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문화에 녹아든 ‘대나무 코드’ 해독했지요

‘대나무’ 공동집필 이어령씨

▲ 이어령
한·중·일 3국의 ‘동아시아 문화권’이라는 게 가능할까? 이어령(李御寧) 전 이화여대 교수는 최근 3권짜리 ‘한·중·일 문화코드읽기 비교문화 상징사전’(종이나라)의 책임편집을 맡았고, 엊그제 세 번째 책 ‘대나무’편을 출간했다. 전작 ‘매화’와 ‘소나무’에 이어 ‘세한삼우(歲寒三友)’가 갖춰진 셈이 됐다.

이씨 외에 이규태 전 조선일보 논설고문,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다카시나 슈지 도쿄대 명예교수 등 한·일 전문가들이 책을 함께 썼다.

으레 그렇듯 이씨는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숨가쁜 달변을 시작한다. “삼중(三重)의 문화 영역 중에서 내셔널(민족) 문화와 글로벌(세계) 문화는 넘치는데 로컬(동북아)이 없어요. EU를 한데 묶은 것도, 구소련을 나눠놓은 것도 바로 이 ‘로컬 컬처’였는데 말이죠.”

융합적 문화 역량을 가진 한국이야말로 무주공산(無主空山)인 ‘로컬 컬처’를 주도할 수 있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우리는 정치·경제에서 늘 주변 강국들에 당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문화’라면 얘기가 달라지지요. 우리나라는 유불선(儒佛仙)이 갈등 없이 녹아들었고 대륙 문화와 섬 문화를 융합하고 전파하는 다리 역할을 해 왔습니다.”

과연 그럴까? 이 씨는 ‘한류(韓流)’ 열풍의 견인차 중 하나였던 TV 드라마 ‘다모’의 한 장면을 예로 든다. “거기서 왜 매화꽃 지는 장면 있잖아요? 그게 얼마나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느냔 말이에요.” 이 ‘문화 코드’의 작업이 바로 문화상품의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대나무만 해도 3국 공통의 문화코드이면서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고 풀이한다. 한국의 대나무가 ‘혈죽(血竹)’이란 말에서 보듯 절조(節操)를 생명으로 하는 선비 문화의 코드인 반면, 일본에선 오사카의 대나무 축제처럼 상업적인 의미가 있고, 중국에선 ‘죽(竹)의 장막’이라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변한다는 것.

“고립주의에 빠지면 안 돼요. 주변 국가와 무엇이 같고 다른지 알면서 보편성에 호소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글=유석재기자 karma@hosun.com
사진=이덕훈기자 leed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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