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원숭이와 다른 건? 고소공포증!

동물들은 왜?
미다스 데커스 지음|이옥용 옮김|열림카디널|360쪽|1만2000원

인간은 본능적으로 동물을 업신여긴다. ‘짐승 같은 놈’ ‘인면수심’(人面獸心)이란 표현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동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누(gnu·아프리카에 사는 소의 일종)가 나올 때가 있다. 보통 20~50마리씩 무리를 이뤄 지낸다. 사자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어도 누의 떼는 천하태평으로 풀을 뜯어 먹는다. 사자가 덤벼들면 사방으로 흩어져 혼비백산 달아나지만 잠시 뒤 또다시 느긋하게 풀을 계속 뜯으며 적을 위해 포동포동 살이 찔 뿐이다. 이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답답하고 한심할 뿐이다.

▲ 인간은 동물과 얼마나 다른걸까. 과연 동물은 인간보다 열등하기만 할까?
그러나 네덜란드 생물학자인 저자의 눈에는 인간도 똑같다. 자동차가 바로 곁에서 쌩쌩 질주하는데도 보행자 무리는 다른 곳만 보고 있다. 보도 밑으로는 가스관이 지나고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지만 사람들은 그런 일은 다른 사람들한테만 일어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동물들에 대해 알려주면서 동시에 인간의 특성과 약점을 이야기 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인간에 대해 말하기 위해 동물의 세계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생물학자로서 관찰한 ‘동물적’인 것과 사회인으로서 체험한 ‘인간적’인 것을 풍부한 지식과 생생한 사례로써 엮어낸다. 더러 ‘블랙 유머’라 부를 만한 신랄함도 있다.

가령 인간이 원숭이에서 유래했다는 해석에 맞서는 그럴싸한 반론이 있는데 바로 고소공포증이다. 원숭이가 아무렇지 않게 이 나무 저 나무를 기어올라가는 반면, 인간은 부엌에 놓인 등받이 없는 의자에 올라서기만 해도 심장이 쿵쿵 뛴다.

인간은 누구나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원숭이는 채식을 하는 호랑이나 정직한 정치가 아니면 예의 바른 자동차 운전자만큼이나 모순된 것이다. 인간이 높은 곳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인간이 너무 크고 무겁기 때문이다. 만약 사람이 자유낙하로 5m를 떨어진다면 시속 35㎞로 땅바닥에 추락하는 것이고, 이는 헬멧을 쓰지 않은 채 오토바이로 콘크리트 벽을 들이받는 것과 다름없다!

생물학자이기 때문인지 저자의 서술은 터부를 서슴없이 깨고 있으며 매우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우리 창조주의 아들(성탄절에 그의 생일을 축하한다)이 포유동물이었다는 사실 한가지는 확실하다. 다만 입 밖에 내지 못하는 것일 뿐.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이 된 자로서, 걸을 수 있는 발가락 열 개가 있고, 할례 받을 고추가 한 개 있고, 젖꼭지(십자가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도 두 개 있었다. 사람이 된 자는 의심할 여지없이 포유동물이다.” 문화 차이 때문인지, 기호 차이 탓인지 유독 고양이에 대한 저자의 지독한 관심에 선뜻 공감이 가진 않지만, 유럽 지식인 특유의 자유 분방한 상상력이 빚어내는 즐거움과,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지적 만족감을 함께 제공하는 책이다.

신용관기자 q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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