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직장 거치며 몸값 올려봐?

평생직장 연연않는 '직(職)테크 시대'
이직 생각 직장인 67% "전문성 살리는 게 중요"
염강수기자 ksyoum@chosun.com


▲ "직장 4번 옮겨 지사장 됐어요"
오시노코리아 김희영 지사장이 분당에 있는 회사 매장에서 상품 진열을 살펴보고 있다. 그는 "4번?? 회사지만 하는 일은 지금처럼 늘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기획하는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창종기자 cj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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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미국계 백화점 한국 지사에 입사해서 생활용품 제조 업체로 옮기면서 대리로 승진했어요. 다시 통신판매전문 업체로 옮겨서 차장까지 승진했고, 지난해 호주계 다국적회사인 오시노코리아(AUSSINO KOREA) 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죠.”

침구 전문브랜드 오시노코리아(AUSSINO KOREA) 김희영(37) 지사장의 이력이다. 올해 직장 생활 14년차. 그는 4년에 한 번 꼴로 직장을 옮겼고, 이직과 동시에 직급도 성큼성큼 뛰어올랐다. 김 지사장은 “얼핏 회사를 많이 옮긴 것처럼 보이지만 ‘머천다이저(상품기획자) 김희영’이라는 업무는 14년째 그대로”라며 “요즘에는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으면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직장에 옮기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는 추세 아니냐”고 말했다.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 직장인들의 직업에 대한 의식이 바뀌고 있다. 한 직장에서 ‘사내(社內)’ 경쟁을 통해 승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전통적’ 직장인들 일변도에서, 최근에는 다양한 직장에서 전문 경력을 쌓으며 몸값을 올리겠다는 ‘직(職)테크’를 실천하는 직장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취업포털 잡링크(www.joblink.co.kr)가 최근 샐러리맨 1089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지금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을 옮길 의사가 있다’고 답한 사람이 응답자의 67.2%(678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이유에 대해 ‘내 능력에 비해 낮은 업무평가와 대우를 받고 있어서(28.9%)’라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이어 ‘현 직장을 다니는 10년 선배들의 모습이 불안해 보여서(22.7%)라고 답한 사람이 뒤를 이었다.

 

 

 

 

 

 

 


잡링크 고정욱 이사는 “재산을 불리기 위한 재테크가 보편화된 것처럼 자신의 전문성을 높여 몸값을 올리기 위해 일하고 싶은 회사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그에 필요한 경력을 꼼꼼히 관리하는 ‘직(職)테크’도 직장인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벤처기업 등 중소기업과 외국계 회사 직원들에게 한정됐던 ‘직테크’가 이제 일반 대기업과 공기업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 이를 반영하듯 직장인들에게 ‘직테크’ 관련 서비스를 해주는 헤드헌팅 업체는 2000년을 전후해 급속히 늘어나, 이미 서울에서만 100여개 업체가 성업 중이다.

직장을 옮길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구체적으로 ‘외국어 공부(31.7%)’를 하거나 ‘다양한 인맥을 통한 구직활동(21.4%)’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예 헤드헌팅 업체에 자신을 등록했다는 사람도 10.9%에 달했다. 또 이들이 이직의 조건으로 가장 중요하게 꼽은 것은 ‘나의 전문역량 강화’(40.7%). ‘연봉인상이나 직급향상’(35%)보다 더 많았다.

헤드헌팅 전문업체 ㈜아이비케이 김한석 사장은 “직테크의 ‘종잣돈’은 현재 하고 있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것”이라며 “특히 직장생활 10년차 이하 직장인들은 단기수익이라고 할 수 있는 연봉이나 승진보다 자신의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업무를 맡을 수 있느냐의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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