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대를 드리우니 인생이 올라오네
다윈은 어떻게 프로이트에게 낚시를 가르쳤는가?
폴 퀸네트 지음 | 이순희 옮김 |바다출판사 | 435쪽 | 1만8000원
은퇴한 임상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못 말리는 낚시광이기도 하다. 과연 이 책을 읽으면 왜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자나 자살을 기도한 사람들이 그에게서 치유를 받을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간다.
그에 따르면, 상어가 사람을 잡아먹는 일이 생길 때 상어 자신은 그것이 죄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사건은 경범죄에 불과하다. 하지만 잡아 먹힌 사람이 변호사일 경우만큼은 예외다. 왜? 같은 직업 종사자에겐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예의를 어겼기 때문에! 스위스제 ‘맥가이버 칼’은 그야말로 만능 도구인데, 그것으로 할 수 없는 일은 ‘못 박기와 로켓 발진’뿐이라고 한다. 한 박자 뒤에 웃음이 터지는 이런 고급 유머를 듣고서 어떻게 인생의 활기를 찾지 못할 수 있겠는가?
이 책의 원제는 ‘다윈의 배스(Darwin’s Bass)’다. 배스는 농어의 일종이다. 도대체 무슨 책인가? 진화론과 생물학을 말하다가 심리학으로 이어지고, 이 모든 것을 ‘낚시’라는 한 가지 테마를 통해 설명하는 것을 보면 낚시에 관한 책 같기도 하다. 하지만 끝까지 책을 읽고 나면 그 모든 것이 인간과 삶과 우주에 대한 진지한 철학을 말하기 위한 도구임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우리 모두는 살아남은 다윈의 물고기”라고 말한다. 언젠가 낚시에 열중하고 있을 때 배스에게 쫓긴 물고기 몇 마리가 용감하게도 뭍으로 올라왔다. 참을성 부족한 물고기들은 곧바로 물로 돌아가 배스의 먹잇감이 됐지만 아주 일부의 물고기들은 조금 더 버텼다. 아, 그렇구나! 이렇게 조금 더 버텼던 물고기들이야말로 후손을 남길 수 있었던 ‘진화의 승리자’였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자신의 의지만으로 되는 일도 아니다. 아직도 공룡이 살고 있었다면 우리는 그들의 디저트용 생물이 됐을 것이지만 6500만년전 지구를 덮쳤던 소행성 덕분에 살아남고 번식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낚시는 사람들의 인생에 훌륭한 조언을 던질 수도 있다. 어느 젊은 남녀의 결혼식장. 신랑은 ‘낚시 폐인’인 신부가 방수장화를 신고 계단에 앉아 플라이를 던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기가 막혀 하는 신랑에게 신부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해치 뒤에 하자고, 해치 뒤에!” 해치는 곤충이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변하는 과정으로 물고기가 엄청나게 입질을 하는 시기다. 저자는 이 에피소드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점잔을 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라고 요구해서는 좋은 결혼생활을 할 수 없다”나.
결국 낚시꾼들에게 하루 종일 낚시를 즐기는 하루란 자기 인생에서 사라지거나 허송세월하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루하루 늙어가면서도 어떻게 늙어가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우리라는 것을 저자는 조용히 이야기한다. 죽음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이것. 씩 웃으며 “예끼 이놈, 나는 낚시를 열심히 한 사람이야”라고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라는 것이다. 어디 낚시뿐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