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이 책을 번역했던 나의 연출가는 작업중에 이 영화를 꼭 보라고 강추했던 기억이 난다. 그가 보기를 원했던 건 뭘까? 이 영화를 보면 존 말코비치가 나오는데 그의 등장씬은 대본 연습하는 장면이었다. 자신이 읽은 대본을 녹음하는 것이다.

우리 연출가는 바로 그 점을 높이 사서 배우들에게 존 말코비치가 하는 것을 따라해 보길 권했던 것이다. 즉 녹음기를 통해 자신의 대본 연습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를 파악해 보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장면만 빼놓으면 사실 그다지 권할만한 영화는 아닌성 싶기도 하다.

영화는 특이하다. 마리오네트를 전문으로 하는 남자 주인공(존 쿠색)은 돈벌이가 안되 결국 아내의 권유로 어느 회사에 취직을 한다. 그런데 그 회사는 특이하게도 어느 건물의 7.5층에 있다. 실제로 있을 법하지는 않지만, 영화는 그런 층이 실제로 존재해 임대료를 싸게 하기 위한 것이고, 이 건물의 주인은 어느 왜소증 여인의 청을 받아들여 그렇게 한거라고 하고 왜소증 여인과 결혼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주인공은 일을 하다가 우연히도 그가 일하는 방에서 이상한 통로를 발견한다. 그것은 희안하게도 존 말코비치의 눈과 의식으로 통하는 통로였던 것이다. 처음 15분 동안 그 체험을 한 남자는 그것으로 사업을 할 구상을 세우고 같은 회사 여직원과 동업을 한다.

마침 그는 그 여직원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그녀와 함께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일을 밀어 붙인다. 처음에 그 여직원은 그의 이야기를 믿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다소 얼이 빠져있는 그의 아내(카메론 디아즈)에게 이 체험을 하게한다.

그것을 경험한 그의 아내는 너무도 희안하고 짜릿한 경험이라 너무도 좋아하게 됐다. 생전 처음으로 여자가 아닌 남자, 그것도 존 말코비치가 된다는 건 얼마나 놀라운 경험인가? 그때문에 그녀는 남자로 성전환수술을 받을까도 생각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아내가 존 말코비치가되는 그 15분 동안 그녀는 남편의 회사의 여직원과 사랑에 빠지고 만다. 결국 한 여자를 놓고 남자와 여자가 동시에 사랑하게 되는 형국이다. 하지만 아내와 여직원은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되고 남자는 말할 수 없는 질투심에 휩싸이게 된다.

결국 그는 아내를 이용하여 존 말코비치를 가장 여직원을 만나게되고 그 사이 존 말코비치 속으로 들어가 여직원과 사랑을 하고 아이도 낳게되고 몇년을 존 말코비치로 산다. 결국 또 그 때문에 남편의 아내는 질투에 휩싸인다. 실제로 여직원이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인데 영혼이 바뀌어서 남편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그녀는 여직원을 살해 하려고까지 한다. 하지만 여직원은 그녀에게 너의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네가 존 말코비치 안에 들어갔을 때 자신은 사랑을 해서 임신을 했으니 너의 아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황당한 설정과 마무리로 끝난다.

이상한 통로를 통해 존 말코비치가 되고 영혼이 그 안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것이 황당하다 못해 당황스럽다. 나중에 자신의 몸을 상대로 사업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안 존 말코비치는 그 통로 체험을 한다. 결국 자기 안에 자기가 들어가는 것이다. 그랬더니 모든 사람이 다 자기 형상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결국 자기가 보는 인식이 다 인양하고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인식에 일침을 가할만한 장면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몸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설정에, 나는 왠지 기분이 안 좋았다. 인권이 유린 되었다고나 할까?    

존 말코비치가 흔치 않은 배우임에 틀림없지만 아무리 영화적 설정이라고 해도, 이 영화를 수락했다는 것이 좀 이해가 안갔다. 물론 수락을 하고 안 하고는 어디까지나 그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더 웃기는 건 동성끼리 사랑을 해도 아이는 낳을 수 없으니 한 여자가 남자의 몸을 빌어 서로 사랑을 하고 임신을 시키고 아이를 낳는다는 설정은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이 말도 안 되는 영화에 비평가들은 별 네개를 선사했다. 확실히 인간의 상상력은 끝이없다. 말이 안되도 말이 되게끔 하는 게 상상력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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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5-06-23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랄한 상상력이잖아요? 저도 이 영화 좋아하는데.

stella.K 2005-06-23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저는 아직 감당이 좀 안돼더라구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