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심리 마술사] 색(色) “당신의 마음을 밝고
맑게”
'컬러 테라피’ 날로 인기
“색의 에너지로 활력을” 아파트·카페 색 다양
성격·테스트에 활용, 우울증 치료에도 도움
▲ 컬러 테라피 개념을 도입한 아파트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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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벽지는 없나요?”
아이들 방 도배지나 침구를 고를 때 파란색을 찾는 부모가 부쩍 늘었다. 천재소년 송유근(9·인하대 자연과학계열)군이 파란색 방에서 자랐음을 부각시킨 코오롱 ‘하늘채’ 아파트 CF가 방영된 뒤부터다. 파란 벽지가 유근이의 두뇌 개발에 영향을 끼쳤을까? ‘컬러 테라피(color therapy)’ 옹호론자들은 “그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파란색에는 능력과 잠재력을 발휘하게 하는 에너지가 있다는 것이다.
◆색으로 성격 검사, 오링테스트까지
심리학자들의 논문에서나 언급되던 ‘컬러 테라피’가 최근 대중의 관심 속으로 바짝 파고들어 왔다. 심리상태에 맞는 색의 영상을 보여 주는 심리치료폰(팬택앤큐리텔 S2)이 출시되는가 하면 ‘컬러 테라피 인테리어’를 내세운 아파트도 등장했다.
컬러 테라피는 색채마다 고유의 에너지가 있다고 전제하고, 그 에너지를 이용해 성격과 건강상태를 변화시키는 자연요법. 고대 이집트에선 빛의 스펙트럼(분광·分光)으로 환자를 치유했다. 21세기 한국에선 건강보다는 성격 테스트나 인테리어용으로 더 인기다.
30일 홍대 앞 다채로운 색상으로 인테리어 한 카페 ‘엠오엠(m.o.m·02-3143-0936)’. 서울장신대 자연치유선교대학원에서 컬러 테라피를 가르치는 김영희씨가 손님 박지은(숙대 법학과 1년)씨와 마주 앉아 ‘오라 소마(Aura-Soma·영국에서 정립한 컬러 테라피)’ 상담을 하고 있었다. “욕심이나 계산 없이 남에게 베푸는 스타일이네요. 동식물도 좋아하고. 그런데 자기 자신을 너무 많이 탓하는 게 문제야.” “어머, 정말 그런데!”
김씨가 처음 만난 손님의 면면을 점쟁이처럼 콕콕 집어낸 근거는 사주도, 관상도 아닌 색(色). 총천연색 오일이 담긴 100여개의 병 가운데 손님이 고른 4개를 보고 어떤 본성과 운명을 타고났는지 풀이해 주는 것이다. 김씨는 “많은 병 가운데 어떤 색의 병을 고른 것은 그 색이 ‘자기 색’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의원에서처럼 ‘오링 테스트(O-ring test·엄지와 넷째 손가락으로 원을 만들게 해 잡아당기는 실험)’를 통해 ‘자기 색’에 몸을 댔을 때 손 힘이 세지는 것도 체험할 수 있다. 서울 관악구 오라 소마 코리아(02-525-6114), 이대 앞 채식카페 이뎀(02-392-5051), 대구 시원명상센터(053-326-4788) 등도 오라 소마 상담을 해 주는 곳. 김씨는 “인도 차크라와 동양의 음양오행철학이 똑같이 위장을 노란색, 간을 녹색으로 칭한 것만 봐도 색의 효능이 일치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 20~30대 여성들이 많이 찾는 홍대 앞 컬러 테라피 카페‘엠오엠(m.o.m)’. 따뜻한 느낌을 주는 벽면 한쪽에 자신의 색을 찾는 데 이용하는‘오라 소마’병 100여개가 벽면에 진열돼 있다. 최순호기자 choish@chosun.com | |
◆개인차 심해… 절대적 기준 삼진 말아야
‘민간요법’으로 치부되던 컬러 테라피는 이제 서양의학의 영역에서도 만날 수 있다. 계절성 정서장애(겨울철에 우울해지는 증상) 환자를 특수한 빛 스펙트럼에 노출시켜 치료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우울증·수면장애·호르몬 불균형 등에 색 치료가 적용되기도 한다. 서울 백병원 정혜영씨는 “우울증·자폐증·거식증·치매 환자들은 어둡고 희미한 색을 주로 쓰지만, 상태가 호전될수록 명도·채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김영식 오라 소마 코리아 대표는 “일반인도 일상생활 속에서 어떤 색과 ‘공명’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집중력을 높여 주는 색’은 파란색보다는 노란색. 파란색이 내 안에 있는 지식을 표현하는 힘을 준다면, 반대로 노란색은 밖의 것을 잘 흡수하게 해 학습효과를 높인다. 카페 엠오엠의 김영희씨는 “그렇다고 아이 방을 온통 노랗게 꾸미면 심적인 불편을 느낄 수 있다”며 “노란 국화 한송이를 벽에 붙여놓고 공부 안 될 때 보기만 해도 집중력이 향상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컬러 테라피를 어디까지 신뢰해야 하느냐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백병원측은 “같은 색이라도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색상을 절대적인 심리 판단 기준으로 삼진 않는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컬러 테라피가 보조적 수단일 뿐, 질병 치료용은 아니라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