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의 감옥서 탈출한 '큰 사람'의 '큰 목소리'

빅맨 빅보이스
토마스 크바스토프 지음 | 김민수 옮김 | 일리 | 350쪽 | 1만5000원
김성현기자 danpa@chosun.com
 


 

1977년 독일 하노버음대 학장실. 1m32㎝의 단신에 손가락은 7개 밖에 없고, 팔·다리도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장애 학생이 방에 들어왔다. 이름은 토마스 크바스토프. 이 학생은 성악도가 되기를 진지하게 소망했지만 학장의 답변은 차갑기만 했다.

“이것 보세요. 독일의 교육법상 성악과에 입학하려면 최소한 한가지 악기는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피아노라든지….”

크바스토프의 아버지는 “아들의 손가락은 열개가 안된다”며 항의했지만 “자제분은 입학 자격 미달”이라는 쌀쌀한 거절만 날아왔다.

크바스토프. 그래미상(賞)을 2차례 수상하고 클라우디오 아바도, 사이먼 래틀, 콜린 데이비스, 정명훈 등 세계적 지휘자들과 협연하고 있으며 2010년까지 공연 스케줄이 꽉 차있는 정상급 바리톤. 하지만 그의 출발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1950년대 유럽의 임산부들이 입덧을 없애기 위해 복용하던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으로, 크바스토프는 손과 발이 앞으로 제대로 뻗지 못하고 물개처럼 뒤로 꺾인 채 태어났다. 육체가 악기인 성악가에게 그 육체가 감옥이 된 것이다. 홍역과 볼거리, 10차례가 넘는 감기로 갓난 아이때부터 6개월간 병원 신세를 져야했고, 의족을 한 채 운동장을 걷느라 학교 친구들의 조롱에 시달리기 일쑤였다. 음대 입학 허가를 받지 못해 법대에 진학해야 했고, 은행 홍보실 직원, 라디오 방송 진행자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

하지만 끝끝내 하고 싶었던 일이 음악이고 노래였기에 그 길을 묵묵히 걸었다. 때로는 “노래하는 기계인간”라고 ‘자조(自嘲)’했지만, “50㎝ 높이의 단상과 1m 정도의 의자에 앉은 키 70㎝의 바리톤이 앉는다면 지휘자와 충분히 눈을 맞추며 노래할 수 있다”며 ‘자조(自助)’하기도 했다. 마침내 1988년 ARD 국제음악 콩쿠르에서 1등상을 수상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발판을 마련했다.


무대에서 오페라 배역을 소화하기 힘든 신체적 조건을 이겨내기 위해 정적(靜的)인 자세로 노래할 수 있는 슈베르트나 슈만의 가곡을 치밀하게 연구하는 대목에 이르면, “사람들이 내 신체에 흥미를 갖기를 원치 않는다. 단지 연주로만 평가받고 싶을 뿐”이라는 그의 포부가 얼마나 치밀하면서도 원대한 것인지 눈치챌 수 있다. 크바스토프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지휘자 사이먼 래틀의 도움으로 오페라 ‘피델리오’에 출연하며 또다시 자신의 한계를 깨나갔다.

크바스토프가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인 형의 도움을 받아 쓴 이 책은 신파극 같은 과장으로 억지 눈물을 쥐어짜기보다는 대체로 진솔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나는 장애인의 성공 사례도, 인생의 충고자도 아니다. 단지 장애인들의 신체적 결함이 심각한 핸디캡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티눈 정도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는 크바스토프의 꿈에는 분명 소박함이 깃들어있다. 그렇기에 ‘큰 사람 큰 목소리’라는 책 제목이 더 큰 울림을 주는 것일 지 모른다.

크바스토프는 “삶 자체는 오류의 연속이며, 부분적으로 고통스럽다. 하지만 삶을 순수하게 바라보거나 끊임 없이 예술을 표상하다보면 고뇌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을 인용한다. 슬픔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듯하다가도, 그것을 삼키고 너무나 온화하고도 담담한 목소리로 불러낸 크바스토프의 ‘겨울나그네’(슈베르트) 음반을 듣다보면 이 경구(警句)가 그의 삶에 얼마나 크나큰 힘이 됐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휠체어를 타고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을 누비는 한국인 의사, 이승복 씨의 자전적 에세이. 촉망받는 체조선수에서 사지마비 장애인으로, 하버드 의대 인턴과정을 거쳐 재활의학과 수석 전공의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진솔하게 들려 준다.

여덟 살에 미국으로 이민 간 지은이는 체조선수의 길을 걷는다. 올림픽 메달을 꿈꿀 정도로 착실하게 기량을 다져 나가지만, 불의의 사고를 겪게 된다. 꿈을 잃고 텅비어 있던 그는 어느 날 의학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고, 이후 고통스런 재활훈련을 이겨내며 모든 에너지를 학업에 쏟아붓는다.

'슈퍼맨 닥터 리'란 별명을 가진 이승복 씨의 이야기는 KBS '인간극장'을 통해 한국에 소개되기도 했다. 많은 환자들에게 신뢰와 믿음, 삶의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준 그의 지치지 않는 열정과 노력을 만나 볼 수 있는 책이다.

소설은 허구가 많고,

이론서는 딱딱하거나 그렇지는 않더라도 건조하다.

요즘엔 이런 책이 읽고 싶어졌다.

하도 인생을 거지같이 살다 보니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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