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나에겐 이 책이 그런 책이다.

이 책은 소생의학에 관한 책이다. 

어차피 의학이란 게  사람의 병을 치료하고,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까를 연구하며, 더불어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에 그 의미를 두고 있는만큼 소생의학은 나름 중요한 의학의 한 분야인 것만큼은 사실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소생술이라면 심폐소생술 이 대표적인 정도가 아닐까?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사람을 살리는 기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많이 발달되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재밌는 건, 지금까지 죽음을 정의할 때 심장이 멎으면 사망 선언을 하곤 하는데, 사실은 심장이 멎고도 사람은 얼마간을 더 산다고 한다(솔직히 난 이 부분에서 조금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빨리 내려진 사망선언 때문에 혹시 육체로 돌아오고 싶은 영혼이 못 돌아오고 결국 정말 구천을 떠도는 것은 아닐까? 또한 그렇다면 사망선언을 한 의사는 본의 아니게 간접 살인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상상을 해 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일은 아직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머지않아 실제로 사망한 지 여러 시간이 지난 뒤에도 죽음의 마수에서 구해낼 때가 올지도 모른다고 농담 반, 진담 반(적어도 나에겐 그렇게 받아들여 진다)하는 말을 한다. 그러면 정말 영화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난 얼마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오빠를 생각하면서, 그를 화장했던 것이 잘못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오빠는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니 그의 육체가 화장할 때까지도 세상으로 돌아오고 싶어하지는 않았을까? 그런 걸 단순히 의학적으로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후처리를 너무 빨리 해 다시 삶으로 귀환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만든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물론 이 생각은 오빠가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고, 아직도 그 삶의 흔적이 기시감처럼 남아 있어 그런 상상도 해 보게 되는 것일테지만, 저자의 저 말은 이제 곧 나의 이런 생각이 전혀 근거없는 생각마는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줄 것만 같다. 그렇다면 정말 오빠에게 미안해 해야하는 때가 오는 줄도 모르겠다.     

 

사실 고백하는 것은, 적지않은 세월 책을 읽었으니, 그 책이 객관적으로 좋고 나쁘고를 떠나, 적어도 내가 읽을만한 책인가 아닌가를 하늠하는데 나름 선수가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으면서, 이 책은 나의 기대를 조금은 빗나갔던 책란 걸 알았다. 

나는 이 책이 말 그대도 '죽음' 즉 임사체험(저자는 이 용어도 그렇게 적절한 용어는 아니라고 하지만)에 관한 책인 줄 알았다(그리고 이 책에서 실제로 이 부분을 다루기는 했다. 하지만 극히 일부고 그것도 내가 알고 있는 임사체험에 관한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는 내가 갑자기 죽음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요즘 하도 웰빙, 웰빙 하길래 웰빙 보다  중요한 건 '웰다잉'이라 생각해 이 책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대를 잇는 뭐 그런 책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왜 사람들은 생명은 그렇게 중요하거나 또는 그 반대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생각하면서, '죽음'에 대해선 어쩌면 그리도 무지하거나, 무조건 두려워 하는 것인지? 난 이것에 대한 정의가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조건 남의 죽음에 대해 연민하며, 나의 죽음에 대해선 두려워 하는 그런 태도를 벗어나 좀 더 성숙하게 죽음을 생각하고 맞는 것 이것이 결국 진정한 삶이요, 죽음은 아닐까?

 저자도 '죽음의 마수'란 표현을 썼지만 흔히 죽음을 일컬어 '마수'란 표현도 '임사체험'만큼이나 적절한 표현일까? 우리는 언제까지 죽음을 그런 식으로 이해하고, 방치할 것인가? 그렇다면 누구도 죽음을 피해가는 사람은 없고, 나도 언젠가 죽을 텐데 너무 무지하고 무책임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이 그런 나의 생각에 좀 더 도전을 주는 그런 책인 줄만 알았다.     

 

그렇다면 누가 잘못했을까? 멋 모르고 제목에서 '죽음'이란 단어 하나를보고 읽기를 선택한 나의 성급함이 문제였을까? 제목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다소 생소하고 또 어찌보면 고루하더라도 '소생의학의 현주소를 가다' 뭐 그런 제목이었다면 헷갈리지 않았을까(하긴, 그렇게 전문적인 제목을 달았다면 대중의 외면을 받았을 것이다. 아, 제목 짓는 것은 역시 어렵다.ㅠ)?

아, 물론 그렇다고 이 책이 전혀 가치 없는 책이라는 말은 아니다. 소생의학이란 다소 생소한 분야를 나름 평이한 문체를 써서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쓴 공로는 높이 인정할만 하다.

그런데 소생에 대해 과연 일반인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생각하기에 따라선 흥미로운 주제고, 분야인 것만큼은 사실이다. 하지만, 누가 걱정한다고 한 키나 크게 할 수 없다는 성경 말씀처럼, 나는 소생의학이 발달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생명이 더 연장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주어진 날 수를 사는 것뿐이라는 다소 운명론자적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저 현대의 소생술에 의해 살아났다면 그건 그가 그것이 발달되지 않은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뿐이다.

진시황이 죽지 않으려고 불로초를 구했지만 결국 그는 생각 보다 그리 오래 살지도 못하지 않는가? 그건 김일성도 그랬고, 김정일도 그랬다. 

소생술이 발달이 됐다고 어떤 사람은 좋아라 하지만, 한쪽에서는 일부러 존엄하게 죽을 것을 생각해서 일부러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사실 이 책은 소생의학이라고 해서 꼭 의학에 관한 분야만을 소개하려고 하지 않았다.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접근까지도 포함하고 있어 (난 좀 버겁긴 했지만) 나름 생명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인상적여 보인다.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아, 그나저나 어떻게 하면 책 선택에 대한 실패율을 줄여보나?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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