 할 자리에 파자마를 입고 갔으니…”, “1단 기어를 넣고 달려야 할 순간, 4단 기어를 넣었으니….”

또 세무회계사에서 심리학자로 인생 행로를 대폭 수정하려는 어떤 아들에게 그의 어머니는 이렇게 충고했다고 합니다. “추던 춤, 계속 춰야 안 되겠냐?” 그 한마디에 아들은 정신을 가다듬고 외길 정진을 계속, 대성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그런, 쥑여주는 사례들이 풍부합니다. 저자가 직접 체험한 것도 엄청 많고, 다른 책, 기사, 영화, 기록에서 채집한 사례들도 참 다양합니다.

우리는 3분 간격으로 역에 서는 지하철 5호선에 1000원짜리 바늘 쌈지 세트를 팔러 들어온 소매치기 전과 8범처럼 말해야 합니다. 뜸 들일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승객들은 바늘을 사든 안 사든 곧 내릴지 모릅니다. 시선 끌기, 귀 끌기, 그리고 정보 제공하기 등을 순식간에 이뤄내야 합니다. 그들은 이미 15초짜리 TV광고에 익숙해 있습니다. 그 짧은 사이에 결판내지 못하면 그들은 채널을 돌립니다. 만약 내가 동전 바구니를 들고 있는 시각장애 걸인이라면 “저는 태어날 때부터 장님입니다”라는 말 대신에 “봄이 오건만 저는 그것을 볼 수 없답니다”라고, 재빨리 말해야 하는 것입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비비안 리가 끝내 떠나려는 클라크 게이블에게 “나는 어쩌란 말이에요(What shall I do)?”라고 묻자 클라크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솔직히, 내 알 바 아니오(Frankly, my dear, I don’t give a damn).”

이 한 마디는 미국영화연구소에서 1500명 영화관계자들에게 실시한 조사에서 ‘명대사 1위’로 뽑힌 대목입니다. 2위는 영화 ‘대부’에서 말론 브랜도가 내뱉은, “그가 절대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할 거야”였습니다. 모두 3초짜리죠. 3초짜리 한마디의 미학을 맛보시려거든 이 책을 놓치지 마십시오.

김광일기자 kikim@chosun.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