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방식으로 빛나는 시 … 한 음절, 한 마디가 모두 소중

시 읽기의 방법
유종호 지음ㅣ삶과 꿈
박해현기자 hhpark@chosun.com
 

“모든 행복한 가정은 똑같아 보이지만,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이다. 그런데 이 어법을 차용한다면 행복한 시와 불행한 시는 정반대로 구별된다. ‘모든 좋은 시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좋지만, 모든 나쁜 시는 똑같이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비평문학의 대가이자 시인인 유종호 교수(연세대 국문과)는 훌륭한 시와 서투른 시를 이렇게 나눈다. “서투르거나 빈약한 시는 남의 흉내를 냈다든지, 상투적인 생각이나 표현이 많다든지, 절제나 균형감 없이 군말이 많다든지, 지나치게 조작적이라든지, 어휘 구사상의 적정성이 없다든지 하는 공통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훌륭한 시편은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빛나고 있고, 그 해석과 설명도 획일적일 수 없다.”

이번 책은 그동안 평론 활동을 통해 시를 감싸는 짙은 안개를 젖히며 시의 맨살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분석과 해석으로 유명한 유 교수가 시의 이해와 감상을 돕기 위해 펴낸 해설서이다. 한국 근·현대시사의 명시 50편을 상세하게 풀이하면서, 시의 텍스트 분석, 문학사적 평가, 시인의 개인사적 일화까지 골고루 담았다. 명징한 비평 정신, 해박한 지식, 간결한 산문의 조화를 보여주면서, 여느 시 해설서들과는 달리 시의 초심자부터 전문가까지 각자 눈높이에 따라 음미할 수 있는 문학 에세이집으로 꾸몄다.


▲ 유종호·연세대 국문과 교수
유 교수는 ‘말 한 마디에 목숨이 걸려 있는 시’라는 표현을 즐겨 쓰면서 시에서 한 음절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가령 김소월은 원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에 살자’라고 썼다. 그러나 퇴고 과정에서 조사 ‘에’를 뺌으로써 ‘느슨한 이완감이 가쁜 리듬감으로 개선’됐다고 유 교수는 지적한다. 유 교수는 정지용을 ‘시인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시를 쓴 최초의 한국시인’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서정주의 시에서 굳이 한 편을 고르라면 ‘강물이 풀리다니/ 강물은 무엇하러 또 풀리는가’라는 시행으로 잘 알려진 ‘풀리는 한강가에서’를 꼽은 뒤, ‘어려울 것 없으면서 깊이와 울림을 가지고 있어 소리와 깊이의 의젓한 균형이란 맥락에서 고전적 모범’이라고 극찬했다.

유 교수는 ‘음률적인 시는 외우기 쉽고, 따라서 쉽게 외워지는 시가 좋은 시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어려운 말이 하나도 없고 시행도 깔끔하다’ 등등의 발언을 통해 자신의 비평 척도를 소탈하게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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