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문득 내가 졸업한 중학교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다. 마침 지난 날을 추억하는 글을 쓰다가 딱 나의 중학교 시절에 멈췄고, 내친김에 어떤가 싶어 들어간 것이다.

 

내가 중학교 시절엔 개인용 컴퓨터가 활성화 되기 이전이라 학교 홈페이지는 감히 상상도 못했던 시절이다.

 

그 시절 나는 꼭 한 분의 선생님을 짝사랑 했는데 국어 선생님이었다. 그 선생님 이후로 난 그 어떤 선생님도 좋아해 본적이 없는데, 과연 그 분이 아직도 거기 계실까? 아니 기대하는 마음도 없었다. 그냥 학교 사진이나 좀 볼까 하는 생각에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선생님이 계셨다. 그 선생님 말고도 그 시절 몇 분의 선생님이 아직도 계셨다. 무엇보다 놀랐던 건 그 시절 체육을 가르치셨던 선생님이 교장 선생님이 되셨다.

 

깐깐했던 음악 선생님. 유난히 삐지길 잘하셨던 과학 선생님. 개그맨 주병진을 닮은 한문 선생님이 계셨다.

 

그 선생님들의 존함을 대하니 내 마음은 마냥 중학교 시절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담임선생님들 존함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동안 학교를 옮기셨거나 이런 저런 사정으로 퇴직을 하셨거나 했나 보다.

 

나는 왠만해서 사람을 보고 한 눈에 반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그 시절 국어 선생님은 이상하게도 처음 보는 순간 내 마음에 들어왔다. 그렇다고 잘 생긴 것도 아니었다.

 

남자 얼굴치고 갸름한 얼굴에 검은 테 안경을 쓰고 다소는 어벙한 표정이 지적이면서도 순수해 보였다. 

선생님을 좋아하는 덕분에 나의 국어 성적은 나름 나쁘지 않았다. 

어느 비 오는 날 우산도 없이 하교를 하는 나에게 선샌님은 버스 정류장까지 우산을 같이 쓰고 가자는 걸 나는 한사코 거절했었다. 부끄럽고 쑥스러워서. 

 

선생님은 하는 수 없이 다른 아이와 함께 우산을 같이 쓰며 빗속으로 총총히 사라지셨다. 그렇게 사라져간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며 후회했다. 못 이기는 척 그 분의 우산 밑으로 들어 설 걸. 바보.   

 

그러나 곧 그렇게 하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의 결혼 소식을 들었으니까. 곧 결혼하실 선생님을 좋아하면 뭐 하나 싶어서.

 

하지만 지금은 그때가 다시 온다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 본다. 글쎄..그때는 거절했으니 이번엔 정말 선생님 우산 밑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문득 지금은 많이 늙으셨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만 먹으면 집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면 얼마 가지 않아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나는 벌써 몇십 년째 못 가고 있었다. 

 

그렇게 늙어버린 선생님을 나는 뵐 수 있을까? 그 보다 이렇게 나이들어버린 제자가 선생님을 뵙는다는 게 더 자신이 없다.

 

그리고 또 생각해 본다. 교사의 정년이 언제까지였더라? 모르긴 해도 선생님의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선생님이 정년이 되어 학교를 떠나시면 뵐 수 있는 기회는 더 희박해 진다.

 

다시 뵈면 나를 알아 보실까? 무슨 말을 하게 될까?

마음이 몹시 흔들렸다.

용기가 없어 뵐 수 없다면 학교 교정만이라도 밟고 싶다. 그러나 우연히 마주치면 인사 드려야겠지.

어제부터 나의 마음은 몇번이고 학교 교정을 서성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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