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 그 중심엔 기업이 있다

자본주의 철학자들
안드레아 가보 지음|심헌식 옮김|황금가지
694쪽|2만5000원

▲ 1913년 4월 미국 미시간주의 포드 자동차 공장에서 컨베이어 시스템을 이용한 자동차가 처음 생산됐다. 20세기 들어‘대량생산·대량소비’체제가 활짝 꽃피면서 기업 조직과 경영은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189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베들레헴 제철소. 프레더릭 테일러는 이 공장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실험을 ‘감행’했다. 노동자들에게 하루 작업량을 주고 이를 달성한 사람에게는 성과급을, 이를 거부하거나 못 채운 사람은 해고한 것이다. 그 결과 작업량은 전보다 세 배로 늘어났다. 그는 역사상 최초로 생산 공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법을 고안해냈다. ‘테일러리즘’은 20세기 경영 빅뱅(대폭발)의 기폭제(起爆劑)가 되었다.

20세기는 ‘기업의 역사’라고도 한다.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한 세기에 걸쳐 싹트고 자라나 활짝 꽃 피운 ‘대량생산·대량소비 체제’는 인류의 삶을 이전 세기와 완전히 다르게 바꿔 놓았다. 그 대격변의 한 가운데에 기업 조직이 있었다.

이 책은 테일러 이후 피터 드러커까지 지난 한 세기 기업 경영의 변천사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경영사상가 13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리엔지니어링’이나 ‘다운사이징’과 같은 최근 경영학 이론은 언뜻 새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20세기 초 테일러가 베들레헴 제철소에서 고민했던 문제들이다.

그러나 테일러리즘은 경영과 과학을 접목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비인간적’이란 비판을 받았다. 무거운 할당량과 성과급이란 ‘당근과 채찍’으로 노동력을 철저히 관리한다고 해서 반드시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노동자의 반발을 불러와 작업의 창의성을 억누르고 품질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테일러는 공장이 ‘기계의 결합체’가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이란 점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나타난 경영 사조가 메리 파커 폴렛의 인본주의적 경영이다. 그녀는 원래 정치학자였다. 노동자와 고용주 사이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1920년대 그녀는 노사 대결 현장의 중재자로 나섰다. 파커 폴렛은 기업에게 건설적 갈등 해결 기법과 수평적 조직 구성, 직원의 자발적 참여 등을 통한 민주적인 조직 문화를 불어넣고자 했다.

테일러의 ‘과학적 경영’과 파커 폴렛의 ‘인본주의 경영’은 20세기 내내 기업 현장에서 서로 밀고 당기며 힘을 겨루었다. 과학적 경영의 전통은 로버트 맥나마라·허버트 사이먼·앨프리드 슬론·앨프리드 챈들러 등으로 이어져 발전했고, 인본주의 전통은 체스터 바너드·엘덴 메이오와 프리츠 뢰슬리스버거·에이브러햄 매슬로·더글러스 맥그레거·에드워즈 데밍와 같은 다양한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데밍에 와서 과학적 경영과 인본주의 경영을 통합하려는 시도가 처음 있었다. 실제로 두 사상을 하나로 묶어낸 것은 ‘현대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다. “기업은 더 이상 단순히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 것은 사회 전반의 문화적 토양 깊숙이까지 영향을 미치는 삶의 주체로서 책임을 요구받는다.”

20세기를 살았던 ‘자본주의 철학자들’은 지금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기업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가?” 기업은 21세기 들어서도 ‘가장 중요하고 힘 있는 집단’이다. 국가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초(超)국가 기업’의 등장도 낯설지 않는 시대다. 그만큼 기업의 ‘생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준 논설위원 j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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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4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6-03-04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고마워요.^^

2006-03-05 1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