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사전
앰브로스 비어스 지음|정시연 옮김|이른아침|
개혁 어떤 운동의 선전에… 성공 동료에게 범하는 죄.역사 대단치 않은, 거짓 기록
“7차 교육과정―교육부가 무슨 짓을 해도 욕을 먹다 보니 한번 막가보자는 의도로 만든 제도.” 얼마 전 학생들이 교육 현실을 풍자해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된 ‘학교 대사전’을 기억하시는지? 그런데 그 ‘사전’이 영감을 받은 책이 있었다. 바로 이 책(원제 ‘The Devil’s Dictionary’)이다.
1906년에 처음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1964년 재출간된 후 숱한 아류작을 낳았다. 국내에서도 이번이 네 번째 번역이다. 책은 2000여개의 단어들에 대해 독창적인 해석을 가하는데, 그 거침없는 독설은 배꼽을 잡을 만큼 기발하다. ‘성공’은 ‘동료에게 범하는 용서 못할 오직 한 가지 죄’로, ‘역사’는 ‘대체로 악인인 지배자와 바보스런 군대가 일으킨, 대단치 않은 사건에 대한 거짓 기록’으로 풀이된다. ‘영어’는 ‘극히 건방지고 고자세여서 친해지기 어려운 언어’란다.
도대체 저자는 누구인가? 신문기자이자 괴기소설가였고 불행한 가족사를 겪었으며 70세의 나이에 돌연 혁명이 일어난 멕시코로 떠난 뒤 소식이 끊겼다. 과연 이 책에는 남북전쟁 이후 산업자본주의의 본궤도에 올라 고삐 풀린 말처럼 질주하던 1차대전 직전 미국의 상황이 풍자를 통해 드러난다. ‘정치’란 ‘주의·주장이라는 미명하에 정체를 감추고 있는 이해관계의 충돌’이며 ‘평화’는 ‘국제 관계에서 전쟁과 전쟁 사이에 존재하는 속임수의 기간’이었다. ‘개혁’이 ‘어떤 운동의 선전에 이용되는 환등 슬라이드인데, 목적을 이루자마자 옆으로 밀려나는 것’, ‘사랑’이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남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생각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설명에 이르면 21세기에도 이 책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저자는 ‘사전’이란 ‘언어의 자유로운 성장을 억제하기 위한 저작’이라 풀이한다. 그러고 보면 단어에 대한 정의(定義)만큼이나 폭력적인 것도 드물고, 그것은 주입식 교육과 좋은 짝이 되기 십상이다. 일견 지나치게 반사회적인 듯한 이 책의 전복적 시각은 그래서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