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킬러
이정숙 지음 / 갤리온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1987년,  한국 여성 최초로 월스트리트에 진출해 13년 동안 국제 금융의 중앙 무대에서 활동한 저자의 활동 체험기를 소개한 책이다. 

다 아는 바이지만 월스트리트라고 하면 세계적인 금융가(街)이고 금융인의 꿈의 무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은 가히 상상을 불허한다. 왜 사람들은 기꺼이 그 정글속을 헤집고 살아남기 위해 그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것일까?

책 이름이 다소는 생경한 느낌도 든다. 저자가 한창 월가에서 뛰었을 80년대나 90년대에 이 제목을 들고 나왔더라면 그나마 멋있게 보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오늘날의 감성의 시대에 제목이 주는 이미지는 뭔가 언발런스하다는 생각이 든다(그렇게 말하자면 나의 이 책에 대한 리뷰 제목도 만만치 않아 보이기는 하다). 그래도 이 책은 읽어서 나쁘지 않다. 오히려 득이 됐으면 됐지. 그래서 좀 안타깝다고나 할까 뭔가 묘한 느낌이다. 그래도 나름대로의 깊은 뜻이 있겠지.

이 책은 흥미롭다. 왜 이 책이 흥미로운가를 생각해 봤을 때, 아무래도 월스트리트에 뛰어든 최초의 한국 여성이란 점도 그렇고, 월스트리트라고 하는 정글에서 어떻게 살아 남았는가?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하였는가? 살아 남고자 하는 자에게 들려주는 진솔한 고백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또한 요즘 한창 관심있어 하는 금융이라고 하는 일의 성질이 무엇인가에 관한 이야기도 알 수 있어 흥미롭다. 적어도 돈에 대한 필요성은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는 나 같은 문외한에겐 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은 두 부류로 나뉠 수 있다고 말한다. 성취자와 정치꾼. 

엊그저께도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엘 다니고 있는 남자 후배 녀석과 그런 얘기를 했지만 성실함만 가지고는 사회생활 못하겠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정글의 법칙이라고 하지 않던가? 누구는 뼈 빠지게 일하고 그것을 갈취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아니면 어제까지 동지였다가 오늘 배신 때리는 인간들. 그들이 어디에 빌붙어야 살아남는가를 봐야하는 인간의 행태.

거기서 적어도  내가 이룬 성취를 남에게 빼앗기지 않고 온전히 지켜낼 것이냐가 관건이 되고 정치꾼을 판별해 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정치꾼이 결국 사는 것 같아도 결국 어떠한 계기를 통해 함정에 빠지는 통쾌한 이야기도 들려주고 있다. 그러니 정치꾼이 사는 것도 쉽지마는 않다. 이런 예기 들으면 좀 위로가 되지 않는가?

그래도 이 책은 너무 높아 오를 수 없을 것 같은 저 금융의 바벨탑을 어떻게 배짱 좋게 오르는가를 말하고 있다. 아무리 높아도 결국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겠는가? 그 과정을 유영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맞딱뜨리는 여러가지 어려움들은 지혜를 낳게 된다. 그것을 저자는 이 책에 담았다.

그리고 그렇게 오르는 과정을 즐기다 뜻밖에 얻은 병으로 인해 자기를 돌아보게된 이야기, 우리나라 교육의 병폐도 간간히 찔러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저자는 지금 우리나라 KDI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이것을 가장 보람있는 일로 꼽고 있다. 비록 거기서 받는 월급은 그녀가 이제까지 벌어 본 돈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런 내용을 읽고 있노라면 역시 돈을 위해 일하기 보단 사람을 위해 일하고 투자하는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인생을 참 보람있고 값지게 사는 것 같아 좋은 느낌을 가지고 마지막 장을 덮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별을 세 개 밖에 줄 수 없는 것은 저자의 체험에 비하면 너무 간단 명료해 보이는 요즘의 편집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서일까 싶기도 하다. 뭔가 더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말이다. 물론 덕분에 모처럼 쉽게 비교적 빨리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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