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툭 던져지는 느낌표, 예술!”

   ‘대중예술과 미학’ 박성봉

▲ 대중예술에 대한 미학적 분석 작업을 하고 있는 박성봉 경기대 교수. 학생들의‘전복적’사고를 높이 사는 그의 강의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순호기자 choish.chosun.com
“예술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일상생활에서는 이 용어를 ‘우와, 우리 엄마 김치찌게는 정말 예술이야!’라고 사용하지 않습니까. ‘이 음악 끝내주는데!’도 마찬가지구요. 저는 바로 이런 접근이 미학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라고 봅니다.”

‘대중예술과 미학’(일빛)을 펴낸 박성봉(50) 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 교수는 예술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분류, 즉 고급예술의 진지성과 대중예술의 통속성이라는 이분법에 반론(反論)을 제기한다. 통속적인 것을 단지 진지함의 결여로 취급하고 무시하기엔 너무 구체적인 그들의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중가요·만화·무협지·영화·TV드라마·추리소설 등이 감상적이고 도피적이며 때로는 거짓되다는 걸 인정합니다. 그러나 수준 있는 대중예술은 엄청 치열하며 또 무지 솔직하지요. 무엇보다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주니까요.”

박교수는 이를 ‘느낌표’라는 한 마디로 요약한다. 음악·미술이든 연극이든 각자가 접하면서 ‘!’로 와닿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는 이러한 대중문화 체험을 특징짓는 용어로 ‘뽕의 기운’을 줄여 ‘뽕끼’라는 도발적인 단어를 만들어 냈다. 우리를 사로잡는 기운을 뜻하는데, ‘뽕’은 마약의 속어이자 ‘뿅 간다’의 ‘뾰옹’이 어우러진 표현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대중예술의 가치를 군대 시절의 라면 맛에 비유한다. “최전방 막사에서 밤에 끓여먹던 퉁퉁 불은 라면이 하루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그 라면의 영양성분이 비록 고급한정식과 비교할 순 없을 지라도 살다 보면 떡 벌어지게 차려놓은 밥상보다 그 라면 한 그릇의 기억이 절실한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대중예술의 ‘진부한’ 울림은 고급예술의 진지한 울림과 다르지만 그 진부함 속에는 삶을 살게 하는 생명력이 있습니다.”

이른바 ‘장사가 되는’ 대중예술을 강조한다는 이유로 그를 시류(時流)에 영합하는 학자쯤으로 여긴다면 오산이다. 그는 5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스웨덴의 명문 웁살라 대학에서 1983년부터 10년 동안 미학을 연구했다. “보수적인 대학 분위기에다 당시로서는 전인미답이었던 분야를 공부하느라 무척 외로웠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영어로 쓴 박사논문 ‘대중예술의 미학’은 단행본으로 출판되었고, 영미권의 주요 미학 학술지 3곳에 호의적 서평이 실리기도 했다. 귀국 후에는 ‘대중예술의 이론들’ ‘등의 저서를 내며 대중예술에 대한 체계적인 미학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대중예술과 미학’에서는 한편에서 전자오락을 새로운 예술 장르로 받아들이고, 다른 한편에선 아내를 두고 돌아서는 처용의 뒷모습에서 예술적 장엄미를 찾아낸다.

최근 케이블 TV를 통해 뒤늦게 ‘겨울 연가’를 보며 한류(韓流)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박교수는 ‘차분한 사유’를 강조한다. “감동받고 흥분만 해서는 소용없어요. 굳이 담론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저변에 흐르는 의미를 따져보는 훈련을 했으면 합니다.”

신용관기자 q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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