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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말하다 - 세계의 문학가들이 말하는 남자란 무엇인가?
칼럼 매캔 엮음, 윤민경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나는 여자는 하이힐을 싣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여자가 되고, 남자는 술과 담배를 피울 수 있을 때 비로소 남자가 되는 줄 알았다.
6, 7살 무렵 가끔 집에 놀러온 이모들의 굽높은 신발을 보며, 예쁘다 못해 이모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언제 어른이 되서 이런 신발을 신어볼까 한숨을 내쉬곤 했다. 그러다 7살 땐가 엄마가 샌들을 사 줬는데 제법 굽이 있었다. 난 그때 나도 어른이 된 것은 아닐까 마음을 설레곤 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였다. 성장에 따라 발도 크기 시작했고, 나는 더 이상 그 샌들을 신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난 본격적으로 어린이 취급을 받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춘기 때 한때 나는 미국 유학을 가게되길 바랬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미국 아이들은 복장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었다. 걔네들은 중 고등학교 때부터 우리나라의 대학생처럼 하고 다니니 얼마나 부럽던지. 더구나 학교에서 지정해주는 학생화 외엔 다른 신발은 신을 수 없으니 신발에 대한 욕망은 의외로 강했다. 지금 중고등학교 아이들은 결코 이해 못할 일 일것이다.
남자도 술과 담배가 남자를 만들어 주는 것인지, 남자니까 술과 담배를 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 어렸을 때 그것은 남자의 상징물과도 같았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서 술과 담배를 했던 사람은 오직 아버지뿐이 없고 TV 역시 아저씨들이 대포집에서 거나하게 막걸리 따라 마시는 장면이 보였으니까. 어찌보면 난 남자와 아버지를 동격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나에게 있어서 남자는 이렇게 단순하게 설명되어질 수 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물론 그것도 자츰 나이 먹으면서 변화되긴 했지만.
몇년 전, 여자의 월경을 가지고 책이 나온 적이 있다. <마이 리틀 레드북>이란 책이었는데, 그 책은 엮은이가 여성이 월경을 어떻게 하는지 무작위로 이메일을 보내고 그 중 괜찮은 글을 골라 엮은 책이다. 월경이 무엇인가? 여성의 상징 같은 것이고, 아마도 그 책의 대칭적인 책이 이 책 '남자를 말하다'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엮은이가 남자 작가를 대상으로 글을 받아 엮었다는 것이 다르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책이 썩 재밌게 읽혀지는 것은 아닌데 그럭저럭 읽을만은 하다.
왜 글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만 국한을 시켰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엮은이가 직업이 직업인만큼 책이 멋있길 바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마이 리틀 레드북>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남성성과 여성성을 이렇게 가볍게 다룬 책은 없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너무 학술적으로 다룬 것들이 많지 않나 싶다.
그렇게 말하자면 TV 예능 프로 중 <나는 남자다>란 프로가 단연 재밌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쩌면 수컷들의 이야기를 그토록이나 까발려댈 수 있는지. 그런데 엄청 웃긴다. 또 웃긴 것만큼 남자를 너무 속물화시켜 버리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지만, 새삼 언제 한 번 수컷이 이렇게 조명 받은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말하자면 이 책도 그런 것 중의 하나다.
그냥 읽기 무난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읽을 필요도 없이 아무대나 펼쳐 읽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