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프랑스 출판의 산증인



피에르 아술린 지음|강주헌 옮김|열린책들|516쪽|1만8000원
김한수기자 hansu@chosun.com

앙드레 지드, 마르셀 프루스트, 생텍쥐페리, 사르트르, 카뮈, 앙드레 말로 등 20세기 프랑스 문학사의 거장들이 다투어 자신의 책을 내고 싶어했던 출판사. 아직도 살아 움직이는 프랑스의 문화권력이자 프랑스 문학의 자존심이기도 한 ‘갈리마르 출판사’의 설립자인 가스통 갈리마르(1881~1975)의 전기이다. 그의 일생은 곧 20세기 프랑스 문학사와 동의어로 통할 정도. 이 때문에 각각의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문단 이면사가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가령 출판 초년병이었던 갈리마르는 당대의 거장 지드의 신작 ‘이자벨’을 출판했다가 지드에게 보기 좋게 한 방 맞는다. 한 페이지의 행(行)수가 들쭉날쭉인데다 오자(誤字)까지 튀어나오자 격분한 지드가 창고까지 쫓아가 초판본을 모두 찢어버린 것. 그러나 갈리마르가 얼이 빠져 미안해하는 동안 지드는 초판본 6권을 몰래 빼돌렸다. 나중에 희귀 초판본으로 팔려고. 그밖에도 프루스트의 명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원고를 처음에 퇴짜 놓았다가 이내 후회하고는 결국 어렵게 경쟁 출판사에서 판권을 다시 사오는 과정, 매주 화요일 열리는 ‘독자위원회’에서 접수된 원고를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출판을 결정하는 모습에선 문학과 문화에 대한 지극한 정성을 느낄 수 있다. 한 시대의 문화와 정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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