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코폴로가 전해준 스파게티
스파게티(spaghetti)가 이태리 음식이란 것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겠지만 원조가 중국이란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기록에 의하면 기원전 5000년 경부터 중국인들은 폭이 조금 넓은 면과 스파게티 비슷한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1275년 <동방견문록>을 지은 이태리의 상인 마르코폴로는 실크로드를 경유하여 중국 원나라 황제인 쿠빌라이칸을 만났다. 이때 먹어본 중국 면요리의 맛이 너무 좋아 마르코폴로는 귀국 후 자신이 중국에서 맛본 면요리를 직접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맛보였다.물론 반응은 좋았고 점차 스파게티는 대중화되어 오늘날 이태리의 상징적인 음식이 되었다. 이는 정설은 아니지만 지금으로선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이외에도 기원전 400년경 에투루리아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로마 북쪽 그들의 동굴에 남겨진 파스타를 만들었던 기구나 밀가루, 반죽을 담았던 큰 그릇들로 추정해낸 이야기다.이태리어로 '가는 실'이란 뜻을 지닌 스파게티를 파스타와 다른 종류의 음식으로 아는 이가 많겠지만 사실 스파게티는 마카로니처럼 파스타의 한 종류다. 파스타는 밀가루로 만든 모든 음식을 말하며 종류만도 350여 가지가 넘는다.스파게티 역시 많은 종류가 있다.
굵은 면발에 우리 입맛에 맞는 새콤달콤한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
17세기경 이탈리아 광부들이 음식만이라도 하얀색으로 먹어보자는 데서 유래한 알 카르보나라는 크림과 치즈가 어울려 고소한 맛을 내는 스파게티로 스파게티 전문점에선 꼭 찾아볼 수 있는 메뉴다. 이태리인들이 가장 즐기며 바다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요리인 조개 스파게티 알레 봉골레, 미국식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고급 이탈리아산 치즈를 사용하는 볼로냐식 스파게티 알라 볼로네제…… 김치, 불고기, 고추장, 간장 등을 이용한 '한국식' 스파게티까지 재료와 요리법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게 변화하는 스파게티는 만들기도 쉬워 대중화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만화속 스파게티 이야기-'맛의달인'
동서 신문사의 게으른 기자, '지로'에게 어느날, 편집장의 엄명이 떨어진다.
미식문화를 선도할 만한 '완벽한 메뉴' 특집 시리즈를 기획하라는 것. 뛰어난 미각과 요리솜씨를 자랑하는 지로에게 '완벽한 메뉴'시리즈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문제는 라이벌 제도 신문사에서 '최고의 메뉴'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자문을 지로의 아버지 우미하라에게 맡긴 것.지로의 아버지 우미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식도락가이지만 지로와는 의절한 사이. 라이벌인 두 신문사의 대결은 자연스럽게 지로와 우미하라의 대결이 된다. 허구헌날 '최고의 메뉴'에 깨지던(아버지와의 대결에서 지던) 지로는 일본인의 취향에 맞는 스파게티로 우미하라와 대결하기로 한다.
(25권) 일본인의 취향을 해석하는 것이 관건인 이번 과제에서 순수한 이탈리아풍 스파게티를 낸 우미하라에 화려한 연어알 스파게티와 전복 스파게티로 맞서는 지로. 과연 그 결과는...? '맛의 달인'은 만화마니아라면 그다지 달갑지 않은 만화일 수 있다.끝에 가서는 항상 음식자체보다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천편일률적인 스토리 전개와 허술한 그림체, 이제는 끝날 만도 한데 끝이 보이지 않는(일본에서는 60권이 넘어섰다고 한다) 결말은 만화 애독자를 지치게 만든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 요리만화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이 만화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감히 접해 보지 못할 요리들의 나열이 아닐까 싶다. 요리에 대한 상상력을 무한히 펼치게 만드는 이 만화로 '미식'의 세계에 뛰어들게 됐다는 사람이 꽤 있을 정도니까...
여기 25권 '대결! 스파게티'에서도 정말 화려한 음식이 등장한다. 섬게와 연어알 스파게티 - "섬게는 생크림과 화이트 와인으로 녹여, 부드럽게 반죽해서 소스로 만들었습니다. 데친 면과 이 소스를 가볍게 섞은 후, 청주와 간장에 담궈 간을 한 연어알을 곁들여 줬습니다. 전복 스파게티 - "찐 전복의 간을 체에 걸러, 계란 노른자와 섞고, 이걸 다시 국물로 개서 소스를 만듭니다. 소스와 섞어준 면 위에 쪄낸 전복을 슬라이스해서.. 별도로 준비한 와사비는 식성에 따라 써주시면 됩니다." 눈을 감고 지로의 말을 음미하면 저절로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어디선가 향긋한 스파게티 냄새가 나는 듯 하다. 그렇다면 지로는 이 화려한 스파게티들로 우미하라의 소박한 스파게티를 이겼을까. 그 답은 '일본인의 취향'에 있다.
소재의 본질을 끌어내는 요리를 좋아한다는 일본인들. 우미하라의 단순소박한 이탈리아풍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와 마늘 스파게티는 소스의 맛보다도 스파게티 면자체의 맛을 충분히 이끌어 내준다. 거기에 비해 지로의 화려한 스파게티들은 연어알과 전복이라는 재료로 승부하다보니 오히려 스파게티면 자체의 맛을 죽이고 만 것이다.
이쯤에서 승부가 났음을 다들 눈치챘을 것이다. 요리만화에서 흔히들 강조하는 것이 있다. 화려한 음식보다는 소박하더라도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이 더 맛있을 수 있다는 것, 외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부의 본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본질을 잊은 음식이 맛이 있을 수는 없는 법. 약간은 상투적이지만 어김없는 이 교훈을 지로의 스파게티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 지로는 스파게티대결에서도 변함없이 우미하라에게 밀렸다. 그러나 우리의 꿋꿋한 지로, 종국에는 '완벽한 메뉴'를 완성하게 될지 한번 지켜보자. (참고로, 표지의 스파게티 그림은 정말 맛없게 보인다...)
▒ 스파게티 제대로 즐기기
1. 스파게티를 먹을 때 포크를 어느 방향으로 돌려서 면을
감을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독특한 생각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태리에선 포크를 돌리는 방향이 정해져 있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불행이 찾아온다고 믿기 때문에 이태리인들은 시계방향으로만 돌려 말아 먹는다. 오른손에 포크를 들고 2~3가닥을 말은 다음 왼손의 스푼으로 받쳐 작게 돌돌 감아 한 입 크기로 해서 먹으면 된다.
2. 치즈 가루는 해물이 들어간 스파게티에는 뿌리지 않는 게 좋다.
치즈의 향 때문에 헤물의 맛과 향을 잘 느낄 수 없기 때문인데 해물 외의 다른 재료를 스파게티에 뿌리면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3. 맛있는 소스가 남았다면 같이 나오는 마늘빵으로 처리하면 된다.
빵위에 얹어 먹거나 빵으로 접시를 닦는 것처럼 소스를 묻힌다. 서양에서는 빵으로 접시에 있는 소스를 깨끗이 닦아가며 먹는 것을 요리사에 대한 최고의 찬사로 여긴디고 한다.
출처 : 다이닝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