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혀 죽겠거든, 철학하라 - 인생의 힘든 고비에서 나를 잡아준 책들 인문낙서 1
홍정 지음 / 인간사랑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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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처음을 보니, 저자가 어떻게 철학을 하게 되었는가가 기술되어 있다. 그것은 안타깝게도 아버지의 사고사와 함께 동생의 자살이 저자로 하여금 철학을 하게 했다고 밝히고 있다. 승승장구할 것만 같은 저자에게 아버지와 동생의 죽음은 얼마나 충격적이었을까? 그것은 저자의 모든 것을 멈추게 했으며 축사로 침잠해 들어가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확실히 인간의 죽음을 목도하는 것이 인간의 삶을 깊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나 역시도 오래 전 아버지의 죽음을 목도하고, 또 얼마 전 오빠의 죽음을 목도하면서 내 삶 또한 진지해지고, 겸허해질 수 밖에 없었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사람들은 나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이 천수를 누릴 거라고 생각한다. 젊은 날 나의 아버지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실 거라고 감히 생각이나 했겠는가? 아버지는 또 그럴 수는 있어도 설마 나와 같은 세대를 살았던 오빠는 그렇게 빨리 허망하게 가게 될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누군가의 죽음을 목도한다는 건 저자나 저자의 책을 읽었던 나나 당시로는 충격이고 아픔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사람에겐 과제로 남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과제 말이다. 

 

그 문제에 답을 달아 보고자 저자는 축사로 들어갔다. 축사라면 가축을 가두는 건물 같은 것을 의미할 텐데 이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불편하고 외따로 떨어진 곳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때 저자에게 그런 일이 없었더라면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저자의 책을 읽으니 문득 왜 배부른 돼지 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했는지 새삼 알 것도 같다. 

 

개나 돼지는 짐승이고 죽으면 그만이지만 사람은 죽으면 흔적이 남는다.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가 삶의 흔적이 그 사람을 말해주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물어지지 않는다면 그 영혼이 개나 돼지와 다를 바가 무엇이 있겠는가? 이렇게 인간이 겪는 고난이나 고통이 인간의 삶을 더 깊게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그런 고난이 철학을 하게 했겠지만, 나는 원래부터 의지했던 기독교 신앙이 깊어짐을 느낀다. 그래서일까? 저자가 철학에 나름 깊이 천착한 흔적이 역력하긴 하다. 그도 그럴 것이 부제가 '인생의 힘든 고비에서 나를 잡아준 책들'이라지 않는가. 하지만 그렇게 사유는 깊지만 영혼의 문제에 관해서는 별로 언급이 없어 보인다. 

 

책은, 어차피 인간은 고난을 피해 갈 수 없으니 고난이 닥쳤을 때 피해가지 말고 맞닥트려 보라고 권면하는 책 같다. 이 책에 소개된 몇 백 년을 견딘 고전의 저자들도 그 고난을 피해가지 않고 맞닥트리므로 그러한 위대한 저작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그렇게도 어려워마지 않았던 니체의 생애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된 것도 적지 않은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좀 독특하다. 고백적 철학 개론서쯤으로 읽힐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읽기엔 녹록치는 않다. 하긴 철학이 원래 녹록한 학문은 아니지 않는가. 철학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읽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이 책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빨리 읽을 생각하지 말고 조금씩 잘근잘근 씹듯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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