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선 사람들과 수다를 떨어라… 왜?


큐리어스 시리즈(1차 50권)
P 션 브램블 외 지음 | 박선영 외 옮김 | 휘슬러                               
200~360쪽 | 1만2000~1만5000원
유석재기자 karma@chosun.com
쿠바 아바나에는 해안 방파제 말레콘(Malecon)이 있다. 여기에 앉아 바다 풍경을 조용히 감상하고 있으면, 웬 쿠바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걸 것이다.

‘이 사람 왜 이래?’ 당신은 당황스러울지도 모른다. 당신이 손에 들고 있을 여행 안내서에는 ‘말레콘은 꼭 가볼 만한 곳’이라고만 써 놓았을 뿐, 이런 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자리를 떠나야 할까? 아니다. ‘큐리어스 시리즈’의 쿠바편은 이렇게 말한다. “그들이 말을 걸어온다면, 대화에 참여해 그 시간을 즐겨라. 쿠바인들은 공동체 의식이 강하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쉽게 말을 건넨다. 쿠바에선… 나만의 비밀은 잠시 잊어도 좋다.”

한국인들에게 바다 밖으로 나간다는 것은, 20년 전쯤만 해도 그저 꿈만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세계를 잘 모른다. 유명 관광지 앞에서 서둘러 기념사진을 찍은 뒤 또 그만큼 유명한 곳으로 허둥지둥 달려가기 십상. 하지만 그런 여행은 우리에게 종종 중요한 사실을 잊게 만든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 말이다.

이 책의 미덕은 한 나라의 실제 사회 경험과 ‘관광 이미지’는 얼마나 거리가 먼가를 보여주는 데도 있다. 많은 이들이 명상과 해탈을 찾아 떠나는 인도를 보자. “당신이 인도 지사로 발령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치자”라고 이 책은 말을 건다. 집을 나서며 하녀에게 ‘운전사에게 세차를 해 두라고 이야기하라’고 일러둔다. 퇴근해서 보면 하녀는 울고 있고 운전사는 사직서를 내밀 것이다. 왜? “하녀는 운전사보다 신분이 낮았기 때문에 (운전사는) 비천한 신분의 여자에게 지시받았다는 점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인도에서는 카스트가 모든 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들은 이미 서점 판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여행 안내서(Travel Guide)가 아니다. 여기에는 그곳의 ‘속살’이 있다. 잘 알려진 유적이나 자연경관, 식당과 호텔을 설명하는 대신, 그곳 ‘사람들’이 어떤 문화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세세히 알려준다. 꼭 이름을 붙이자면 아마도 ‘문화 안내서(Culture Guide)’ 정도가 될 것이다.

‘문화 충격(Culture Shock)’. 미국에서 나온 초판의 제목이다. 1989년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 이래 지난 16년 동안 세계에 나간 한국인들이 느낀 감정이 그것 아니었을까. 한국의 젊은이들은 이제 아프리카로 남미로, 미얀마와 히말라야의 오지로 간다. 우리 해외 여행의 수준이 이런 책을 필요로 하는 데까지 왔다면 정말 반가운 일이다.

저자들은 무용가, 유엔 고등판무관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전문가’들이다. 책마다 ‘역사와 자연’ ‘사람과 사회’ ‘언어와 문화’ ‘여행과 레저’ ‘정착과 사업’ 같은 5~6개 장으로 나눴다. 원서 시리즈에 없는 ‘페루’와 ‘몽골’ 편은 한국인 저자가 썼다.

아랍에미리트나 미얀마처럼 좀처럼 가보기 어려운 나라들도 한 권을 차지하고 있다. 원서보다 훨씬 적극적인 한국판의 특징은 사진이다. 화려한 건물에서 작은 골목길과 노천카페의 풍경까지, 다양한 컬러 사진은 원서에도 없는 것들이다.

당신이 올 겨울 여행을 떠난다면, 달랑 이 책 한 권만으로는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 한 권이면, 노을 비끼는 저녁 골목 저편에서 들려오는 애절한 바이올린 선율조차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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