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단테가 추적해 가는 '신곡' 탄생의 비밀

단테의 모자이크 살인
줄리오 레오니 지음|이현경 옮김|황매
유석재기자 karma@chosun.com
 

서기 1300년 6월 15일 밤 이탈리아 피렌체. 막 시(市)의 행정위원으로 선출된 단테의 집 방문을 한 사내가 두드린다. “산 귀도 성당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두통을 참으며 황급히 현장으로 간 단테는 코모 건축 조합의 마에스트로(대가·명인을 뜻하는 이탈리아어)인 암브로지오가 그 성당을 복원하던 중 살해당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이 작업하던 모자이크 앞에서 기둥에 묶인 시체의 얼굴에는 석회가 부어져 있었고 죽기 직전 쓰인 것으로 보이는 의문의 암호가 남겨져 있었다. 조금씩 풀리는 듯하던 사건의 실마리는 제2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또다시 미궁으로 빠져들고, 숫자 ‘5’의 의미가 사건 해결의 열쇠로 떠오른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좇으면서도 그 과정에서 온갖 지적 코드들을 제시하는 작품은 이미 ‘장미의 이름’과 ‘다빈치 코드’ 등을 통해 친숙하지만, 이 소설은 좀더 독특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사건을 추적하는 ‘탐정’ 역할을 맡은 주인공은 잘 알려진 역사상의 실존 인물, 단테(Dante Alighieri·1265~1321)다.

이 소설에서 단테의 모습은 위인전에 등장하던 전형적인 캐릭터를 완전히 벗어난다. 그는 대단히 신경질적이고 현학적이며, 잘 잡힌 균형과 논리에서 쾌적함을 느끼고, 남들이 자기를 알아주는 것에 대해 희열을 참을 수 없는 지적 우월감에 빠져 있으면서도, 자신이 가진 정치적 권위를 최대한 누리려 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의 작품 ‘신곡(神曲)’이 중세 정신의 종합인 동시에 문예부흥의 단초가 됐듯이 그의 캐릭터에서도 중세와 근세, 신학과 이성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긴장감 속에서 혼재돼 있다.

그뿐이 아니다. 철학자·법률가·신학자·건축가·점성술사와 같은 13세기 중세 말의 지식인들이 무더기로 등장해 ‘용의자’ 역할을 맡는다. ‘지옥의 메타포’로 그려진 중세 피렌체의 현장들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오는 공간적 배경 위에서, 이 불안한 지식들은 사건의 단서를 넘어서 좀더 커다란,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비밀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음이 밝혀지게 된다. 결국 이 소설은 단테가 교황에 의해 피렌체에서 추방당하기 직전, 어떻게 ‘신곡’을 쓸 수 있는 영감을 얻었는가를 상상력을 통해 복원하고 있는 것이다.

추리소설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건 전개가 그다지 빠른 편이 아니고 작위적인 부분도 눈에 띄지만, 700여년 전의 시공간과 정신세계를 되살려내는 이탈리아인 작가의 필치는 놀랍다. 작가는 “추리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긴장이나 사건 해결보다는 운명의 격변을 그리는 역동성”이라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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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5-04-17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 때 신곡 읽다 실패한 적이 있었는데 이 책 읽으면 신곡이 좀 읽혀지려나...